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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센의 질주-A gallop in Fangxian>

최석운

군점현의 모녀, 80x60cm, Acrlyic on canvas, 2024

최석운의 서양미술을 흉내내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결의는 조선후기의 신윤복, 김홍도의 그림에 열광하며 일상을 위트 있게 비튼,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를 그려냈다. 민주화의 이데올로기가 사회를 뒤덮고 있던 시대적인 격동기, 사사로운 것을 그림에 올리지 않았던 시대를 보내면서 산만하고 불안정했던 청년기를 보냈던 최석운은 한없이 무력 했다. 심각한 이야기들을 나 하나쯤은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자는 생각으로 만화나 삽화 같은 쉬운 형식으로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소소한 일상의 신변잡기를 대중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즉 “나도 그리겠네” 같은 쉬운 형식으로 일상을 풀어내는 작품을 한지 40년. 1996년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전시되었던 46점이 모두 솔드아웃 되면서 최석운은 소위 ‘팔리는’작가가 된다.

네남자의 여름, 120x200cm, Acrlyic on canvas, 2024

‘작가에게 작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짙어 지면서 해남, 이태리, 중국 등지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작업장을 옮기면서 최석운에게 더 짙게 스민 화두는 바로 ‘일상’이었다. 한국이나 이태리, 중국에서의 작업에 이르기까지 눈을 째리면서 관찰해온 개개인의 감성을 극대화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 그의 촉수에 걸려든 파편들 같은 삶의 리얼리티 Reality는 서사가 있는 해석이었다. 최석운에게서 일상에서의 사람들, 풍경을 관찰하는 것은 일기를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부유하는 일상에서 ‘본다’는 것은 당시의 시공 즉 어떤 시, 공간 안에서 인지되는 공명이다. 원근이 사라지고 그의 그림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에너지가 부딪치고 때로는 비켜가면서 드러난 그것들이 문득 낯설게 느껴지면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이었다. 작가의 시선에 포착된 어떤 장면, 작품 작품에 이야기가 담겨있고 형식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나 자신의 감정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최근 3개월간 다녀온 중국 에서였다. 그동안의 수많은 자신의 그림들에 자신의 감정을 담고 있지 않음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중국에서의 그림이 그에게는 새로운 변곡점이 될듯하다.

정오의 팡센, 100x120cm, Acrlyic on canvas, 2024

그의 최근작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대상들은 채워지지 않고 그림의 일부분이 비워져 있다. 이는 그가 그동안 외부의 시선과 평가, 자신의 강박으로부터 스스로를 놓아주고자 선택한 방식이다. 리히터는 말했다 “나는 실재에 대해 더 이상 정확히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희미함, 불확실함, 일시성, 단편성 등을 추구한다. 이것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이다.” 최석운의 어린아이와 같은 그림은 마무리되지 않으므로 더욱더 낯선 호기심이 유발되고 무의식과의 접점을 유도하는 포인트로 다가온다. 완성되지 않은듯한 그의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더 깊은 차원의 의식과 접속되는 보이지 않는 감정이입의 효과가 있다.

질주1, 60x50cm, Acrlyic on canvas, 2024

일상은 그 시대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코드이고, 자신을 관찰하고 인간을 관찰하면서 시대를 말하는 사람들이 작가라면 최석운은 이 시대를 관통하는 통로가 아닐까?

이순심 (갤러리나우 대표)

갤러리나우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52길 16
02-725-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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