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

[GALLERIES] Johyun Gallery

2021. 11. 4 – 12. 5
이광호

Lee Kwnag Ho, Untitled 4678, 2021, Oil on canvas, 120 x 100cm, ⓒ LEE KWANG HO

조현화랑(해운대)에서는 11월 4일부터 12월 5일까지 사실주의 회화로 잘알려진 이광호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재현으로서의 회화를 넘어선 촉각적, 감정적 언어의 표출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온 이광호 작가는 선인장, 가시덤불에 이어 습지를 주제로 20여점의 작품을 새롭게 선보인다.

이광호 작가는 인물(Interview)과 정물(Cactus) 연작을 통해 집중할 수 있는 대상을 뚜렷하게 표현한다. 그러나 풍경은 정확한 대상의 구획을 지칭할 수 없다. 이렇듯 작가는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그리고자 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과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작가의 시선이 풍경으로 전환되면서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 또한 확장되었다. 이전 작업에서는 보는 이의 시선이 밖으로 나갈 수 없이 캔버스에 계속 머물렀다면, 풍경은 작품 속 배경의 범위를 상상할 수 있게 한다.

Lee Kwang Ho, Untitled 4739, 2020, Oil on canvas, 112.1 x 145.5cm, ⓒ LEE KWANG HO

이번 작품의 배경은 뉴질랜드 남섬의 케플러 트렉(Kepler Track)이다. 폭포, 빙하로 깎인 계곡 등으로 이루어진 숲의 등산로 중간 지점에서 1시간 정도 올라가면 볼 수 있는 호수 주변의 습지이다. 작가는 자연의 상태가 그대로 보존된 장소만을 찾는다. 겨울에 찾은 뉴질랜드의 풍경은 달랐다고 작가는 말한다. 겨울은 다가오는 봄을 위해 모든 생명들이 휴식을 가지는 계절이라고 알고있지만, 습지만은 다르다. 오히려 겨울에 더 왕성한 활동을 한다. 습지의 물에 비치는 하늘과 살짝 드러나는 수초 등은 그 공간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할 수 없다. 또한, 그 아래에는 어떠한 생명이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작가는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존재들에 대한 발견이 작업을 위한 자극이 된다고 한다.

작가의 이전 작업이었던 초상화와 선인장 시리즈는 작가의 작업 공간으로 그 대상을 가져와서 작업할 수 있다면, 자연 풍경은 작가가 직접 그 대상으로 찾아가야 한다. 실제로 작가는 자신이 선정한 장소를 작업하기 전 두 세 번은 방문한다고 한다. 선정한 장소에서는 먼저, 캔버스에 옮기기 위해 선택된 영역을 작가의 카메라 프레임에 담는다. 이 과정에서는 수십 아니 수백 장의 사진을 찍는다. 작품 제목도 자연히 카메라에 찍힌 파일명 그대로이다. 수많은 파일 중 골라낸 풍경에서 작가는 또다시 그리기를 위한 최종 선택을 한다. 그다음은 우리가 이전의 다양한 시리즈에서 사용했던 붓질과 긁어내는 방법, 고무 붓을 사용하는 등 여러 방법이 모여서 연출된다.

Lee Kwang Ho, Untitled 0152, 2021, Oil on canvas, 100 x 100cm, ⓒ LEE KWANG HO

“이렇게 보면 2016년에서 2018년 사이 이광호 작가의 덤불 그림에 가끔 등장했던 꿩이 예사롭지 않다. 화려한 빛깔의 깃털을 가진 수컷 꿩 한 마리가,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덤불 속 깊숙이 몸을 숨기고 있다. 사전을 찾아보니 꿩은 ‘번식기에는 가장 힘세고 나이 든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지만’ ‘궁지에 몰리면 몸은 내놓고 머리만 풀 섶에 숨기는’ 묘한 습성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나무와 풀, 넝쿨들이 어지럽게 얽혀있는 덤불 한가운데 보일락 말락 그려놓은 한 마리의 수컷 꿩. 그는 초상화나 선인장 그림에서 덤불과 습지의 올 오버 페인팅으로 전환되는 이행기를 특징짓는 중요한 흔적이다. 이런 여러 함의를 유추해볼 수 있게 하던 꿩은 2018년 이후 그림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궁지에 몰리면 몸은 내놓고 머리만 숨기던’ 꿩이 이제는 습지의 풀숲과 물웅덩이 속으로 더 깊이, 더 은밀하게 숨어들어 아예 보이지 않게 된 것일까? 아니면 다채롭고 화려한 꿩의 깃털 빛깔을 나눠 받은 습지 그림 자체가 저 수컷 꿩의 환유가 되어버린 것일까?”
– ‘습지(濕地)를 그린다는 것’ 김남시(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평론글 발췌 –

이전 가시덤불 풍경의 경우 하늘과 땅의 구조라면, 습지는 땅(바닥)의 구조이다. 즉, 우리 발밑(아래)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습지 그림이 오히려 전시장 벽에 수직으로 걸려 보는 이로 하여금 또 다른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습지는 청명한 하늘에 모든 걸 비추는 해가 있는 대낮의 모습이다. 습지는 밝은 색감과 시선을 가로막는 것이 없는 넓은 평지이다. 사방으로 밝게 트여있는 공간이 프레임을 뚫고 나가 상쾌한 해방감을 준다. 청명한 하늘이 비추는 습지는 바라보는 관객을 끌어들여 몸을 움직이게 하지만, 우리는 안다. 오히려 그 속에 빠진다는 것을. 이렇듯 이광호 작가는 현실에 존재하는 풍경을 섬세한 붓질과 자신의 주관적 감정들을 표현함으로써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조현화랑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298번길 5
051-746-8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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