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 Picks 2021

[CULTURAL ISSUE] Ilmin Museum of Art

2021. 11. 19 – 2022. 2. 6
이은새, 홍승혜, 윤석남

일민미술관(관장 김태령)은 오는 11월 19일부터 2022년 2월 6일까지 《 IMA Picks 2021 》 (이하 이마픽스)을 연다. ‘IMA Picks’는 국내외 예술 현장에서 지금 주목할 세 명의 작가를 선정해 개인전을 개최하고 예술가가 우리 시대를 읽는 서로 다른 방식을 살피는 일민미술관의 기획 전시다. 예술 작품은 작가의 고유한 미감과 감성, 개인사로 인한 결과물이면서 동시에 사회·정치적인, 한편으론 지정학적이거나 기술적인 배경을 반영하는 공통의 경험체다. 《 IMA Picks 2021 》은 이은새( b.1987 ), 홍승혜( b.1959 ), 윤석남( b.1939 )을 초대한다. 이들의 작품 속에 체화된 조형성을 되짚는 과정을 통해 각기 다른 세대를 경험해 온 여성작가 3인의 시선을 경유해 우리가 마주한 오늘의 세계를 새롭게 탐색한다.

세 작가는 평면의 원리를 예술적 근간으로 삼아 입체와 설치, 때로는 관계나 시간의 성질에 기댄 조형을 자유롭게 응용한다. 회화적 상상력에 의한 오브제의 활용, 디자인 혹은 건축 구조의 도입, 디지털 미디어와 퍼포먼스로의 매체 확장, 가변성을 띤 협업, 재료가 가진 효과에 따른 장르의 재편성 등으로 나타나는 이들의 활동은 관습적인 주류의 언어로 쓰인 미술사 바깥에서 미세한 ‘불편’을 인식한 여성 예술가 개인이 당대와 대면하거나 불화해 온 특별한 도전의 방식이자 태도다. 일민미술관의 《 IMA Picks 2021 》은 이러한 여정에서 드러나는 각기 다른 이해와 탐구의 영역을 주목하고 세대를 초월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이들이 구사해 온 동시대의 감각을 공유한다.

전시 기간 중 인문학 프로그램 〈역자후기〉와 작가 및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줄 연계 프로그램이 열린다. 이은새, 홍승혜는 〈아티스트 토크〉를 통해 관객과 직접 만난다. 이은새는 이번 전시의 신작 제작 과정을, 홍승혜는 함께 작업한 조각가·퍼포머와 함께 그에서 ‘협업’이 가지는 의미를 이야기한다.

총 68일간 진행되는 이번 이마픽스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과 함께 별도의 사전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및 1월 1일과 2월 1일(설 당일) 휴관한다.

이은새 《디어 마이 헤잍-엔젤-갓 Dear my hate-angel-god》

《IMA Picks 2021》 1전시실 전경 * 서울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촬영한 사진입니다.

이은새는 세계를 그리는 미술가로서 자신이 맞닥뜨리는 여러 상황을 회화로 표현하는 작가다. 2015년 열린 첫 개인전 «틈; 간섭; 목격자»(갤러리 조선)를 시작으로 «길티-이미지-콜로니»(갤러리2, 2016), «밤의 괴물들»(대안공간 루프, 2018)을 통해 이미지 생산과 소비의 관성을 고민하며 특히 회화의 내러티브를 이끄는 여성 신체의 사용을 탐구했다. 그에게 반복적인 그리기는 이미지가 시각적으로 소비되는 일방향의 회로를 교란하는 움직임이다. « As Usual: 늘 마시던 걸로 »(갤러리2, 2020)는 이러한 무심한 반복 혹은 운동성을 ‘늘 마시던 그것’을 주문하는 일로 연상한 전시다.

이은새에게 회화는 미술가가 세계를 바라보거나 세계의 일부를 재생산할 때 인지하는 힘과 위계의 격차, 미묘한 실패의 감정을 신체 활동으로 전이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비대칭적으로 이미지가 대량생산되는 시대에, 회화는 이러한 작용의 최전선에 선 미술가가 비로소 세계에 반응하거나 대항하는 기술이다.

«디어 마이 헤잍-엔젤-갓»에서 이은새는 PET 필름, 쇠 평면과 같은 이질적인 재료를 캔버스에 견주어 활용한다. 이 재료들은 2016년 시작된 자신의 인물화 연작에서 ‘그리기’의 동기를 복기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끊임없이 대상화하는 시선의 움직임을 다른 몸의 사용으로 덮고 지우고 변형하기 위해 마련된 회화적 장치다. 이렇게 구성되는 평면은 본 것이 그대로 압축돼 옮겨지는 재현이 아니라 몸을 경유하는 인식과 의식 중에 유예하는 생각이 뒤섞인 구체적 행위로 채워진다. 이은새는 이것을 “물감을 칠하는 일로 무언가를 드러내는, 때로는 상쇄되기도 전복되기도 오히려 명료해지기도 하는, 대상과 이미지 사이에서 양쪽 모두를 비추거나 반사하거나 공격하거나 뒤섞는, 후회하거나 창피해하는, 계속 뒤엉키는, 왜 그림을 그리는지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고 싶은지 생각하는”(작가노트, 2021) 일이라 부른다.

홍승혜 《무대에 관하여 On Stage》

퍼포먼스 〈연습 Exercise〉, dimension variable * 서울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촬영한 사진입니다.

홍승혜는 1982년 서울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프랑스로 떠나 1986년 파리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했다. 1986년부터 쉼 없이 국내외의 크고 작은 전시를 통해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1997년 열린 «유기적 기하학»(국제갤러리)을 시작으로 컴퓨터 픽셀에 기반해 실재 공간을 만들어내는 일에 깊은 관심을 쏟고 있다. 홍승혜는 평면의 사각 픽셀을 유기적 단위로 응용함으로써 추상미술을 현실-장소에 개입시키는 방법을 모색한다. 이러한 생각은 «광장사각»(아뜰리에 에르메스, 2012)과 같은 전시에서 건축과 디자인의 구체적인 몸을 빌려 사각 광장의 모습으로 실현되었다. 그에게 사각형은 안정적이고 견고한 인간 터전의 알레고리이며, 중심도 위계도 없는 그리드( grid )는 민주주의와 무정부주의의 질서, 혼란이 혼재한 또 다른 현실이다.

«무대에 관하여»는 홍승혜가 일민미술관 2층에 배양한 무대이자 장소, 기하학적인 추상이다. 픽셀에 근거한 구조물과 장치—바닥과 벽, 악보( musical score )와 무보( dance score ), 가구와 포스터, 그리고 원형 무대가 가설된 이곳에서 그는 연출가 또는 극장장으로 분해 자신의 영상 작업과 여러 협업자들의 인형극을 상연한다. 무대 위에 오른 5점의 조각은 그의 제자이자 동료인 4명의 조각가가 빚은 자아 혹은 분신이다. 뒤이어 자신을 ‘예술가’, ‘성우’, ‘관객’, ‘공주’, ‘연인’으로 정체화한 5인의 퍼포머가 일종의 움직이는 조각이 되어 무대와 객석을 점유한다. 예술이 평범한 일상에 닿을 수 있다는 생각, 그로 인해 우리 모두가 가담하는 공통의 세계를 조직할 수 있다는 믿음은 종종 사람들의 냉소 어린 시선에 직면한다. 그럼에도 홍승혜에게 무대란 예기치 못한 예술적 사건과 삶의 시간이 뒤엉키는 현재의 장소다. «무대에 관하여»는 이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프레임, 공간에 관한 도전적인 실험이다.

윤석남 《소리 없이 외치다 Crying Out in Silence》

《IMA Picks 2021》 3전시실 전경 * 서울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촬영한 사진입니다.

윤석남은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나 마흔이 지난 나이에 미술에 입문했다. 서른 여섯부터 박두진에게 서예를 사사해 붓을 익힌 것을 계기로 스승의 글씨를 따라 쓰는 임서에 만족하지 못해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딸에 대한 경험, 여성으로서 스스로를 자각하는 일로부터 시작된 그의 작업은 역사 속의 신여성이나 여성 동료들, 그 모두를 아우르는 자신에 이르기까지 억압된 여성 주체를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장면 속에 소환해왔다. 그의 주제의식은 개인적 차원의 동기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의 군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복잡한 정체성의 타자들, 인간 외 존재와 자연에 대한 경외로 확장된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여성작가 최초로 이중섭미술상을, 2019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소리 없이 외치다»에서 윤석남은 일상 풍경에 천착했던 시기 그린 미공개 드로잉과 자화상, 80년대의 정치적 상황을 나무 틀에 그린 회화를 비롯, 자연스러운 미의식과 생명력을 좇아 캔버스를 완전히 이탈한 2000년대 이후의 작업을 한 자리에 선보인다.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회화를 구축하는 시도는 한때 주류 미술사의 강력한 규범으로 존재한 평면성 바깥에서, 윤석남이 작가로서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느낀 회의와 슬럼프를 극복해 온 방식이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전신 채색화는 그가 2016년부터 한국화에 바탕해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표현 양식이다. 그의 작업 여정이 지속될 수 있도록 결정적인 조력자가 되어 준 일본인 친구들—고카츠 레이코(큐레이터), 시노부 이케다(콜렉터), 김혜신(재일교포, 통역가)의 초상 그리기를 통해 국적을 초월한 우정, 연대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 프로젝트 룸에는 1982년 첫 개인전에 출품한 어머니 초상과 초기 유화 작업들이 놓인다.

일민미술관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152
02 2 202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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