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15 – 11. 15 | [GALLERIES] Gallery FM
반민수
The Raised In-Between, 112.1×162.2cm, 2025
갤러리FM은 2025년 10월15일부터 11월 15일까지 반민수 작가의 《Auction House: Broken Illusion》을 개최한다.
미술은 언제나 두 개의 축 위에서 흔들린다. 하나는 물질로 환산할 수 없는 정신의 가치이며, 다른 하나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교환의 가치이다. 이 상반된 두 축은 서로를 부정하면서도 공존할 때 비로소 오늘의 예술을 성립시킨다. 반민수의 회화는 바로 그 경계, 예술의 진실이 깃든 회색 지대에서 출발한다.
반민수는 잉크의 번짐 위에 얼굴을 그려 넣는다. 그 번짐은 작가조차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자, 우리 안의 불확실한 마음의 투영이다. 잉크의 흐름은 예측 불가능한 감정의 움직임이며, 그 위에 겹쳐진 얼굴들은 불안과 욕망, 기대와 허무가 공존하는 현대인의 군상이다. 그의 화면 속 군중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모였지만,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불확실한 내면의 파동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거대한 ‘집단의 초상’을 이루는 것이다.
Broken Illusion, 91×116.8cm, Ink, acrylic on canvas, 2025
Who is the Diver, 33.4×45.5cm, Acrylic on canvas, 2025
이번 개인전 《Auction House: Broken Illusion》은 작가가 2022년부터 이어온 “ART” 연작의 연장선이자, 미술 현장 연작 중 ‘경매’라는 단일 주제에 초점을 맞춘 전시이다.
경매장은 예술이 가장 극적으로 소비되는 무대이자, 명성과 가치가 충돌하는 현장이다. 작가는 이 공간을 단순한 거래의 장이 아니라, ‘욕망이 형상화되는 심리적 극장’으로 바라본다. “화면 속 이목구비를 갖춘 정면의 경매사와는 대조적으로,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군중의 얼굴은 대부분 뒤돌아 있다. 먹의 번짐 효과로 조형적인 주목을 끄는 특별한 뒤통수들. 뒷모습에 가려 실체를 알 순 없지만 개중에는 미적으로 수련된 이도, 고도의 투자 안목을 겸비한 이도, 뱅크시의 파쇄 작품을 낙찰 받아 3년 후 30배의 횡재를 누린 행운아도 있다.” 이들은 미술의 가치를 판단하는 익명의 집단이자, 예술을 시장 논리로 재단하는 시대의 초상이다. 그리고 그 군중의 어딘가에는, 그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 바로 작가 자신이 숨어 있다.
Life Is Shorts, 72.7 x 90.9cm, Ink, Mixed media on canvas, 2025
반민수는 예술을 둘러싼 양가적 현실, 즉 ‘정신적 가치’와 ‘투자 가치’의 충돌을 회화적으로 드러낸다. 그의 먹의 번짐은 그 사이의 모호한 진실을 가리킨다. 예술의 순수함을 지키려는 의지와 그것을 상품으로 인정해야 하는 현실 사이, 작가는 그 경계의 불확실함을 인정하고, 그 불확실성 속에서 진실을 포착한다. 그에게 회화란 통제할 수 없는 욕망과 감정의 흔적을 기록하는 행위이며, 그 흔적들은 결국 ‘현대인의 초상’으로 귀결된다.
Rise And Fall, 72.7×90.9cm, Ink, acrylic on canvas, 2025
《Auction House: Broken Illusion》의 화면 속에서는 미술의 주연인 작품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뒷모습들이 더 강렬하게 남는다. 그 익명의 군중은 미술의 권위를 세우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한다. 예술의 진실은 순수함과 속물성 사이, 찬란함과 허무의 사이, 그 회색의 번짐 속에 머문다. 그리고 그곳에서 반민수는 묻는다. 우리가 믿어온 예술의 가치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그의 회색 화면 속에 남겨진 얼굴 없는 군중이, 그 대답을 대신한다.
– 반이정 미술평론가, 「미술 현장의 양면성이 가린 진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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