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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ating Time, breathing Words 품은 시간과 숨의 말

2021. 1. 21 – 2. 21
임선이

녹슨말-#숨의 말, 2019~2021, chandeliers, FRP, salt, dimming lights, loop (00_06_00), dimensions variable

스페이스 소는 1월 21일부터 임선이 개인전 <품은 시간과 숨의 말 floating Time, breathing Words> 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2019년부터 진행해오고 있는 대형설치 작품 <녹슨말>이 중심을 이룬다.

녹슨말-#숨의 말, detial

전시장은 관객의 숨소리만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조용히 유지된다. 관객들은 <녹슨말>에서 은유적으로 표현된 무언의 호흡과 생의 시간에 서서히 몰입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닿지 못하고 녹슬어버린 노년의 말에 숨을 불어넣어 각 연령의 시선, 몸의 시간 그리고 생의 물리적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모두에게 공평하며 절대적인 시간이 주어지지만 얼마만큼의 시간의 길이를 경험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서로에게 다른 시간과 “말”이 갖는 의미를 “숨”이라는 신체적 현상을 통해 보여준다.

녹슨말-#숨의 말, detial

“천천히 빛을 발하다가 조용히 꺼지더니, 끊어질 듯 다시 불이 들어온다. 오래된 샹들리에들이 아직 남아있는 호흡을 지속하듯,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작업은 임선이가 오랜 기간 천착해왔던 산수 연작과는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 평면인 종이들을 하나하나 치밀하게 쌓아서 만드는 산수 연작이 종국에는 단일한 모뉴멘트(monument)로 완결되면서 매일의 반복적 노동을 통해 어떤 ‘상(像)’을 붙잡으려는 의지를 드러냈다면, 낡은 샹들리에가 마치 호흡하듯 켜졌다 꺼졌다 하는 이 새로운 설치작업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상실되어가는 것들을 흘러가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낡은 샹들리에들은 작가의 수작업으로 하나하나의 크리스탈 조각을 이어나가며 흡사 쓸모없게 된 물건들을 되살려내듯 공들여 만들어졌다. 작가의 수작업에 의해서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태어난 이 샹들리에들은 마치 주목받지 못한 무대 위에서 찬란하지는 않을지언정 마지막 빛을 발하고 있는 주인공들처럼 보인다. 생명이 남아있지만 점차로 스러져가는 존재들의 호흡이 담겨져 있는 듯한 그 빛의 느린 점멸은 감추어진 곳에 있는 연약한 것들이 발하는 아름다움을 애잔하게 전해준다. 이러한 작업의 변화에는 작가가 몇 년간 작업의 휴지기와 함께 경험한 삶의 무게가 담겨있다. 임선이는 반복적으로 쌓아 올려 최고점에서 완결짓는 종전의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완성도 있는 종결 자체가 어려운 상태로 존재하는 주변적 세계를 오랜 시간 바라보는 시선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샹들리에의 크리스탈에 부분부분 부착된 단어들은 작가의 아버지가 실제로 남긴 메모에서 가져온 것으로, 켜졌다 꺼졌다 하는 조명의 느린 호흡으로 인해 흡사 뜨문뜨문 말을 건네는 것처럼 보인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지나치게 되는 이 말들은 누구에게도 건네지지 못한 채 되뇌어지는 독백과도 같다. 임선이는 이 작업을 통해서 젊은 시절 에너지가 많았던 시간을 거쳐서 느려져 가는 노인들의 시간을 다루고자 했다고 언급했다.”

이은주(독립기획자, 미술사가), “느려진 시간에 대한 오마주” 중 일부

녹슨말-#숨의 말, detial

<녹슨말>은 1980~90년대에 만들어진 오래되고 부서져 생명을 다한 10개의 샹들리에를 네 개의 도시에서 구해 오래된 비즈를 연결하여 다시 제작한 작품이다. 그는 화려했던 과거의 시간을 품은 샹들리에에 빛을 만들어 다시 호흡할 수 있는 빛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아두이노를 통해 빛에 구체적인 순서와 시간차를 활용하여 구현한 유기적인 움직임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혹은 신체의 부분처럼 보인다. 노년의 말과 단어를 새긴 구슬들은 바스러질 듯 녹슨 말들이 되고 샹들리에의 시간을 복원하여 빛으로 숨을 불어넣었다. 빛이 바라였지만 여전히 호흡하는 숨의 빛, 여전히 존재하는 말을 이번 전시를 통해 함께 공유하길 바란다.

맞닿은 숨- 머문 말, 2021, 3Dprint, iron corrosion, 33x16x20cm

임선이(1971)는 중앙대학교 조소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03년 첫 개인전 < Shelter >(doart 갤러리, 서울)을 시작으로 <걸어가는 도시-흔들리는 풍경_SUSPECT>(2014, 갤러리 잔다리, 서울) <양자의 느린 시간>(2019, 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등 10 회의 개인전과 <모>(2020, 스페이스 소, 서울)<재-분류,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2019, 수원아이파크시립미술관, 수원) <지속>(2017, 우민아트센터, 청주), <신지도 제작자>(2015, 송원아트센터, 서울)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유토피아 1 – #1 항해자 Utopia 1 – #1 A Navigator, 2019, LightJet C-print, 100 × 150 cm

스페이스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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