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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ra Lancaster – Inside the mirror

2021. 1. 7 – 3. 5
Laura Lancaster

Laura Lancaster, Untitled, 2017, acrylic and oil on canvas, 100 x 80 cm

로라 랑케스터(b.1979)는 지난 2014년 한국에서 열린 첫 전시를 통해 거침없이 숙련된 붓놀림으로 좀처럼 보기 드문 탁월한 회화적 관능미를 선보여 국내 팬들에게 이미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우손갤러리는 유럽의 위대한 회화 전통의 기반을 확고히 구축한 영국 작가 로라 랑케스터의 한층 성숙해진 두 번째 개인전을 6년 만에 다시 개최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랑케스터의 작품에 사용되는 이미지의 기반은 대개 골동품 시장에서 구입한 주인 없는 오래된 가족 앨범이나 잡지와 인터넷 등을 통해 다양하게 수집한 익명의 사진 속 타인들의 기억과 시간 속에서 유래된 것들이다. 사진 속의 낯선 인물들은 작가에 의해 그들의 특정 상황과 시간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독백 사진 속 사람을 단체 사진 속에 끼워 넣기도 하고, 각기 다른 사진에서 있던 인물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캔버스 위에서 전혀 새로운 시간과 공간으로 재구성되어 소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랑케스터의 일련의 작업들은 특별한 인물이나 사건을 재현하기 위함이 아닌, 실존했던 삶의 순간을 포착하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랑케스터의 그림 속 낯선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는 각자의 행복하고 가슴 아픈 순간들과 일치하는 광경과 마주치고 잃어버린 시간 속의 아련한 기억 속으로 재배치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Laura Lancaster, I put you in the mirror I put in front of me, 2018, acrylic on linen, 70 x 50 cm

랑케스터의 작업에서 사진과 회화의 상호작용은 중요한 문제로서 그녀의 작업 대부분이 그것을 근거로 하는 사진들과 필연적으로 관계하고 있지만, 그것은 사진에서 도용된 이미지를 회화화시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닌 더욱 복합적인 관계를 제시한다. 예컨대 뛰어난 회화의 거장의 붓에 잡힌 사진 속 이미지들은 마치 놓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담기 위해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것처럼 작가의 캔버스 위에서 매우 순간적이고 유동적인 붓질을 통해 포착되는 것이다. 이렇듯 랑케스터의 회화에서 나타나는 사진의 역사적 범위는 과거와 현재, 역사와 기억 그리고 나아가 타자와 자아 사이를 오고 가는 가교적 역할을 하고 있다. 망설임 없이 대담한 붓놀림으로 단숨에 작업하는 그녀의 그림은 거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추상표현주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구체성을 잃은 대상은 추상과 구상 사이의 모호한 영역에서 기억과 상상 사이의 경계를 오가며 수많은 대상의 가능성에 다다르게 한다.

Laura Lancaster, Limbo, 2016, oil, acrylic and charcoal on linen, 120 x 150 cm

최근 수년 동안 무엇보다 랑케스터의 관심을 끄는 것은 사진과 그림에 포착되지 않는 잠재적 존재에 관한 것이다. 근작에서 작가는 자아와 타자 사이의 만남이 일어날 수 있는 영역으로서 미술사에서 오랫동안 상징적 의미로 사용되었던 거울 mirror을 그림에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거울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파고드는 그녀의 회화적 심문은 단지 거울이라는 장치를 이용해서 서로 다른 시공간을 결합하거나 확장하려는데 그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 스스로의 눈을 통해서 결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의미에서 사진과 같은 맥락으로 거울은 오래 전부터 랑케스터의 작품을 총체적으로 이끄는 중요한 키워드일지도 모른다. 본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 중 ‘큰 거울이 달린 화장대 앞에 서 있는 여인’에서 우리는 거울이라는 구체적인 모티브를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림 안에 끌어들인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거울을 통해 그림 속 인물은 (사진처럼) 복제되고, 관람객은 그림 밖의 현실 세계에서 그림 속 인물의 실제 뒷모습과 거울에 비친 복제된 앞모습의 양면을 모두 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제 3자인 관람객은 실제로 그림 속에서 서술되지는 않지만, 상황의 전체를 보고 파악할 수 있는 특별한 위치에서 사실상 작품을 완성시키는 매우 중요한 잠재적 존재인 것이다. 즉, 그림 앞에 서 있는 3인칭의 관찰자인 우리는 ‘그림 속 현실’과 그림 안 ‘거울 속의 가상 현실’ 그리고 우리가 실재하는 ‘현실의 공간’이라는 각기 다른 세 개의 현실 세계를 목격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Laura Lancaster, Looking Glass, 2020, acrylic on canvas, 100 x 80 cm

이러한 거울의 신비한 수수께끼 같은 메타포는 단지 대상을 복제하거나 투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상과 현실의 거리를 조절하면서 관람객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묘한 줌(렌즈)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목격자의 시대적 현실은 또 하나의 잠재적 거울처럼 그림 속 가상과 현실의 거리를 유지하는 줌 역할을 하며 항상 다르게 완성되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로라 랑케스터는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나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듯 자신과 똑같은 쌍둥이 언니의 존재를 일정한 거리에서 바라보며 스스로를 관찰해 왔다고 한다. 쌍둥이 자매 레이첼 Rachel Lancaster 역시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작업실을 쉐어하고 함께 록밴드를 결성하여 음반을 내는 등 서로의 삶에서 뗄 수 없는 분신과 같은 존재라고 한다.

Laura Lancaster, Untitled, 2015, oil and acrylic on linen, 180 x 230 cm

위대한 회화의 거장들의 작품이 단순함에서 그 힘을 드러내듯이 겉보기에 지나치게 수사적이지 않은 (어쩌면 약간 모자란듯한) 꾸밈없는 랑케스터의 작품은 회화의 내부 세계에 잠재적으로 존재하는 수수께끼에 더욱 초점을 맞추면서 고요하고 웅장하게 그 빛을 발하고 있다.

1979년 영국의 Hartlepool 하틀풀에서 태어난 로라 랑케스터 Laura Lancaster는 뉴캐슬에 위치한 노섬브리아 Northumbria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현재는 뉴캐슬과 런던을 오가며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랑케스터는 최근 Artfacts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의 구상 화가 25명 중; 데이비드 호크니, 피터 도이그, 글렌 브라운 등과 함께 최연소 작가로 포함되어 영국 회화의 거장으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Laura Lancaster, Woman in Landscape, 2020, acrylic on linen, 40 x 30 cm

우손갤러리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 72
053 427 7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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