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11 - 9. 28 | [GALLERIES] SOUL ART SPACE
최영욱
최영욱, Karma 20235-6, 2023, Mixed media on canvas, 162x146cm
소울아트스페이스는 2024년 7월 11일(목)부터 9월 28일(토)까지 최영욱의 <Karma: All is Well>展을 개최한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소울아트스페이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작품을 선보이며 5차례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는 최영욱은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전시에 이어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의 개인전을 4년여 만에 선보인다. 긴 시간 공들여 작업한 대작부터 중, 소형 작품까지 전체 신작으로 총 29점을 준비했다.
최영욱의 달항아리가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흙과 사람의 체온으로 빚어진 둥글고 넉넉한 자태를 고스란히 평면으로 옮겨와 어느 공간에 두어도 기품 있고 차분하며 소박하면서도 아름답게 발하는 미적 특질에 누구나 찬사를 보낸다. 작가 역시 달항아리와의 첫 대면을 두고 ‘표면의 작은 흠과 변형된 색, 비정형의 형태를 지니고도 그 존재는 자신을 강하게 끌어당겼다’고 회고했다. 그와 소울아트스페이스의 인연도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수행과도 같은 회화의 변주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비디오와 공간설치, NFT 등의 실험을 병행하며 작품의 영역을 넓혀왔다. 특별히 많은 감상자와 콜렉터의 기대를 안고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All is Well’ 타이틀처럼 모든 것이 순적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이른바 만사형통의 위로를 통해 안식을 얻고 새로운 도전을 축복하는 메시지를 함께 전하고자 한다.
최영욱, Karma 202311-20, 2023, Mixed media on canvas, 120x110cm
“모든 것이 점점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지친 이들에게 달항아리와 조용히 만나는 시간을 통해 비워냄의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한다.” 최영욱의 말처럼 그는 채움은 비움에서 비롯된다는 이치를 말하고 있다.속도와 성장논리에 매몰된 현대사회의 빼곡하게 찬 성장논리 속에서 그는 채움은 비움에서 비롯된다는 ‘깊이 있는 질서’의 덕목을 환기시킨다. – 서성록(미술평론) –
작가는 달항아리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관계 속에서 소통하기를 원한다. ‘Karma’라 명제한 작품 속 빙렬은 하나의 인생으로 은유되는데, 세필로 항아리 전체에 촘촘하게 그려낸 선들은 삶을 영위하며 만나는 수많은 인연과 순환하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아우르는 상징으로,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형태의 우리네 삶과 매우 닮아있다. ‘내가 표현한 이미지는 내 삶의 기억, 내 삶의 이야기들이다. 나는 내 그림 속에 내 삶의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업노트처럼 무수한 선의 교차, 때로 미세한 색점이 남기도 하고, 희미하다가도 진하게 이어지며 시공간을 초월하여 연결되는 인생의 영원한 관계성을 작품에서 드러내고 있다.
최영욱, Karma 20246-11, 2024, Mixed media on canvas, 170x50cm
전시작 중에는 기존의 달항아리 외 가로로 길게 뻗은 캔버스의 배경을 빙렬이나 산수(山水)로 채우고 가장자리에 달항아리 한 점을 덩그러니 그려 넣거나 달항아리를 화면의 중앙이 아닌 하단에 배치한 작품도 보인다. 높이 180cm의 대형 캔버스에 항아리의 실루엣은 완전히 지워지고 빙렬로만 가득채운 작품에서는 큰 변화가 발견된다. 가까이 살펴보면 희미한 산수풍경에 빙렬 위로 부유하는 미세한 색상의 변화, 원형으로 피어오른 색점들이 묘사되어있다. 이전보다 더 미니멀해진 작품은 캔버스 밖 벽면으로까지 확장되는 느낌이다. 달항아리를 바라보며 정진해온 명상의 깊이, 최소한의 것을 다루고 있지만 면면을 이루는 요소들을 통해 치열한 그의 작업세계가 엿보인다.
최영욱, Karma 20245-11, 2024, Mixed media on canvas, 120x110cm
무반사 아크릴 액자 속에 두 개의 캔버스가 흑과 백의 대비를 이루며 설치된 작품도 보인다. 심플한 색면작업 같지만 들여다보면 달항아리의 형태가 서서히 드러난다. 뜨거운 가마 속에서 장작을 까맣게 그을리는 연단의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달항아리의 태생을 생각해보게 된다. 최영욱이 평면위에서 달항아리를 변주해가는 방법 중에는 배경색에 차이를 두어 유백색, 회백색, 청백색 등의 여러 톤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그조차도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임하여 색의 대비가 오히려 전체적인 조화와 통일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흰색은 최영욱이 달항아리를 만나기 전부터 즐기던 컬러이다. 순백이 가지는 순박하고도 도도한 정신세계, 드러나지 않지만 어느 것과도 어우러질 수 있는 깊은 정서가 그의 작품과 잘 어우러진다.
감상하는 이에 따라서는 달항아리가 가지는 역사적 해석과 시선들을 살펴보거나 그것을 제작했던 과거 전문도공들의 장인정신, 당시 사람들이 실용하거나 관조했을 풍경과 기원을 떠올려볼 수도 있겠다. 실재하는 달항아리 도자는 아니지만 하나의 대상을 붙들고 씨름하며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작가적 실험을 통해 본래의 그것만큼이나 깊은 사유와 심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최영욱의 힘을 본 전시를 통해 느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소울아트스페이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
051-731-5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