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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 위 물결

캐리리

서정아트 부산에서 캐리리(b. 1987)의 개인전 《Wave on Wave》를 2023년 7 월 20 일부터 8 월 31 일까지 개최한다. 푸른색과 촉각성을 모티프로 한 이번 전시는 작가가 가장 정직한 감각이라고 생각하는 ‘촉각’이 푸른색과 어우러져 형성하는 내러티브에 초점을 둔다.

캐리리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현대인의 막연한 불안감, 불안정 그리고 조급함과 같은 비가시적인 긴장 상태를 주제로, 내면에 있는 불안 요소로부터 파생되는 인간의 불완전한 모습에 대한 논의를 탐구한다. 여러 개의 캔버스를 바닥에 늘어놓은 후, 푸른 물감을 자유롭게 칠하는 작가의 작업은 불규칙적으로 보이지만 철저하게 의도적인 붓질로 색과 형태를 쌓아간다.

Summer Waves No.11, Mixed media on Acrylic Panel, 25.5x19cm. 2023

그러나 빈 공간에 등장하는 검정색 획은 물감 위를 자유로이 표류하며 캔버스에 유희를 더한다는 점에서 예상을 빗나가게 한다. 이처럼 계획과 우연을 넘나들며 축적된 획과 색의 덩어리는 완전함에 대한 작가의 욕망과 고뇌 속에서 살아가는 불완전한 현대인의 초상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Summer Waves No.10, Mixed media on Acrylic Panel, 25.5x19cm. 2023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가는 푸른색의 덩어리가 ‘촉각성’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달리는 차 안에서 창문을 통해 몸을 스치는 바람의 세기, 온도, 습도와 같이 작가가 마주한 주변의 모든 것이 호기심과 관찰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작가에게 느껴지는 촉각의 세기는 신체를 자극하고 그 자극들이 감각기관의 세포를 일깨우는 것이다.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 Ponty, 1908-1961)가 자신의 저서 『지각의 현상학』에서 ‘몸은 세계를 감각함으로써 스스로가 느끼지 못한 새로운 세계의 존재를 열어낸다’고 말한 것과 같이 작가가 신체로 느낀 감각은 가장 본능적인 회화라는 새로운 세계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해주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캐리리는 자신의 작업을 찰나의 감각이라 표현한다. 신작을 포함한 약 20 점 내외의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잔잔한 물의 파동, 거친 파도와 같은 물결의 다양한 움직임과 잔상으로 인해 관람객들이 이성으로만 인지하던 두터운 물리적 세계의 경계선을 허물고, 우리의 몸과 일체되는 무한의 감각을 새롭게 느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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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Bongeunsa-ro 47-gil, Gangnam-gu, Seoul, Korea
1644-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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