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리나

전시 전경 (1)
전쟁 이후, 끝내 남겨지는 것들
Love After War
강리나, CHAOS(혼돈) 72.7x121cm, Mixed media on canvas, 2026
우리는 여전히 전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총성과 폭격이 실제로 존재하는 지역뿐 아니라, 분열과 혐오, 불안과 상실은 현대 사회의 일상 속에도 깊게 스며들어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충돌하고 상처 입으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각자의 폐허 위를 지나간다. 강리나의 《Love After War》는 바로 그 폐허 이후의 감정에 대해 질문하는 전시이다. 그것은 전쟁 자체의 재현이 아니라, 전쟁 이후에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감정과 생명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다.
전시 전경 (2)
전시는 하나의 서사 구조를 따라 전개된다. 반지하 공간은 마치 벙커와 같은 감각으로 구성된다. 어두운 화면 위에 거칠게 흩뿌려진 텍스트와 이미지, 미사일 형상, 불안정한 기호들은 현대 사회의 혼돈과 긴장을 상징한다. 작품 속 언어들은 명확한 문장이 되지 못한 채 부유하며, 기억과 상처, 공포와 욕망이 뒤섞인 인간 내면의 상태를 드러낸다. 특히 검은 흔적 위에 겹쳐진 서사들은 마치 시대의 소음처럼 남아 관객의 심리적 감각을 압박한다.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불안과 충돌의 정서를 체험하게 하는 하나의 심리적 풍경이다.
강리나, 꿀사탕, 91x73cm, Acrylic on canvas, 2026
그러나 강리나는 절망의 상태에 머무르지 않는다. 관객이 계단을 지나 위층 공간으로 이동하는 순간, 전시는 또 다른 정서적 전환을 맞이한다. 빛의 스펙트럼과 하트 형상, 사탕과 불꽃 같은 상징들은 이전 공간의 긴장과 대비되며 회복과 생명의 감각을 드러낸다.
강리나, 사랑의 불꽃, 91x73cm, Mixed media, 2026
작가에게 사랑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파괴 이후에도 인간을 다시 살아가게 만드는 존재의 힘에 가깝다. 화면 속 강렬한 색채와 반복되는 상징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처럼 순수하면서도, 동시에 상처를 지나온 이후에만 도달할 수 있는 감정의 깊이를 품고 있다.
강리나, Big Dream 275x163cm, 2026
강리나의 작업은 회화와 설치, 텍스트와 기호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낙서처럼 흩어진 언어와 즉흥적인 제스처는 거리의 그래피티 문화를 연상시키지만, 동시에 개인의 기억과 시대적 불안을 기록하는 감정의 흔적이 된다. 그녀의 작업에서 텍스트는 읽히기 위한 언어라기보다 감정의 파편에 가깝다. 관객은 그것을 명확히 해석하기보다 하나의 감각으로 받아들이게 되며,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작품 위에 겹쳐 보게 된다.
강리나, 회복중, 72.7×145.4cm, Mixed media on canvas, 2026
《Love After War》는 전쟁과 사랑, 혼돈과 회복, 어둠과 빛이라는 상반된 감정들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연결한다. 그리고 결국 우리에게 질문한다.
모든 파괴가 지나간 이후, 인간에게 끝내 남겨지는 것은 무엇인가.
강리나, Glpria deo-Pax, 112×90, Mixed media, 2026
강리나는 그 질문에 대해 거대한 선언 대신 조용한 이미지들로 답한다. 부서진 시대 속에서도 누군가는 여전히 사랑을 말하고, 작은 희망을 그리며, 다시 살아갈 이유를 발견한다는 것. 어쩌면 예술은 바로 그 미약하지만 끝내 사라지지 않는 감정의 불씨를 지켜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안나연 큐레이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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