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Mizuma & Kips
장-마리 해슬리
《그린다는 건 말야 : 장-마리 해슬리(What Painting Means : Jean-Marie Haessle)》전은 알자스의 광산촌 뷸(Buhl)에서 태어나 14세부터 광부로 살다가 뉴욕 소호를 거점으로 화가로 활동한 프랑스계 미국인 화가 장-마리 해슬리(1939.09.12~2024.04.15)의 초대전이다.

Enchanted, Acrylic on canvas, 193 x 162cm, 1991
해슬리에게 화가의 꿈은 갱도에서 얻은 병을 치료하던 병상에서 『반 고흐의 생애(La vie de Van Gogh)』(1957)를 읽고 매료되어 그의 그림을 따라 그리기 시작하면서 싹텄다. 미술 공부라고는 걸작들을 모작하는 게 전부였던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된 사건은, 갱도 작업을 대신해 채굴 장비 설계 기술을 연마하는 도제 임무를 맡게 된 일이었다. 이 기술을 밑천삼아 출가를 결심한 그는 파리의 거리에서 뒤뷔페(Jean Dubuffet, 1901~1985),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1~1966), 코브라 그룹(CoBrA) 작가들을 마주칠 수 있었으며, 뉴욕 소호에서는 루이즈 부르주아(L. J. Bourgeois, 19111~2010),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 도널드 저드(Donald Judd, 1928~1994), 백남준(Nam June Paik, 1932~2006), 아르망(Arman, 1929~2005), 브네(Bernar Venet, 1941~ ), 랄프 깁슨(Ralph Gibson, 1939~ ), 우아타라 왓츠(Ouattara Watts, 1957~ ), 로렌스 와이너(Lawrence Weiner, 1942~2021), 버드 홉킨스(Budd Hopkins, 1931~2011),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1960~1988) 같은 화가들과 어우러져 화가의 길을 본격적으로 펼칠 수 있었다.

Arcadia I, Acrylic on canvas, 191.5 x 258.5cm, 1994
《그린다는 건 말야》전은 해슬리가 세계 미술 현장에서 이룩한 예술적 성취, 특히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강팍한 운명과 삶의 현실을 어떻게 초극해내며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했던 예술적 경지는 어디였는지를 살핀다.
전시는 그의 삶은 그의 예술적 실천을 어떻게 끌고 당기며 상호 작용했는지를 다루는 제1부 <삶을 건너 예술로(From Life to Art)>로 출발한다.
이어 해슬리의 예술에서 진정한 ‘해슬리다움’이란 어떤 것인지를 화가가 평생에 걸쳐 몰입했던 두 가지 화두, 즉 ‘우주와 자연’ 그리고 ‘인간’의 관점에서 탐색한다.
제2부 <별들의 전령(Sidereus Nuncius)>은 뉴욕으로 이주하여 미술 현장의 이슈들. 예컨대 미니멀리즘미술, 개념미술, 설치미술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던 그가 활동을 접고 1980년대에 새롭게 전개한 경정적인 액션과 마티에르의 <우주> 연작들, 그리고 노년에 들어 추상적이면서도 서정성이 짙게 드러나는 랜드스케이프 작업들로 구성된다.
제3부 <다시, 인간(Human, Again)>은 스스로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이라 믿고 몰입했던 1980년대 작업들에 좌절하여, 주관성의 과잉를 극복하고자 인체 작업을 통해 균형잡기를 시도한 1990년대 작품들, 그리고 마네(Edouard Manet, 1832-1883), 에릭 사티(Erik Satie, 1866-1925) 같은 예술가들을 향한 오마주 작업 등 노년의 농익은 인간관을 보여주는 작업들로 구성된다.
위와 같이 모티브의 관점에서 한 작가의 작품세계에 접근하는 것은 소박한 일일지 모른다. 그런데 표현 형식이나 기법, 예술의욕 등에서 때로는 도무지 한 화가의 작품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가파른 변화와 다양성을 드러내는 J. M.해슬리의 작품들 앞에서 그토록 강렬하게 우리를 예술적 에너지로 감염시키는 유례없는 감각적 투명성에 그나마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그렇게 귀 기울이는 방법이 최선이라 판단했다.
그래서일까? “그린다는 건 말야, 그러므로 그나마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었다는 거야!”고 하는 해슬리의 속삭임이 귓전을 맴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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