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큐

전시 전경 (1)
이길이구 갤러리는 음악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티스트 마이큐 (1981 년생)의 개인전 《사이, 흔적(Traces in Between)》을 개최한다.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로 출발한 그는 리듬과 감정의 언어를 시각적으로 변환하며, 회화 속에서 새로운 감성적 구조를 구축해왔다. 그의 작업은 언제나 ‘소리 없는 음악’처럼 흘러가며, 화면 위에서 정서와 시간이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MY Q, I used to be a singer-song writer #2, 2025, Acrylic on Canvas, 60.5 x 73cm ⓒ 2GIL29 GALLERY
 
이번 전시는 존재와 부재, 충만과 공허의 틈 속에서 생성되는 ‘흔적’을 주제로 한다. 마이큐는 구체적 형상을 재현하기보다 감정의 진동이 남기는 궤적을 화면에 기록한다. 검은 선은 흐르고 끊기며 다시 이어지고, 그 사이의 틈은 색으로 채워지거나 비워진다. 이러한 즉흥적 제스처는 통제와 해방이 교차하는 리듬의 장(場)을 만들어내며, 작가가 말하는 ‘균형의 순간’을 구현한다.
“모든 것은 심장에서 시작된다.” 그에게 회화는 재현이 아닌 공명(共鳴)의 과정이다. 감정은 작업의 출발점이자 에너지의 원천이며, 우연과 불완전함은 그 리듬을 완성하는 요소다. 마이큐의 화면은 충돌과 유연함, 멈춤과 흐름이 공존하는 감정의 장으로, 시간의 흔적이 시각적 리듬으로 번역되는 순간을 포착한다.
 
MY Q, Untitled, 2025, Acrylic on canvas, 198cm x 198cm ⓒ 2GIL29 GALLERY
 
박영택 미술평론가는 “마이큐의 화면은 음악처럼 흐른다. 부드럽고 나른한 색조, 갈필의 선들이 유영하며, 그 흐름은 하나의 리듬으로 감정의 시간을 만들어낸다.”고 평했다. 그는 마이큐의 회화를 “몸의 감각이 시간의 기록으로 전환된 회화”로 해석하며, 음악과 회화가 공유하는 시간성과 감정의 울림을 강조한다. 이번 전시에서 마이큐는 의도적 구성을 최소화하고, 감정이 이끄는 흐름에 몸을 맡긴다. 그는 붓을 든 손의 떨림, 무심한 색의 번짐, 예기치 못한 균열까지도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과정은 ‘완벽한 조형’보다 ‘살아 있는 흔적’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완성된 결과가 아니라, 감정이 움직인 흔적이 남아 있는가의 여부다. 작업의 밀도는 그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최근 마이큐는 작업실을 보다 개방된 공간으로 옮기며, 시야와 감정의 폭이 확장되었다고 말한다. 이전의 어둡고 닫힌 공간에서는 화면이 억눌린 듯했지만, 새로운 환경 속에서 그의 붓질은 보다 자유롭고 호흡이 길어졌다. 공간의 변화는 곧 회화의 변화로 이어졌고, 이번 전시는 그 ‘열림의 시간’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그의 회화는 음악적 리듬을 시각화한 구조를 지닌다. 선은 멜로디의 흐름처럼 진동하고, 색은 화성(和聲)의 울림처럼 중첩된다. 반복되는 붓질은 박자의 단위이자, 감정이 쌓이는 시간의 층이다. 그는 이 모든 요소를 통해 회화를 ‘보이는 음악’으로 확장시키며, 시각예술과 청각예술의 경계를 유연하게 허문다.
 
Installation View (2)
 
마이큐의 작업에는 ‘시간’과 ‘타이밍’에 대한 인식도 깊게 깔려 있다. 그는 “각자에게는 자신만의 시간의 속도가 있다”고 말하며, 회화가 그 속도를 인식하는 행위라고 본다. 화면 위에서 색과 선이 만나는 시점, 그 교차의 리듬이 바로 작가가 말하는 ‘사이’의 순간이다. 
 
MY Q, Untitled, 2025, Acrylic on Canvas, 206 x 197cm ⓒ 2GIL29 GALLERY
 
《사이, 흔적》은 그가 꾸준히 탐구해온 회화적 리듬의 확장선 위에서, 감정과 시간, 그리고 존재의 틈을 직관적으로 시각화한 전시다. 그의 회화는 보이지 않는 것의 흐름—채워짐과 비워짐, 말해짐과 침묵의 사이에서 태어나는 리듬—을 담고 있으며, 그 ‘사이’의 호흡 속에서 예술이 삶의 일부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마이큐의 회화는 한 개인의 감정에서 출발해, 그것이 세계와 어떻게 공명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회화의 표면은 그에게 하나의 무대이자 악보이며, 감정의 잔상이 시각적 리듬으로 전환되는 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그가 구축해온 예술적 언어가 한층 확장된 형태로, 음악과 회화가 만나는 ‘감정의 풍경’을 제시한다.
 
이길이구 갤러리
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대로 158길 35 (신사동) 이길이구 빌딩
02 6203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