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5 – 11. 28 | [GALLERIES] gallery NoW
국대호

S2025802001, 80x200cm, acrylic & oil on canvas, 2025
국대호의 회화는 단순한 색의 병렬이 아니다. 그것은 색을 매개로 공간과 시간, 기억과 감각을 응축하는 그 자신의 궤적이다.

S202497971, 97x97cm, acrylic & oil on canvas, 2024
그는 20여 년 넘게 ‘색’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조형 언어에 몰두해 왔다. 스트라이프라는 반복의 형식을 통해 색과 색, 선과 선 사이에 긴장을 주고, 재료의 물성과 리듬을 변화시키며 화면을 밀고 당긴다. 색은 더이상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그만의 또 다른 기억의 방식인 셈이다. 그래서 색은 그의 기억의 언어이자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하는 도구이다.

S20245015, 120x80cm, acrylic & oil on canvas, 2024
초기 스트라이프 작업이 색과 색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발산의 에너지에 주목했다면, 근작의 스트라이프는 보다 밀도 있고 내밀하다.
작가는 물감의 밀도와 속도, 방향을 조절하며, 평면 위에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다. 때로는 오일을 묽게 풀어 납작한 표면을 만들고, 때로는 캔버스 위에 물감 튜브를 짜내듯 입체감을 드러낸다. 이 단순해 보이는 행위는 회화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감각적, 정신적 차원을 동시에 자극한다.

S20241008, 168x112cm, acrylic & oil on canvas, 2024
국대호의 색은 도시의 풍경을 기억하게 하되, 구체적 장소를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서울의 낯선 풍경, 로마의 어스름한 골목, 첼시의 빛 번진 간판처럼 한때 시선을 훔친 장면들이 색으로 추상화된 흔적이다. 마치 오래된 사진의 초점 밖에서 느껴지는 보케(Bokeh)처럼, 그의 회화는 기억의 가장자리를 더듬는다. 색은 풍경을 말하지 않고, 그때의 자신의 감각을 불러온다.

S2024506 , 120x80cm, acrylic & oil on canvas, 2024
그의 회화는 정제된 언어로서의 색이자, 감각과 사유 사이의 중첩된 공간이다. 즉 이성의 구조와 감각의 해체가 공존하는, 긴장과 질서가 교차하는 자리이다. 이는 미술평론가 홍경한이 말했듯, “병렬하는 공간과 시간의 누적”으로서 존재한다. 국대호의 색은 그저 나열된 선이 아니라, 시간의 결, 기억의 층위이며, 존재의 흔적이다.

S2022D1003, D100cm, acrylic & oil on canvas, 2022
국대호는 말한다. “저는 800만 가지의 색을 직접 제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호기심이 강하다.” 그 호기심은 단순한 실험이 아닌, 회화의 본질을 묻는 탐색의 반복이다. 그래서 그가 스트라이프를 긋는 이유는, 색을 통해 사물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충동이며, 그 충동은 오늘도 그의 손끝에서 묵직한 선 하나로 증명된다.
이번 전시는 색이 어떻게 기억을 품고 시공간의 축으로 기능하는지를 증명하는 장면이다. 이것은 감각의 서사이자, 색으로 기록된 한 작가의 시간과 인생이다. 그래서 그의 색은, 그가 기억하는 방식이자 곧 국대호 자신이다.
그렇게 그는 다시, 기억을 긋는다.
– 갤러리나우 대표 이순심
갤러리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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