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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이 스며든 현실, 이진용의 환상적 리얼리즘

2021. 7. 1 – 7. 31
이진용

Untitled, 2021, 116.5×116.5cm, Oil on canvas

7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서울 이태원 박여숙화랑에서 열리는 이진용 개인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주의(Realism) 혹은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sim)과는 다른 차원의 오브제의 사실적인 재현을 통해 구현하는 ‘회화’라는 장르의 또 다른 의미와 깊이 있는 변주를 드러내 보여준다.

화가 이진용은 부산 출생으로 동아대학교 예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였다. 조소를 전공하고 페인팅에 천착해온 그의 작품은 데뷔 초기부터 현재까지 40여년이 흐르는 동안 다른 작가들의 회화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부피감(Mass)을 지녀 시각적인 질량감(Visual Weight Feeling)이 느껴지는 독특한 화면을 구사한다. 또한 회화의 재료를 선택하는데도 유화물감 등 회화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서 그 어느 영역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로운 작품을 창작해왔다. 그의 작품 주제는 주로 자신이 선별해서 모아 소장하고 있는 수집품(Collection)에서 선택해 주제로 차용한다. 미술사에서 많은 유명작가들이 자신만의 기호와 취미를 반영한 컬렉션을 만들어 비장했던 일은 꽤나 많은 작가들에게서 발견되는 일이다. 바로크 시대의 거장 렘브란트는 당대의 유명한 루벤스나 반 다이크 같은 화가들의 회화 작품부터 인테리어 소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오브제들을 컬렉팅 하였으며, 주식 중개인이 본업이었던 고갱 역시 세잔의 작품이 첫 소장품이었을 만큼 컬렉션에 열정적이었다. 작가 이진용 역시 책, 열쇠, 여행가방, 목판활자, 화석 등 다양한 오브제들을 수집해오고 있다. 이 컬렉션은 그가 작업하는 스튜디오를 가득 채우고, 작가는 그런 컬렉션을 매일 보며 자신이 느껴온 감정과 세월의 흔적 그리고 실질적인 외양까지 캔버스에 담아낸다. 이렇게 탄생한 이진용 작가의 작품은 사진이 주는 리얼함을 내포하고 있지만, 동시에 사진이 줄 수 없는 붓으로만 이루어 낼 수 있는 표현적인 터치와 스트로크가 살아있는 주관적인 재현을 포함하고 있다. 100% 완벽하게 똑같이 재현한 실재가 아닌, 작가가 경험한 실재 속에서 직접 느낀 사물의 실재(Existence)의 본질 그리고 그 본질에 대한 이미지로서 작가의 환상을 담아낸 현실과 환상 그리고 그것이 자아내는 상상의 현실을 드러내 보여준다. 작가 이진용은 실존하는 오브제의 형상을 담아내 현실과 환상 그리고 그것이 자아내는 상상의 현실을 드러내 보여준다. 작가 이진용은 실존하는 오브제의 형상을 완벽하게 똑같이 그려내는 모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그 특정 오브제가 어떻게 인지되는 지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바로 그려진 현실과 그것을 현실로 인지하는 순간, 대상 그 자체가 아닌 이미지가 인지작용을 통해 관객에게 경험으로 다가오는 순간, ‘그려진 대상’과 ‘그려진 그림’ 사이에서 보이는 사실과 진실의 간극을 경험하게 함으로서 보는것과 아는 것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다. 그가 그린 책들을 응시하고 있다 보면 금방이라도 오래된 헌 책방 고유의 냄새가 느껴지며, 손으로 만지면 바스러질 것 같은 촉감마저 스멀거리게 하면서 눈만 아니라 오감을 자극한다. 책은 오래되어 더 이상 제목이 무엇인지조차 알아볼 수 없다. 따라서 그 내용은 더욱 더 궁금하기만 하다. 하드커버 양장본의 표지에 압인으로 제작된 음영까지 표현한 그의 섬세하면서 대담한 붓터치는 감탄을 자아낸다. 이런 그의 작품은 놀랍게도 실존하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즉, 환상과 가상으로 가득한 화폭을 만들어 현실 같은 가상의 세계를 제조해 낸다. 세필이 아닌 제법 넓은 붓으로 한 획, 한 획 터치를 통해 켜켜이 쌓아 올린 유화가 주는 특유의 마티에르는 “어떤 형상을 그리려고 한 게 아니라 대상의 본질이나 시간의 축적을 표현한 것이다.”라는 작가의 이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그는 소위 사진, 영상매체 같은 재료보다는 전통적인 회화적인 방식을 통해 매우 고전적이며 정통적인 회화 즉 그리는 방식을 통해 회화의 본질에 다가가는 한편 전통적인 회화의 21세기적인 실재와 개념을 창조한다. 예술은 실재를 모방한다는 명제를 고수했던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모방이라는 개념을 현실에 존재하는 것은 똑같이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에 대하여 자유롭게 접근하는 것에 그 근간을 두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에서 서문을 쓴 미술비평가 이건수의 “예술은 실재의 반영(the reflection of reality)이 아니라 그 반영된 것들의 실재(the reality of reflection)”라는 문장은 이진용 작가의 실재보다 더 실재다운 환상적인 작품을 매우 적절하고 분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작가 이진용은 1984년 부산의 로타리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일반적인 평면회화 작업부터 나무 혹은 돌을 이용한 조각이나 에폭시를 이용한 오브제와 꼴라주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시도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1993년 개인전으로 인연을 맺은 박여숙화랑과 함께 아트 쾰른, 아모리 쇼, 시카고 아트페어 등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트페어에 참여하면서 작품을 한 층 더 깊이 있게 발전시켰다. 그 이후에는 아라리오 갤러리를 통해 미국, 캐나다 그리고 영국 등지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글로벌 미술계에서 호평을 받았다. 다양한 비엔날레와 초대전을 비롯하여 약 40여회에 가까운 개인전과 80여회의 그룹전에 참여해온 화가 이진용의 작품은 현재 캐나다의 노바스코샤 박물관, 미국의 LA Artcore, 서울시립미술관, 호암미술관 등과 같은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및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Untitled, 2021, 105x200cm, Oil on canvas

끝으로 이건수 비평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쓴 서문의 일부를 통해 이진용의 작품을 좀 더 살펴보면 “질 들뢰즈의 말을 빌어 회화는 리얼리티의 모방이 아니라 리얼리티의 생성이라 했을 때 사진 같지 않은 이진용의 리얼리즘은 현실보다 더 실감나는 환상과 가상을 조용히 열어 보여주면서 전통적인 모방론을 확장 시키려 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의 시선은 눈에 보이는 책, 그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책 냄새, 감촉, 볼륨감 등이 총합되어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책 다운 것’을 실감해야 한다. 여전히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고 심오하고, 진실하다. 이진용은 지난 40여 년 동안 고도의 집중과 노동으로 일관된 수행도를 걸어왔다. 그 길은 오래된 것들에 대한 예찬이자 지나가는 것들을 위한 기도와 같은 것이다. 한 획 한 획, 한 점 한 점 중첩되는 선들과 얼룩지는 점들은 시간의 켜처럼 겹겹이 쌓여 극(極)사실이 아닌 초(超)사실의 장면이 되었다. 붓을 놓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작가의 중요한 예술행위라고 할 때, 그의 그림은 평면의 한계를 넘는 일종의 퍼포먼스이자 시간예술이 된다. “어떤 형상을 그리려고 한 게 아니라 대상의 본질이나 시간의 축적을 표현한 것이다.” 모노크롬 계열의 추상미술이 위세를 떨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이진용의 작업은 미술사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손길이다.”

Untitled, 2017, 73x91cm, Oil on canvas

박여숙화랑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 38길 30-34
02-549-7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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