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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아트의 오늘과 내일 리뷰

‘당신에게 미디어아트란’ 이라는 질문

미디어 아트는 과학과 기술이라는 낯선 영역과의 연계를 통해 현대문화예술의 최전선에서 유의미하게 영역을 확장해 왔다. 기술 및 미디어 환경이 일상 그 자체를 덮어나가는 지금, 이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미디어 아트는 이전의 변방 지대에서 논의의 중심축으로 이동했다.
다양한 기술의 발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미디어 아트인 만큼, 짧지 않은 역사 동안 미디어 아트가 다루어 온 주제와 영역, 의미는 역동적으로 변화해 왔다. 미디어 아트는 무엇이었을까. 오늘의 미디어 아트는 무엇인가. 그리고 미디어 아트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KIAF 측에서 “뉴미디어 아트의 오늘과 내일” 이라는 세션 제목을 전달받았을 때 막연함을 느꼈다. 미디어 아트가 그려 온 궤적과 사람마다 이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모습은 상당한 거리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구성된 이 틀에 대해 우선 프로그램 참여자에게 공통의 디딤판 설정을 위한 토대를 공유했다.

미디어 아트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는 기술과 사회의 변화 양상에 크게 영향을 받아왔다. 기술에 기반한 경험과 상상과 같은 기술에 대한 자극과 반응, 기술의 가능성에 대한 탐색, 기술과 기술적 목표와는 다른 기술의 이면과 그에 대한 비판과 환기, 기술과 우리와의 관계 등 다양한 상황과 활동이 이 용어 및 개념의 판 위에서 펼쳐졌다.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팬데믹은 유례없는 물질적 단절과 비물질적 경험의 밀착, 기술 연계 세계와 활동에 대한 경험과 탐색의 계기이고 공통 분모였다. 이를 기점으로 몇 년간 해당하는 상황과 현상에 연계한 ‘미디어 아트’ 분야는 확장, 편향, 분화, 단절 등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이러한 양상에 대해 한국과 한국 외 문화권의 미디어아트에 대한 현재와 방향성, 앞으로 맞이하게 될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가려 했다.

[2023 Kiaf Seoul x KAMS x Frieze Seoul Talks] 현장 이미지, 2023. ⓒ 예술경영지원센터

초청 연사인 도메니코 콰란타(Domenico Quaranta)는 뉴미디어와 디지털 아트를 탐구 대상 삼아 현대미술과 디지털 문화의 교차점을 탐구하며 예술과 기술을 둘러싼 담론 형성에 다양한 시도를 진행해 온 큐레이터이자 미술 평론가, 교육자이다. 그는 우리나라에 <뉴미디어 아트 매체를 넘어(Beyond New Media Art)>라는 저서를 통해 알려졌다. 이 책에서 그는 ‘뉴미디어 아트’라는 용어를 둘러싸고 벌어진 미술계의 다양한 충돌과 이해를 정리했다. 2013년 출간되어 2018년 한국에 번역 소개된 이 책을 통해 필자도 혼란스러웠던 인식과 나름의 규정에 가뭄에 단비처럼 도움을 받았다.

한국이 처음이라는 그는 한국의 디지털 문화와 예술의 속도와 환경이 인상 깊었다고 우선 소감을 밝혔다. 본인의 미디어 아트에 대한 관점으로 그는 미디어 아트라는 대상에 대해, 미술사에는 없었던 이것이 현재 그 접점을 생성하고 있으며 이를 기록하고 해석하는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 행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록과 정리에서 벗어나 있던 과거를 재탐색하여 얻어낸 프레임을 바탕으로 인간이 기술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추적해야 함을 이야기했다. 예술 밖에 존재했던 미디어 아트가 예술의 안으로 들어온 것은 기술에 대해 비판하고 그 가능성을 탐색하며 이를 통해 우리와의 관계성을 사고하는 행위가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며, 이는 담론과 질문이 중심인 현대 미술과 닿아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밝혔다. 그에게 미디어 아트는 현대미술이며 그 궤적을 명확히 하기 위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과거를 밝히고 내일로 투사해야 함을 강조했다.

또 다른 참여자 융마(Yung Ma)는 한국의 문화예술계, 그것도 미디어 아트에 대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20년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 아트 관련 행사인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의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그는 홍콩 M+에서 무빙 이미지 분과의 큐레이터로서 무빙 이미지 작품에 대한 연구 및 기획을, 파리의 퐁피두 센터에서 동시대 미술 및 유망 창작 분과의 큐레이터로 재직하며 보다 현대 미술의 영역에서 그 시각을 통해 동시대 문화예술을 조망해 왔다. 그는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서 《하루하루 탈출한다》라는 제목으로 ‘도피주의(escapism)’,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탈출하려는 개인의 욕망을 예술과 대중문화의 상상력으로 연결하고 이를 조망함을 시도했다.

언급한 내용대로 그는 미디어 아트가 가지는 기술적 내용과 접점보다는 예술에 중심을 둔 발언을 건네었다. 오늘의 미디어 아트에 대한 많은 논의는 ‘아트’ 보다는 ‘미디어’의 비중이 큰 것 같다며 우리 자신을 중심에 두고 경과와 의미를 탐색해야 함을 강조했다. 우리 인간은 기술의 속도를 마주하고 다룰 수 있을 만큼 빠른 존재가 아니며 한 발 뒤에서 생각하는 것이 바로 예술임을 밝혔다. 현재 강조되고 있는 미디어 또는 기술의 지향점과는 다른 의미와 목표를 가진 것, 즉 예술에 대한 관점이 우리에게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언급은 예술에 대한 이야기, 즉 우리의 경험과 관계와 시각을 중심으로 논의를 생성해야 함을 의미할 것이다.

함께 참여한 작가 이예승은 자신에게 미디어 아트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융마의 화두를 이어받아 정의의 차이이며 무엇을 바라보아야 하는가를 통해 각자의 이해가 생성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다양한 기술 및 매체가 혼재되는 오늘, 이와 연관한 사회 현상에 관심과 고민을 가지고 드로잉, 설치, 인터렉티브 미디어 등 폭 넓은 스펙트럼의 매체를 이용하여 꾸준하게 미디어 매체 형식 탐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한 그의 활동은 다양한 시간, 문화, 상황 사이의 가로지름과 연결로서 드러난다. 그의 작품에는 동양의 시각언어와 철학이 반영되는데 이를 기반으로 영상 기술을 통해 작품 안에서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 관점의 차이를 드러낸다. 그 창작 과정 중 기술과 미디어가 무르익어야, 즉 체화되고 소화되어야 그다음의 관점이 발생한다고 이야기했다. 미디어와 아트는 대립하기보다 당대의 미디어에 대해 작가가 충분히 이해하고 사유하며 작가 안에서 숙성되고 자연스럽게 자신으로부터 비롯되는 이야기가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스튜디오 아텍(Studio Artech)의 김성필, 박문성은 속도에 대해 또 다른 견해를 밝혔다. 그들은 오늘날 세계를, 그리고 미디어 아트에 대한 이해를 바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미디어 기기의 보편화’를 꼽았다. 이들은 예술과 기술을 가로지르며 그 교차가 자아내는 실험적 영역에 관심을 두고 시각예술의 경계 확장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전통적인 현대미술의 장, 즉 미술관과 전시의 영역을 아우르지만, 그 영역의 밖인 빠르게 관람자와 닿고 기민하게 반응하는 도시의 표면과 상업적 교류의 채널에서 다양한 결의 작업을 발빠르게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

그들은 미디어 기기, 즉 기술 매체 또는 기술적 대상은 끊임없이 변하는 무언가이며 패션에 준하는 속도와 영향력을 가진다고 언급하며 질주하는 기술의 속도와 그에 대응하는 것이, 즉 받아들이는 관점을 중요하게 강조했다. 기술에 대한 적극적 포용과 해석, 그리고 상호교류의 장을 형성하는 것, 이를 통한 장소와 인식의 확장을 미디어 아트의 오늘이라고 밝혔다.

이어 융마는 ‘미디어’와 ‘아트’를 구분하며 이들이 ‘미디어 아트’로서 함께 하며 형성한 대지에서 각자를 이탈하고자 하는 열망을 중요시 살펴봐야 한다고 그 이후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콰란타는 미디어 아트의 이름으로 많은 것이 변했고 계속 유지되는 것도 있지만 결국 반복되고 있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하며 저항과 수용, 찬양과 비판의 양 측면을 모두 복기하고 기록하며 ‘깊고 멀리’라는 두 축 모두를 살펴야 할 것이라 언급했다.

이번 행사는 1시간이라는 아쉬운 제한 상황에서 깊고 멀리 조망할 수는 없었지만, 각자가 걸어온 궤적을 바탕으로 고민하고 실행해 온 주제에 대한 가닥을 공유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허대찬 /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 편집장, KIAF 미디어아트 특별전 기획자

예술학과 디자인학을 전공, 기술과 미디어기반의 예술 및 디자인 등 문화예술영역에 대한 연구와 기획 활동을 하고 있다. 기술과 미디어로 조성된 오늘날의 환경과 그 안에서의 현상 및 인간 활동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현재 미디어문화예술채널 앨리스온의 편집장, 게임 연구 집단 더플레이 대표, 한국디자인사학회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IAF 미디어아트 특별전《Gray Box: 사건으로서의 스크린》, 메타버스 주제전시 및 심포지엄《더 로버: 폐허 이전, 폐허 너머, 폐허의 상상, 메타버스》, 디지털 헤리티지 관련 주제전시 《유물, 창작자의 시선》등 전시와 더불어 한국 미디어아트씬 연구 및 작가탐색 , 기술미학포럼, 게임문화 포럼 와 같은 연구 및 문화행사에 대한 기획을 진행하였다. 미디어 아트와 디자인 분야에서 기술문화와 관련된 연구를 기반으로 전시 및 교육, 연계프로젝트를 기획,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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