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26 | [ARTICLES] 2023 Kiaf SEOUL x KAMS x Frieze Seoul Talks | Session 1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아시아 아트페어의 부상과 그에 따른 과제
지난 2년 동안 숨죽이고 있었던 국제 행사들이 2023년이 되자 코로나19의 암묵적인 종식과 함께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투어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한동안 서구 중심으로 아트페어가 성행하면서 미술시장의 점유율이 비교적 낮았던 아시아에서는 2023년의 시작과 더불어 연이어 대규모 아트페어가 개최되었다. 지난 1월 싱가포르 아트 SG가 그 포문을 열었고, 이어서 3월에는 아트바젤 홍콩이, 5월에는 타이베이 당다이 아트페어, 7월에는 도쿄 겐다이 아트페어가 있었다. 그리고 9월에는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가 개최되었다. 아직 23년이 조금 더 남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만으로도 아시아 아트페어의 부상이 충분히 눈에 띄는 해이다. 올해로 11회를 맞이한 아트바젤 홍콩뿐만 아니라 7월에 첫 회를 개막한 도쿄 겐다이 아트페어까지, 여러모로 아시아 아트페어의 기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승세에는 무엇보다 2022년 프리즈의 서울 상륙이 도화선이 되었을 거라고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프리즈가 서울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2019년부터 키아프와 프리즈의 공동 개최가 거론되면서 21년에 파트너십을 맺고 22년부터 향후 5년간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만은 변함이 없다. 팬데믹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리즈 서울의 첫 개 막은 국내 미술시장뿐만 아니라 미술계 전반에도 큰 이슈가 되었다. 프리즈 서울의 첫 회가 성공적으로 지나가고 2회를 맞이한 올해, 미술계뿐만 아니라 정치적, 문화적으로도 프리즈에 대한 주목도는 당연히 예년보다 높아졌으며 이에 대한 관심과 함께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2023 Kiaf Seoul x KAMS x Frieze Seoul Talks] 현장 이미지, 2023. ⓒ 예술경영지원센터
그리하여 23년 키아프 서울과 (재)예술경영지원센터, 프리즈 서울이 공동으로 토크 프로그램을 마련하였고, 그 중 ‘아시아 아트페어’라는 주제로 나라별 페어의 수장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리고 현재 프리즈 서울을 중심으로 아시아 아트페어의 긍정적인 면과 이에 수반되는 비판적인 목소리까지 서로 묻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토크는 중앙일보 선데이 문화전문기자 문소영의 진행으로, 아트바젤 홍콩 디렉터 안젤 시양리, 도쿄 겐다이 디렉터 에리 타카네, 타이베이 당다이 공동 디렉터 로빈 펙캄, 프리즈 서울 디렉터 패트릭 리, 그리고 키아프 부운영위원장 이정용이 패널로 출연했다. 간단한 소개에 이어 곧바로 문답이 시작되었다.
한 시간 가량의 토크인 것을 감안하여 적절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가는 가운데 첫 번째로 아트페어의 성장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성장과 직결되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현재 프리즈 서울의 상황으로 보아 한 번쯤 곱씹어 봐야 할 문제임이 분명한 이 질문에 패트릭 리는 아트페어의 성공이 미술시장의 성공은 아니라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리고 프리즈는 여러모로 역동적인 상태인 서울의 현재 상황을 고려하여 시장을 탐색하는 가운데 서울을 선택했다는 답변으로 이어졌다.
‘프리즈’라는 서구 중심의 거대 자본의 행사가 아시아에 들어옴으로써 아시아의 미술시장마저 서구권 갤러리가 장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비판적인 질문에도 이들은 하나같이 이러한 아트페어가 가져야 하는 역할로써 동서양의 가교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안젤 시양리는 아트바젤 홍콩이 홍콩 현지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통해 교류와 협력을 강조했다. 이는 프리즈 서울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정용 키아프 부운영위원장은 확실히 프리즈가 합류한 뒤,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후원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아시아는 각 나라와 지역마다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여전히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패트릭 리도 아시아에 아트페어가 과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시아는 여전히 광범위하고 장기적으로도 서양과 양방의 교류를 통해 더욱 성장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는 에리 타카네의 입장과도 유사했다. 그녀는 이번 도쿄 겐다이 아트페어에서 40%가 일본 국내 갤러리, 나머지 60%가 국외 갤러리가 참여한 것을 예로 들며 60%의 국외 갤러리 중 절반이 동양의 갤러리였다는 것을 언급했다. 에리 타카네는 도쿄 겐다이 아트페어의 목적이 일본 미술시장의 활력과 더불어 일본의 작가, 컬렉터, 국내 미술관의 개방, 신진작가 프로모션 등 아시아 동시대 미술을 개방하는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저렴한 비행기 값으로 이동할 수 있기에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같은 아시아권에 속해있더라도 각각의 페어가 개최되는 도시마다 뚜렷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점, 여러모로 여행에 목말랐던 지난 2년의 갈증을 채우기에도 아시아 곳곳에서 펼쳐지는 아트페어는 관광과 리서치에 충분한 명분이 된 것은 분명하다.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 불리는 한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근대화에 성공한 국가를 지칭한다. 미술시장과 보다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경제 성장은 아트페어의 개최 요인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서울아트위크, 프리즈위크 등으로 한동안 서울이 떠들썩했던 가운데 이러한 아트페어의 부상으로 미술시장의 활기와 더불어 도시 전체가 여러 이벤트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또한 아트페어의 장이 네트워킹을 형성하기 위한 일종의 커뮤니티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지적이었다. 어찌 보면 가장 이상적인 답변이기도 하다. 미술시장과 공공기관, 전시, 홍보, 교육, 대담 등으로 도시 전체가 미술을 위한 행사로 탈바꿈하는 것, 이는 안젤 시양리가 말한 것처럼 도시에 대한 존중이 필요한 일이다.
이번 프리즈 서울의 자체적인 평가로 패트릭 리는 모든 참여 갤러리들이 높은 수준의 전시를 선보인 것을 강조했다. 그는 아트페어가 미술관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대중문화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서로 다른 입장을 지닌 공공기관과 사립 미술관, 갤러리, 그리고 여러 전시 공간 등이 모두 어우러질 수 있는 사교의 장이 되는 것은 생각보다 수월해 보이진 않는다.
그럼에도 정치적, 국가적 차원에서 단지 아트페어의 일회성 성공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프리즈 서울을 통해 남겨진 과제일 것인데, 이는 시간이 오래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프리즈 서울의 5년 중 2년이 벌써 지나가버렸기 때문이다.
이슬비 / 독립기획자, 미학관 디렉터
주로 글을 쓰고 기획을 한다. 역사가 새로 읽히는 방식이자 일종의 방법론으로서 ‘아카이브’와 더불어 시각예술 안에서 대중문화에 대한 접근방식에 흥미를 갖고 있다. 전시 공간인 ‘미학관’을 운영하면서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이며 판매를 함께하고 있다. 여러 크고 작은 전시를 기획하며 다양한 주제의 연구와 출판, 전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 KAMS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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