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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OCI YOUNG CREATIVES 이윤재 《Viewers’ Conditions》

사물의 본질에 대한 탐색을 넘어 인간의 고정적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윤재는 ‘보는 행위’에서 발생하는 시각적 차이를 다양한 매체로 풀어낸다. 4명의 각막을 본뜬 필터를 활용하여 만들어진 이미지들이 전시장을 점유한다. 같은 곳, 같은 대상을 바라보지만 화면 위에서 서로 다른 크기와 형태로 저마다의 시야를 드러낸다. 작가의 집요한 탐구는 끝없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익숙한 기계 장치들이 의인화된 형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우뚝 서있다. 4대의 모니터 화면에는 세포, 신경을 연상시키는 정체 모를 형상들이 합창하듯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낸다. 형상의 출처가 어디인지 궁금해지려는 찰나, 카메라 렌즈 앞에 볼록한 형태의 필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생소한 물체가 이윤재 작업의 중요한 단서이다.

Optic Quartet(광학 사중주)_camera, lens, corneal filter, video mixer, tripod, tv, led diode_dimension variable_2023

2018년 시각에 대한 연구를 기점으로 시도한 (2021)는 근시와 난시를 가진 작가 자신의 각막 형태를 본뜬 카메라 필터를 제작하여 나안으로 본 야경을 재현한 작업이다. 이 작업의 연장선상으로 확장된 <광학 사중주>(2023)는 타인의 각막 데이터를 활용하여 다양한 사람들이 보는 시야를 구현한다.

Self-portrait(자화상)_archival pigment print_61×76.2㎝_2023

전시명 “Viewers’ Conditions”은 중의적인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Viewers’는 작품을 보는 관람객을 뜻하기도 하지만, 각막 데이터를 제공해준 공여자들을 의미한다. ‘Conditions’는 단어 그 자체의 의미로 상태나 조건을 뜻한다. 작품을 보는 이들 혹은 공여자들의 상태와 시각예술을 관람하는데 있어 특정한 광학적 상태가 암묵적인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Discovery of Questions(질문의 발견)_archival pigment print_70×50㎝ each_2023

이윤재의 작업은 객관적인 데이터가 주관적 필터를 거치며 타인이 바라보는 세상을 엿보게 한다. 감각하는 방식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이제야 비로소 ‘본다’의 진짜 의미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선 듯하다.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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