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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치광이웃 My Lunatic Neighbar

2022. 6. 23 – 9. 28
다니엘 리히터 Daniel Richter

Daniel Richter, My Lunatic Neighbar, Installtion View, space k seoul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 서울’(강서구 마곡동 소재)은 오는 6월 23일부터 9월 28일까지 독일을 대표하는 회화작가 중 하나인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ter b.1962)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나의 미치광이웃(My Lunatic Neighbar)’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 20여 년간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온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사회적 이슈와 언론매체의 이미지, 대중문화 등 우리 주변을 둘러싼 사회현상에서 영감받아 회화로 종합하는 ‘다니엘 리히터’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형상 회화가 시작되는 2000년부터 형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최근까지의 작품 25점을 소개한다.

다니엘 리히터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펑크 록 밴드의 포스터와 앨범 재킷을 그리는 것으로 미술 활동을 시작했다. 20대에 사회 운동과 음악에 심취했던 작가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함부르크 예술대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했다. 작가는 예리하면서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신문 기사, 잡지, 영화, 미술사, 광고 등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이미지를 재해석해 작품의 재료로 활용한다. 동시에 우리 삶의 공포와 불안을 포착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회화로 펼쳐낸다. 다니엘 리히터는 프랑크푸르트 쉬른 미술관, 덴마크 루이지애나 미술관,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 등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했으며 덴버 미술관, 도이치방크, 뉴욕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최근에는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아테네오 베네토(Ateneo Vento)에서 대규모 신작 전시를 진행 중이다.

다니엘 리히터의 회화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발전해왔다. 1990년대는 추상회화의 자유로움을 실험하며 최대한의 시각 재료를 담은 화면을 구성했다. 2000년대 이후로는 구상성과 서사가 강하게 드러난다. 이 시기는 사회적 이슈를 환각적이면서 거친 화풍으로 그려내 역사화의 성공적인 현대적 변주로 평가받는다. 작가는 2015년 이후로 추상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회화로 다시 한번 변화를 시도한다. 이때는 인체의 형태로 범위를 줄이고 몸의 동적 움직임에 주목하여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번 전시는 다니엘 리히터의 작품에서 서사가 본격화되는 2000년 회화부터 인체의 형상에 집중하는 근래의 회화까지 20여 년간의 여정을 소개한다. 제목 ‘나의 미치광이웃(My Lunatic Neighbar)’은 네이버(Neighbor)의 철자를 의도적으로 바꿔 정해진 규칙을 따르지 않는 작가 특유의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을 보여준다.

투아누스 Tuanus, Oil on canvas, 252x368cm, 2000

작가의 2000년대 작품들은 일종의 현대적 역사화로 볼 수 있다. 다만, 화면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함으로써 해석에 있어 열린 구조를 취한다. <투아누스, 2000>는 다수의 인물이 등장하는 환각적 화면으로 묘사된다. 커다란 나무 아래 사람들이 모여있는 화면은 경찰의 심문을 받는 사람들처럼 보이다가도 구애하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작가는 19세기 프랑스 회화의 기법을 참고하여 마약 중독자들이 모인 공원의 한 장면을 묘사했다. 화면은 사건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사람들이 엉켜진 모양새로 환영의 공간을 탄생시킨다. <피녹스, 2000>는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동시에 벌어진 미국 대사관 폭탄 테러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작품은 독일 통일 10주년에 발표되었기에 베를린 장벽 붕괴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도 보인다. 견고했던 사회 정치 구조가 균열 되는 지점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작가는 스스로 몸을 태우고 다시 살아나는 전설의 새 피닉스에 빗대어 몰락과 부흥을 반복하는 정치와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헤이 조 Hey Joe, Oil on canvas, 240x180cm, 2011

2011년 그려진 일련의 회화는 험난한 산세와 인물들이 등장한다. 낭만이라는 주제를 탐구하던 시기 그려진 작품들로 이방인, 오리엔탈리즘, 모험, 영웅, 자연의 장엄함 등 낭만주의 문학과 미술의 클리셰들을 새롭게 재현한 작품들이다. <그러나 너를 돕는 건 내 본성에 어긋나, 라고 늑대가 말했다, 2011>는 벼랑 끝에 매달린 남자와 그것을 바라보는 늑대의 모습이 등장한다. 화면은 자연스럽게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대표작을 떠올리게 한다. 안개로 휩싸인 산 정상에서 대자연을 내려다보던 한 남자는 벼랑 끝에 매달려 늑대에게 도움을 청한다. 작품 제목에서 늑대가 남자를 돕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밝히면서 위태로운 낭만과 현실에 부딪힌 자유와 꿈을 상기시킨다. 한편, <헤이조, 2011>는 터번을 쓴 남자와 카우보이모자를 쓴 남자가 만나는 상황을 묘사한다. 19세기 문학에서 터번은 미지와 환상의 세계, 중동을 향한 서구인들의 궁금증과 모험을 의미하지만 911테러 이후 위협과 갈등의 상징으로 변모된다.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말보로맨의 전형이며 마초의 상징이지만 웰빙과 금연의 시대적 흐름으로 이제는 변해버린 과거의 낭만이다.

눈물과 침 , Oil on canvas, 220x165cm, 2021

최근 작가는 강력한 색과 선으로 인물들의 행동을 단순하고 긴장감 있게 표현한다. 강한 실루엣과 원색 표현이 인상적인 <눈물과 침, 2021>은 1차 세계대전으로 다리 잃은 독일 두 소년 병사가 목발을 짚고 나란히 걸어가는 엽서 사진을 참조했다. 전쟁의 부조리와 슬픔을 상징하는 이 사진은 다니엘 리히터에 의해 각자 하나의 다리를 가진 두 사람이 겹친 모습으로 전환되어 펑크스타일의 화려한 나비나 휴머노이드처럼 역동적인 존재로 읽힌다. 전쟁의 상흔과 같은 드라마틱한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선과 색의 화면이 다양하게 읽혀질 수 있도록 실험하는 것이다. 또한 <개쩌는 음악, 2018>에서도 세 개의 몸이 서로 엉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명확한 신체의 이미지라기보다 구분되고 조각난 덩어리로 묘사된다. 살펴보면 벌린 입은 비명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활동적인 다리의 형태로 펑키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혹은 신체끼리 얽힌 관능적인 순간을 포착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신체의 이미지를 재료 삼은 작업은 선과 색 자체에서 오는 시각적인 스펙트럼을 늘려간다.

다니엘 리히터에게 사회 정치적 이슈는 지금도 작가의 주요 관심사지만 최근 작업에서 보면 서사성에서 벗어나 스타일을 단순화시켜 새로운 회화적 언어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달으면 지루해 진다.’는 작가의 말에서 새롭고 깊이 있는 회화가 궁극적인 수단이자 목표인 작가의 태도를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오늘날 정치, 사회, 문화, 예술 전반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다니엘 리히터의 작품 세계를 조망해 볼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 오디오 가이드는 배우 소유진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평소 미술 작품을 통해 영감을 충전한다는 소유진은 이번 다니엘 리히터의 전시설명 녹음에 참여하며 ‘끊임없이 그림 스타일에 변화를 추구해온 작가의 미술적 태도를 보며, 자신의 새로운 도전과 삶의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한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페이스K’는 2011년 과천에서 시작한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이다. 2020년 9월 강서구 마곡동에 확대 개관한 ‘스페이스K 서울’은 예술을 활용한 코오롱의 차별화된 예술사회공헌 활동으로 그간 국내 신진작가, 재조명이 필요한 중견작가 등을 발굴해 전시 기회를 제공해 왔다. 또한, 국내에 덜 알려진 해외 작가 전시를 개최하는 등 예술가에게 지속적인 창작을 할 수 있는 지원과 후원을 통해 현대미술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Daniel Richter, My Lunatic Neighbar, Installtion View, space k seoul

스페이스K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32
02-3665-8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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