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Kiaf HIGHLIGHTS 2026
“무엇이 보이든 그것이 맞습니다.”
임노식 —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풍경에 관하여
임노식의 작업은 고향 여주의 작은 마을에서 출발한다. 대대로 같은 땅을 일궈온 가족과 사라져 가는 풍습, 그리고 새로운 이웃이 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함께 살아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그는 묻는다. 우리가 ‘전통’ 혹은 ‘풍경’이라 부르는 것은 과연 고정된 모습일까. 임노식은 사람과 장소, 우리와 타자를 나누는 경계와 시선을 흔들며,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풍경을 회화로 탐구한다.
Installation view of Things That Hold by LIM Nosik at Sothu, Zurich, Switzerland.
Courtesy of the artist, Sothu, and Arario Gallery.
Q1. Kiaf SEOUL 2026에서 선보인 작품은 어떤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나요?
이번 출품작들은 고향 여주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안에는 대대로 같은 땅을 일궈 온 가족이 있고, 같은 성씨를 쓰고 같은 선산에 묻히는 집성촌이 있습니다. 또한 사라져 가는 장례와 농사의 풍습이 있고, 어느 순간부터 곁에서 함께 일하고 생활하게 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계속 붙들고 있는 질문이 있습니다. 지금 이 마을의 모습을 ‘전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전통, 또는 하나의 풍경이 완성된 형태라기보다 한 장소에서 관계를 맺으며 계속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관계 안에는 늘 우리와 타자를 나누는 경계와 시선이 있습니다. 제 작업은 그 경계와 시선 사이에서, 전통 혹은 풍경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과정입니다.
Q2. 최근 작업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나 질문은 무엇인가요?
요즘 가장 오래 붙들고 있는 질문은 서로 다른 것들이 함께 하나의 장소를 이룰 수 있을지, 그리고 우리는 그 서로 다른 것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같은 풍경을 보아도 누군가는 고향을 보고 누군가는 일터를 보며 또 누군가는 낯선 땅을 봅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이름과 기억으로 대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쉽게 같음과 다름을 나누고 우리와 타자를 가르게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형상이 하나로 쉽게 정해지지 않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람과 풍경이 같은 색 안에서 섞이기도 하고 닮은 인물이 조금씩 어긋나 있기도 합니다. 그 경계가 정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그렇게 보도록 익숙해진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임노식 작가
Q3.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들려주세요.
앞으로도 제가 속한 지역과 공간에 오래 머물며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직접 걷고 보고 모으는 시간 속에서 관계는 계속 달라지고 그림도 그에 따라 변해 갑니다.
저는 평면이 보는 사람의 시선과 판단이 일어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앞에 있고 무엇이 뒤에 있는지, 무엇이 사람이고 무엇이 풍경인지가 평면 위에서는 쉽게 흔들립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 흔들림이 화면 위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시선이 쉽게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 평면을 더 깊이 탐구하고 싶습니다.
내년 개인전 𝘏𝘜𝘎 (가제)에서는 서로 다른 두 존재가 각자의 몸과 경계를 지닌 채 서로를 지탱하고 의지하며 함께 살아가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려 합니다. 가족과 이웃, 그리고 먼 곳에서 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를 담고자 합니다. 또한 그 안에서 전통과 풍경 그리고 사라져 가는 문화와 새롭게 생겨나는 문화가 맺는 관계를 그리게 될 것 같습니다.
Q4. Kiaf HIGHLIGHTS 2026을 통해 관객과 만난 경험은 어땠나요?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많은 분들께 보여 드릴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작업하겠습니다.
느티나무 – 풍경 71 (Zelkova Tree – Landscape 71), 2026. Oil on canvas, 200 x 130 cm.
Q5. 마지막으로, 작품을 만날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제 그림은 작은 마을의 작은 이야기입니다. 오래 보아 온 들꽃과 벼, 그리고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편하게 봐 주셨으면 합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흐릿하고 한 걸음 물러서면 또렷해지는 그림입니다. 오래 머물러도 좋고 스쳐 지나가도 좋습니다.
무엇이 보이든 그것이 맞습니다. 누군가는 고향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낯선 풍경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 다름이 좋습니다. 제 그림이 잠시 머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 자리에 각자의 기억이 조용히 얹힌다면 그걸로 충분할 듯합니다.
들꽃 – 풍경 70 (Wildflower – Landscape 70), 2026. Oil on canvas, 200 x 130 cm.
Images: © Lim Nosik.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