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LEEAHN GALLERY
2021. 6. 15 – 7. 31
Elizabeth Peyton 엘리자베스 페이튼
“회화는 한 순간 순간의 시간의 축적이며, 그 자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건져내는 작업이다. 다시 보고 그리는 것인데 내 눈에 보이는대로, 그리고 싶은대로 표현한다.” – 엘리자베스 페이튼
리안갤러리 서울은 2021 년 6 월 15 일부터 7 월 31 일까지 미국 초상화가 엘리자베스 페이튼 (Elizabeth Peyton, 1965~) 의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국내 최초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신 작을 포함한 페인팅, 드로잉, 모노타입 작품 총 11점을 선보인다.
엘리자베스 페이튼은 주변 지인과 유명인사, 역사적인 인물들을 직관적이고도 감성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널리 호평 받고 있다. 그녀는 1990년대 초반부터 나폴레옹 (Napoléon), 엘리자베스 1세 (Queen Elizabeth I), 그리고 존 레논 (John Lennon), 커트 코베인 (Kurt Cobain)과 같은 스타들을 비롯해 앤디 워홀 (Andy Warhol), 마크 제이콥스 (Marc Jacobs)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의 모습을 그리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작은 화폭에 빠르고 선명한 붓질로 그린 그녀의 초상화는 자신의 삶과 영화, 연극, 미술사 등 다양한 곳에서 영감 받았다. 대중매체에 실린 사진을 참고하지만 그녀의 초상화에는 원본 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묘한 친밀감이 있다. 사진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이고 불명확하게, 그리고 일부러 아마추어 같은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신작 중 < Tony Leung Chiu-Wai (Happy Together) >(2021) 는 사랑의 상실이 나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와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우리가 경험하게 하고, 또 그것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왕가위 (Wong Karwai) 의 영화에서 영감 받았다. 작가는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 ‘Happy Together’ 의 주인공 양조위의 옆모습을 담았다. 이 영화는 성별을 의식하지 않고 그 저 두 사람의 애틋하고 어긋나는 사랑 이야기만을 그렸는데, 페이튼은 주인공 양조위의 아픔을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페이튼은 유화, 수채화, 드로잉, 판화,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한다. 수채화에는 물감의 흐름이 그대로 남아있으며, 유화 또한 얇고 부드러운 붓터치로 수채화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수채화 작업 < Lara (Lara Sturgis March 2021 NYC) >(2021) 는 그녀의 가까운 지인이자 스튜디오 어시스턴트인 Lara 를 그린 것으로, 화려한 색감과 거침없는 붓터치가 인상 깊다. 페이튼의 초상화는 인물에 대한 세밀한 묘사보다는 전체적인 느낌과 선, 붓자국을 중요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로써 작가는 인물에게 담긴 아름다움과 인간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1998 년 Parkett 잡지사가 작가에게 석판화 제작을 의뢰한 이후로 그녀는 모노타입, 석판화, 목판화, 에칭 등 다양한 기법의 판화를 시도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기법과 본인만의 현대적 기법을 혼합한 모노타입 3점을 만나볼 수 있다. 지하 1 층에서는 작가 본인의 모습을 담은 자화상 < Elizabeth >(2021) 과 미국의 노예제 폐지론자 프레드릭 더글러스 (Frederick Douglass) 의 글과 그를 찍은 수많은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그의 초상화도 볼 수 있다. 특유의 작은 크기와 화려한 색상은 관람객들과 작품 속 인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최대한 좁혀준다.
한편 조르조네(Giorgione), 들라크루아(Delacroix), 레오나르도(Leonardo)와 같은 과거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모티프를 얻기도 한다. < The Friends (after Titian’s Pastoral Concert 1509) >(2021) 는 르네상스 시대 베네치아 화파를 대표하는 티치아노 (Titian) 의 작품 ‘전원 음악회 (Pastoral Concert)’ 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 전원 음악회 > 는 한때 티치아노의 스승인 조르조네의 작품으로 여겨졌는데, 페이튼은 삶의 깊은 결을 어루만지는 그들의 예술을 상상하며 초상화를 완성하였다. 1층에 입구에 전시된 < Knight Dreaming (K) After EBJ >(2016) 는 영국 화가 에드워드 버네 존스 (Edward Burne- Jones) 의 < The Rose Bower >을 본떠 제작되었다.
페이튼은 사람의 얼굴에는 시간, 역사, 개성 등 많은 것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녀의 초상화에서 사진을 보는 것이 아니라,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붓질로 만들어진 완벽한 세계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페이튼의 신작들을 통해 시대를 초월한 면모를 살펴 볼 수 있다.
엘리자베스 페이튼은 1965년 미국 댄버리에서 태어나 1987년 뉴욕 시각 예술 학교를 졸업한 후 현재 뉴욕에서 활동 중이다. 1993년 첼시 호텔 전시로 데뷔한 이후 미술계의 호평을 얻으며, 1998년부터 런던 사디콜 갤러리(Sadie Coles HQ)에서 주기적으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1995), 휘트니 비엔날레(2004)에 참여하였고, 2006년에는 제 14 회 래리 알드리치 상(Larry Aldrich Award)을 수상했다. 이후 뉴욕 뉴뮤지엄에서 열린 주요 개인전 《 Live Forever Now 》 (2008)에서 유화, 드로잉, 판화 등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며 이듬해 미국 미니애폴리스 워커 아트 센터,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순회 전시를 가졌다.
최근 중국 UCCA 현대미술 센터 (UCCA Center for Contemporary Art)(2020), 런던 국립 초상화 미술관 (National Portrait Gallery, London)(2019), 일본 도쿄 하라미술관 (Hara Museum of Contemporary Art)(2017) 에서 주요 회고전을 가진 바 있다. 그녀의 작품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스위스 쿤스트뮤지엄 바젤, 미국 보스턴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등 전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다.
리안갤러리 서울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2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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