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1 – 8. 29 | [GALLERIES] Gallery Da Sun
김보민
설치 전경 (1)
김보민의 회화는 말해지지 않은 것들, 다 말하지 못한 것들로부터 시작된다. 어떤 관계는 잊힌 채로 남아 있고, 어떤 감정은 끝내 정리되지 못한 채 우리 마음 어딘가에 침잠해 있다. 그녀는 이러한 ‘사라진 것들’에 대해 묻는다. 정말로 사라졌는가? 아니면, 사라졌기에 더 무겁게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설치 전경 (2)
이번 개인전 〈사라진 것들의 무게〉는 기억과 감정, 관계의 잔여물을 조용히 응시하는 회화적 사유의 장이다. 화면은 기하학적 구조와 미니멀한 배경 속에 인물, 동물, 식물, 사물 등의 상징적 개체들을 절제된 방식으로 배치한다. 이들은 마치 떠도는 기억의 조각처럼, 서로 명확한 관계를 맺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화면 안에서 공존하며 어떤 감각적 긴장을 형성한다.
설치 전경 (3)
김보민은 평면적인 색면 위에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된 개체들을 병치시킴으로써, 실재와 허구,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교란시킨다. 이는 단지 조형적 실험이 아닌, 기억의 편집성과 감정의 유동성, 그리고 타자적 존재와의 불완전한 관계 맺기에 대한 시각적 은유다. 익명의 인물은 감상자의 심리적 자화상이 되고, 화면 속 풍선과 펭귄, 선인장 같은 개체들은 부드러움과 날카로움 사이, 유한성과 확장성 사이를 부유한다.
설치 전경 (4)
〈사라진 것들의 무게〉는 분명한 서사 없이, 사이의 공간을 드러낸다. 무엇이든 될 수 있었지만 끝내 그 무엇도 되지 못한 말들, 멈춰 선 감정, 지나간 시간이 남긴 기이한 밀도. 김보민의 회화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것들이야말로 우리 삶에 실질적인 무게를 남긴다는 사실을, 시적이고도 철학적인 방식으로 말하고 있다.
설치 전경 (5)
작가는 화면 위에 단서를 남긴다. 조형적으로든, 제목으로든. 그러나 그것이 완결된 의미로 닫히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이 그 단서를 따라가며 자신만의 감각과 기억으로 작품을 다시 읽기를 유도한다. 그렇게 이 회화는,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혹은 이해받고자 하는 마음으로 완성된다.
갤러리 다선
경기도 과천시 양지마을4로 44-18 (과천동)
02-502-6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