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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닿는 곳

2022. 8. 12 – 8. 26
임민성

Water Reflection, [윤슬]. 227.3×145.5cm .oil on linen. 2022

작가에게 있어 풍경이란 평면에 자연의 형태를 완벽히 옮기는 일이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자연이 주는 리얼함도 있지만 형태들이 조화로울 때 드러나는 장면이다. 나무와 대지, 물결 위로 빛이 어울릴 때 나타나는 풍경으로 비물질적인 것을 확인한다. 습윤한 공기, 빛, 바람, 등이 드러나는 자연이며 건조하지 않고 대지의 기운이 감돈다. 반짝임, 작가의 그림은 빛을 전제로 한다.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이 자연 현상을 넣고자 형태의 어울림은 물결 위로 포착되거나 숲 사이에서 살며시 드러난다.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형태가 없는 것이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지만 예술로 바라보면 빛은 사물의 형태가 되어주는 요소로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평면에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기제랄까. 그렇지만 작가의 그림에서 빛은 자연스러운 양상이다. 문득 마주 했을 때 전달되는 느낌으로 현란함보다는 꾸밈없는 자연 속에서 온화함으로 다가온다. 작가가 유독 좋아하는 소재로서 윤슬은 지나침 없이 정도를 걷는 증명이기도 하지만 흐르는 물결 위로 만날 때 형태란 생명체의 상징이다. 손으로 잡을 수 없는 현상으로 자연의 근본적인 어떤 것을 쫒기 위함일 것이다. 있어 왔던 현실로서 그에게 풍경이란 과거에도, 지금도 존재하는 현재 진행형 속에서 어떤 것을 포착해내려 함이다. 풍경화나 예술의 범주가 그러하듯 이미 많은 것들의 범람 속에서 그의 일상과 연결된 자연을 그린다는 것은 이성적이고도 차분함을 전제로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다. 여전히 감지되는 눈부심, 빛은 그를 포함한 인간에게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대상으로 빛이란 사람의 마음을 아련하게 만드는 미묘한 멜랑콜리함을 만드는 요소 이기도 하다. 작가는 세부적 사건이 없는 그림 안 형태들을 빛과 윤슬을 중심으로 조화롭게 만들고 있다.

In the Morning, 194×112cm, oil on line, 2021

물질과 비물질, 형태의 조율로 어떤 것을 중심에 놓느냐에 따라 평면은 변화를 가지며 물감층의 덩어리가 되는 형상은 빛의 어울림에 따라 멀고 가까움이 형성된다. 자연의 모습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존재를 찾아내는 과정의 결과로써 형상이 간략화된 최근작은 자연을 멀리서 바라본 모습이다. 공간이 좀 더 확보된 연출에 의해 짙어진 색은 극명하게 드러나는 명암의 온도차를 보여준다. 작가의 정서가 가미된 것이지만 정확한 것은 없다. ‘왜?’라는 물음보다 자연을 경이로움으로 바라보려는 태도로 늘 마주하는 현실을 새롭게 관찰하려는 바람 같기도 하다. 독일 철학가인 괴테의 색채에 정서를 더한 경험의 색에 동의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이성과 감정, 현실과 욕망 사이에 갈등하는 한 인간이자 예술가로서 ‘자연의 현상-빛’ 현상 그대로 끌림에 의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관찰되는 빛, 숲 사이로 떨어지는 나무 그림자를 보고 있으면 새삼 생명의 유한함을 느낀다. 거창하게 얘기하면 작가의 생각 같은 자연의 현상으로 세상의 흐름 속에 내가 할 수 일은 무엇일까. 선택과 책임져야 할 일, 그리고 믿음이란 무엇일까 라는 물음으로 생각에 잠긴다. 자연 앞에 거룩해지며 일상과 연결된 개인 그리고 개인이 모인 사회가 되고 문명을 이룬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뉴턴이 프리즘을 통해 발견한 색에 객관성을 좀 더 좋아하지만 괴테의 주관적인 색에 관련된 의미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눈앞의 현실을 담아내기에 예술가로서 자신의 주관을 객관 안에 녹여내야 하므로 예술의 방향을 제시하는 그림 같기도 하다. 그의 풍경화는 형상과 색이 뒤덮여 생생하고 외형 속에 숨겨진 영역을 향한 안내로서 원초적인 육체와 정신으로 무의식을 탐닉하게 하지만 문득 마주한 현실 앞에 깊어지는 생각은 어쩔 수 없다.

– 갤러리도올 신희원 큐레이터

Water Reflection [윤슬 194×130cm oil on linen 2021

임민성 작가 노트

이번 전시는 지난 개인전(2020년)의 주제였던 ‘자연과 인간’에서 ‘자연’에 더 집중하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조각가 로댕의 ‘자연의 본질을 느끼고 연구하라.’는 말이 큰 힘이 되었다.
나의 자연에 대한 작품들은 일상에서 만난 물, 돌, 풀, 나무, 흙, 하늘, 구름 등 무형과 유형의 물질들이 조화를 이루는 신비로운 자연의 현상을 표현한 것이다.
물, 돌, 풀 등의 자연들을 들여다보니 항상 빛이 있었고 빛은 그것들을 조화롭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자연에서 가장 근본적인 ‘빛’의 존재를 깨닫게 되었고, 특히 그 빛을 응시할 때의 ‘눈부심’에 큰 매력을 느꼈다. 눈부심을 따라가보니 물에 비친 햇빛이나 일출, 일몰의 빛들이 작품 속에 등장하게 되었고 그 빛에 대한 색의 변화를 해석하여 표현하게 되었다. 작품의 표현은 빛의 팽창에 대한 개인적 해석을 통해 캔버스 위에 유화물감의 특성과 다양한 채색 방법을 통해 기법적(시각적, 촉각적 질감의 대비-CONTRAST)으로 접근했다. 예를 들어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물빛(윤슬)은 빛의 팽창 효과를 위해 물감의 두께와 거친 질감을 주었으며 물빛 주변의 경계를 흐리게 하여 눈부심의 효과를 나타냈다.
이론적으로는 괴테의 ‘색채론’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괴테의 ‘색채론’은 빛에 대한 최초의 회화기법의 이론으로 빛을 가시화하기 위한 조건을 색채의 다양한 현상(명도, 채도, 보색, 한난 등)으로 풀이한 것이다. 작품 속 빛들은 ‘색채론’을 기반으로 무지개처럼 보이는 빛의 분산효과를 표현하였으며 일출이나 일몰 속에 등장하는 태양과 배경은 시간에 따라 변하는 색들을 명도, 채도, 보색, 한난대비로 더 극대화하였다. 이 빛들은 실제 보이는 형상의 빛이기도 하며, 나에게는 ‘믿음의 빛’이기도 하다.
‘빛이 닿는 곳’을 통해 현장에서 느꼈던 거대한 자연의 경이로움과 생명의 풍요로움 속에서 만난 희망과 믿음을 화면에 담아 모두에게 전한다.

전시 전경

갤러리도올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87
02-739-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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