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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ides

2022. 6. 17 – 7. 9
한애규

전신상 13 (배부른 여인1), 2021, terracotta, 45 x 36 x 110 (h) cm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2022년 6월 17일부터 7월 9일까지 한국의 테라코타(Terracotta)작업을 선두에서 이끈 여성작가로 손꼽히며 작업의 깊이와 가치를 인정받아 많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한애규의 개인전 《 Beside 》展을 개최한다. 온전히 흙을 통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전해온 그는 신작 38여 점을 선보인다. 한애규와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10년이 넘는 오랜시간 함께 걸어오며 다양한 전시를 진행했었는데 이번 전시는 지난 2018년도 개인전 <푸른 길>에 연속된 이야기인 동시에 그의 작품에 대한 가치관을 더욱 견고히 보여주고자 한다.

늑대, 2022, terracotta, 131 x 41 x 44 (h) cm

천천히 써내려간 일기, 손 끝에서 탄생된 이야기

한애규(b.1953)는 오랜 시간 작업을 하면서 많은 갈래의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그 이야기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에서 파생된 것으로 삶과 죽음, 여행과 꿈, 여성과 같은 다양하지만 커다란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는 사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경험과 감정들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보여주었는데 그가 만들어낸 테라코타 형상에는 부드럽지만 단호하며 때론 묵묵한 손길이 묻어나있다. 그가 작업하는 테라코타(Terracotta)란 이탈리아 어로 ‘구운 흙’이라는 뜻으로 석기 시대와 같은 고대 유물에서부터 내려온 기법이며 흙을 빚어 초벌구이한 것을 말한다. 고전적인 장르인 테라코타 작업은 흙, 연료, 불, 가마, 온도 등 세심한 제작환경을 구축해야하면서 날씨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요소들까지 고심해야한다. 1980년대부터 한애규는 그렇게 노트에 써 내려가 듯 흙의 물성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구현해왔다.

말, 2022, terracotta, 138 x 50 x 81 (h) cm

’푸른 그림자‘, 눈 앞에 일렁이는 감정의 물결

그의 푸른 그림자 시리즈는 물 위에 비친 일렁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어딘가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는 그림자는 계단, 벽, 바닥 어느 곳에서든 존재하며 이는 언제나 우리의 곁에 있지만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작가는 베네치아에 갔을 당시 주변에 물이 곳곳에 있던 풍경을 회상하며 그 곳에서 바라봤던 물의 표면과 감정들을 바탕으로 푸른 그림자를 작업하게 되었다. 푸른 색이라 말하지만 그가 표현하는 색은 명도,채도 모두 각기 다른 색으로 보여지고 그만큼 다양한 감정들을 마주할 수 있다. 단순화된 형태와 곡선적인 그의 일관적인 작업세계가 투영된 그림자 조각을 마치 ‘나’의 그림자로 받아들일 때에, 그간 미처 돌보지 못했고 애써 보지 않으려고 했던 감정들은 수면 위로 떠올라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푸른 그림자 6, 2022, terracotta, 33 x 26 x 72 (h) cm

조명받지 못한 그들에 대하여

‘여성’은 한애규가 오래도록 작업을 하고 있는 대상이다. 작가는 여성의 삶에 집중하며 그와 관련된 소재를 택하여 개인적이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를 해왔다. 이번 작품에도 그는 역사 속 분명 존재했고 존재할 수밖에 없던 여성을 꺼내와 행렬을 만들었다. 그들이 없었다면 역사는 지속될 수 없었을 것이기에 태초의 여성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함께 그는 강인하며 묵묵한 여성을 그려냈다. 작가는 힘이 쎈 여인, 배 나온 여인 등 정형화되지 않은 여성 군상을 모으고 여성의 곡선을 닮은 말과 늑대를 놓아 끊어진 한반도 너머 북방으로의 길과 ‘교류’의 역사를 다시 한번 주목하고자 한다. 그는 북방과의 교류로 의미되는 유물을 손에 쥔 채 행렬하는 작품을 통하여 분단된 현실이 과거처럼 하나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염원한다. 이번 전시 < Beside >는 지난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진행한 한애규의 개인전 <푸른 길>에서 보인 무리 속 여성들의 표정에 한층 온화함과 부드러움이 더해졌으며 다채로운 형태, 그 속에서 여유로운 표정과 더불어 특유의 단호하면서 묵직한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테라코타(Terracotta)작업으로 따뜻한 감성과 짙은 위로를 건네온 한애규가 빚어왔던 시간들의 이야기가 이번 전시에 모여있다. 그가 사유했던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자가 되었고, 하나의 여성이 되었으며, 하나의 무리가 되어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 순간을 조명하며 그의 이야기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님을 느낄 수 있다. 그가 형상화한 장면들은 우리 앞으로 다가와 무의식 속에 숨어있던 감정을 꺼내줄 것이다.

아트사이드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33번지
02-7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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