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LTURAL ISSUE] CHAPTER Ⅱ
2021.6.10 – 7.24
조춘만 Jo Choon Man
챕터투는 6월 10일부터 7월 24일까지 연남동과 성수동(챕터투 야드) 전시 공간에서 조춘만 개인전 《피안(彼岸)》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여 년간 거대 중공업 시설만을 사진 찍어 온 작가의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복잡하게 얽힌 강철의 구조물들이 만들어내는 조형성, 산업 경관의 장엄함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다.
울산 공단의 용접사 출신 조춘만은 취미로 시작한 사진에 매료되어 40대의 나이에 경일대학교 사진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주로 공단 주변의 철거 지역과 소외된 사람들을 촬영하다가 자연스럽게 젊은 시절 자신이 땀 흘리며 일했던 산업체로 눈을 돌리고 본격적으로 산업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2002년 대구 고토갤러리에서 산업 사진으로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후 울산문화예술회관(2014), 고은사진미술관(2019), 프랑스 크리 데 뤼미에르(Le cri des rumieres)(2020)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독일의 푈클링겐 제철소(Volklingen ironworks)를 촬영하기도 했다. 2004년 서울시립미술관 <사진 아카이브의 지형도 – 다큐먼트> 전에 초대받았으며, 한전아트센터 갤러리(2009), 문화역서울 284(2013), 일민미술관(2014), 국립현대미술관(2015, 2018) 등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산업의 彼岸에서 (이영준, 기계비평가)
우리는 산업의 세계에 살고 있지만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어떻게 원유를 정제해서 나프타를 얻은 후 그걸 가열, 분해해서 에틸렌, 프로필렌을 얻고 거기서 PE, PP, PVC, PET 등 플라스틱 재료를 얻는지 모른다. 다만 플라스틱이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신나게 욕할 뿐이다. 어떻게 철광석을 환원용융하여 산화철에 붙어 있는 산소를 떼어내어 순수한 철을 얻는지도 모른다. 그저 강철로 된 책상다리를 툭툭 걷어찰 뿐이다. 우리가 산업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은 산업미를 감상하는 것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공장 설비에서부터 기계가 찍어낸 부품의 질감과 모양새, 플라스틱에서 나는 기묘한 냄새 등 산업미의 범위는 매우 넓다. 산업의 소비자일 뿐인 우리들은 애초에 산업에 대해 이해하고 파악하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으므로 산업미를 감상이나 할 수 있으면 문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는 괴테를 읽고 모차르트를 들으며 담배꽁초를 길에 버리지 않아야 문화인이라고 했으나 이제는 산업미를 알아야 문화인이다. 이미 사람들은 알루미늄을 극도로 세밀하게 깎아 만든 케이스의 질감이 좋아서 맥북을 사고 있지 않은가.
조춘만이 카메라로 만들어낸 산업미는 매우 독특하다. 그는 가장 무겁고 복잡하고 그 원리를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초현실적인 산업 설비들을 사진 찍었다. 그 사진들을 어째서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사진이 예술이 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해석하는 것이다. 뭔가를 연출하고 오리고 잘라 붙여서 사진예술을 만드는 이도 있으나 조춘만의 사진은 조리개와 초점 조절 외에는 어떤 조작도 하지 않고 찍어낸 스트레이트 사진이다. 그럼에도 그의 사진이 대상을 해석한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산업 설비의 조형성을 보아내는 그의 눈 때문이다. 그 눈은 산업을 극단적으로 복잡하고 기묘하고 밀도 높은 조형의 세계로 해석해낸다. 산업현장에서 그런 풍경에 감탄하고 있노라면 현장을 지키는 이들은 항상 뭐 볼 게 있느냐고 한다. 조춘만의 사진은 몇 년을 현장을 지킨 이도 보아내지 못한 풍경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산업의 피안, 즉 저 건너편이다. 거기에는 산업의 치열성이나 재해의 고통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산업 설비의 밀도, 조형성, 빛과 그림자 등, 한마디로 게슈탈트만이 보일 뿐이다. 조춘만은 실제로 산업현장에서 멀리 떨어져서 사진 찍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피안이기도 하지만, 산업이라는 고래 뱃속에서 평생 소음과 냄새와 위험 속에 살아온 이들은 볼 수 없는 세계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피안이기도 하다.
챕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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