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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N KWAK

2022. 6. 9 – 7. 9
곽훈

곽훈, Halaayt, 116.8x91cm, Acrylic on Canvas, 2022

선화랑(원혜경대표)에서는 2022년 6월 9일(목)부터 7월 9일(토)까지 추상화가 곽훈의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1980-90년대 선화랑 전속작가로서 왕성했던 한국활동 시기에 개최했던 다섯차례의 개인전(개최년도_’88,’90,’91,’93,’95)이후 오래간만에 다시 열게 된 특별한 전시이다. 곽 훈은 1960년대 국내에서 김구림, 김차섭 등과 A.G(아방가르드협회)를 창립하며 활발하게 전위적인 미술운동을 전개한 바 있으나 이후 1975년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면서 미국에서의 생활과 본격적인 곽 훈만의 독자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특히 당시 LA 시립미술관장이었던 조신 이앙코(Josine Ianco)의 발탁으로 에릭시걸, 레디존딜과 함께 1981년 신인전에 참여하게 되면서 미국내에서도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되었다. 이후 미국의 웍스갤러리, 이아네티 란조네 갤러리, 안넥스 갤러리, 칼 본스틴 갤러리, 호주의 맥쿼리 갤러리 등 해외 유수한 갤러리로부터 수차례 초대전을 가진 바 있다. 당시 그의 독창적인 작품성을 알아보고 인정한 선화랑 창립주 故김창실대표는 곽 훈 작가와 전속을 체결하고 선화랑에서의 여러 차례 개인전과 1993년 국립현대미술관과 선재미술관에서의 개인전 연결 등 한국에서의 굵직한 전시와 LA아트페어, 마이애미아트페어 등 미국의 유수한 아트페어에 선화랑 대표작가로서 곽 훈의 작품을 선보이며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 특히 1995년에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개관, 제1회 초대작가로 선정된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동양철학, 불교정신 등 한국작가로서 아시아인으로서 정체성과 문화, 역사, 정신을 담은 <주문>, <다완>, <기>, <겁> 등 대표적인 시리즈를 발표하며 실험적이고 표현주의적인 추상회화로 풀어내었다. 80년대부터 현재까지 곽 훈의 작품세계는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며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와 에너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2017년 선화랑 40주년에 출품했던 <고래사냥 Hunting Whale> 작품으로 또 한번 그의 변화된 화면에 놀라움과 강한 에너지를 느낀 바 있다. 이후 본격적으로 <할라잇 Halaayt> 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에스키모 이누이트 족의 고래잡이 화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강열한 인상을 남기며 다시금 그를 수면위로 떠오르게 하였다. 그 결과 2020년에는 홍콩의 유명갤러리인 펄램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2021년에는 제33회 이중섭미술상을 수상, 그 기념전을 개최한 바 있다. 미술계, 미술시장내에서 단색화, 후기단색화라고 일컬어지는 단색화가 위주 작가들의 점령 속에서 근래에 다시 곽 훈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움직임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작가의 출신고향답게 대구지역의 갤러리 PNC, 신라, 그리고 대구미술관 등의 전시를 이어 작가의 한국활동의 출발지였던 선화랑에서 한국작가로서 그 누구보다 한국적이면서도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그만의 예술세계를 국내외에 알리고 재조명하는데 힘을 싣고자 한다.

전시의 구성은 최근 작가 곽 훈이 집중하고 있는 <할라잇 Halaayt>시리즈 신작과 1980-1990년대 대표적 시리즈였던 <기 Chi>, <겁 Kalpa> 시리즈를 볼 수 있다. 특히 <기>와 <겁> 시리즈는 당시 선화랑과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출품되었던 대표작들로 작가의 과거의 작품들과 현재 작품을 함께 관람하며 작가의 작품의 변화된 화풍과 어떤 주제들에 천착해 왔는지 그리고 어떤 연결고리들이 있는지 엿볼 수 있겠다.

곽훈, Halaayt, 145.5x112cm, Acrylic on Canvas, 2022

고대 이누이트족에게 바다 속 동물은 단순히 사냥과 포획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들의 영혼, 숭배의 대상이었다. 고래를 잡는 행위는 신을 육지로 모셔오는 의식과 같은 영적(靈的) 트랜스 단계, 즉 신의 강령을 뜻하는 이누이트어 ‘할라잇(Halaayt)’으로 일컬어진다. 곽 훈은 신이 인간을 위해 고래를 보내주는 것이라고 상상했다. 고래잡이에 천착하게 된 연유는 작가가 30여년 전 미국 알래스카 여행에서 마주하게 된 해변가의 고래 뼈, 또 10여 년 전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서 발견한 고래와 고래잡이의 모습에 대한 충격 때문이었다. 그 장면은 곽 훈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고 관련자료들을 찾는 도중 미국서적에서 찾아낸 ‘할라잇’의 어원을 발견하고 그의 작품에 또 하나의 큰 영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인간이 고대하며 일순간 맞닥뜨리고 싶은 염원, 미지의 세계를 만난 순간이 아닐까. 망망대해 한가운데에서 목숨을 걸고 고래 사냥을 하는 에스키모인과 그들에 맞서 사활을 걸고 싸우는 거대한 고래의 모습에서 우리가 좆고 있는 세계, 즉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그 희망과 염원은 그의 작품가운데 <주문>과도 연결지어 진다.

〈겁〉 연작은 곽 훈의 작품세계를 좀 더 엄숙하고 심오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삶과 죽음, 사장되었던 것과 그것의 재발견 등과 같은 반복되는 순환적 흐름과 시공간의 이미지를 시각화한 것으로 명상적이고 동양철학적인 정신을 담고 있다. 작품들은 캔버스에 광물성 색채를 두껍게 바른 뒤 나이프로 긁어내는 방식을 통하여 보다 두터운 재료의 느낌을 강조하고 있으며, 어떤 형상을 그렸다기보다는 색들을 겹겹이 쌓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겹겹이 쌓아 올린 물감의 층을 비비고 긁고 쪼아낸 자국과 할퀴고 문지른 흔적들로 가득 차 있는데 모두 다 오랜 세월 속에서 말없이 닳고 빛 바랜 것들이다. 박물관에 보존된 오래된 토기처럼 역사를 지닌 채 오랜 세월과 시간에 바랜 듯한 색감과 분위기를 볼 수 있다.

Chi-氣, 148.5x140cm, Mixed media on canvas, 1985

곽 훈은 서울미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한사람의 예술가가 되었기에 그의 예술을 형성시키는 요소는 바로 그가 나서 자란 한국과 한국을 에워싸고 있는 넓은 의미의 동양철학이다. 더구나 미국이라는 서양에서 독자적인 예술을 창조하는 과정에 있어 동양철학의 탐색과 그의 발현은 피할 수 없었다. 그가 작품의 주제를 <기>라고 결정한 것은 동양 예술의 성립요소인 <기>를 예술화시켰기 때문이다. 모든 만물에는 각각 분출하는 기운이 존재하고 있다는 동양철학과 정신을 바탕으로 곽 훈은 예술작품을 통해 강한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의 작품 전반에서 느껴지는 다이나믹함은 바람, 물결, 빛, 공기 등 자연적요소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거센 힘으로 가극찬 광할한 공간을 통해 표현된 유동성과 변화이다. 이러한 형이상학적인 이미지들은 항상 변하는 것, 힘차게 주기적으로 순환하는 상관관계에 대해 자연이 밀접하게 연루되 있는 성질임을 표출해 보인다. 작가의 작품에서 그의 정신과 신체의 움직임에 의해 화면에 그어진 붓 터치 하나하나는 다양한 힘과 속도, 방향성을 지니고 거대한 우주의 공간에서 진동하는 ‘ 氣’의 움직임을 상징하고 있다.

Installation View

선화랑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5길 8
02-734-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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