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BHAK
2023. 3. 2 – 4. 8
윤형근
BHAK(비에이치에이케이, 대표 박종혁)가 개관 30주년을 맞이하여 첫 전시로 故 윤형근(1928-2007) 개인전 《흙갈피 Umbermark》를 3월 2일부터 4월 8일까지 개최한다.
1993년 3월, BHAK의 모태인 박영덕화랑이 청담동에 문을 열었다. 신생 갤러리인 만큼 찾는 이의 발길은 많지 않았다. 박종혁 대표의 부친이자 박영덕화랑을 이끌었던 박영덕 대표는 이 시기를 “운영이 쉽지 않았지만 차 한잔을 하며 작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만했던 때”라고 회고한다. 당시 박 대표의 눈 앞에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윤형근의 신작 Burnt Umber (1994)가 걸려있었다. 30주년을 맞이한 BHAK가 갤러리의 본질을 되새기고 미래로의 도약을 위한 첫 전시로 윤형근을 선택한 이유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3.6m에 달하는 크기로 관객을 압도하는 윤형근의 대형작품 Burnt Umber 94-66을 선보인다. 번짐이 절제된 90년대 흑색 기둥은 실제로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마포천과 일체 된 느낌을 자아내며 작품에 응축된 윤화백의 예술세계를 더욱 실감 나게 보여준다. 숫자적으로도 30주년을 맞이 첫 전시에서 30년 만에 작품을 재조명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이번 전시는 윤형근의 작품에 표출된 형식적 특징과 화가의 사상을 포괄하고 관통하는 핵심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윤형근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담백한 그림을 그렸고, 세파를 이겨 내면서 영원한 아름다움을 창조한 예술가다. 이러한 윤형근의 70-80년대 작품을 포함하여 90년대의 말년으로 향하는 작품들을 통해 “비극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예술”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전시명 《흙갈피 Umbermark》 역시 BHAK가 걸어온 역사와 윤화백의 예술적, 정신적 기조를 함께 담고 있다. 흙갈피는 땅의 지표면을 덮고 있는 ‘흙’과 책의 낱장 사이에 끼우는 물건인 책갈피의 ‘갈피’를 조합한 제목이다. 마포 천 바탕에 다색(Umber)과 청색(Ultramarine-Blue)을 머금은 붓이 지나간 흔적은 윤형근만의 고유한 화풍이다. 또한 땅은 윤화백에게 물리적, 정신적, 예술적 대상으로서 다중적인 장소였다. 먼저는, 화가 자신이 딛고 서 있는 현재의 땅과 예기치 못한 죽음. 두 번째는, 종국에 모든 만물이 회귀하는 땅이자 미래의 죽음을, 마지막으로는 예술적 영감의 대상으로서 현실의 자연과 자연을 닮은 자신의 그림을 의미한다. 작품 속 흙, 청, 마포 천과 같은 요소는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자연의 섭리를 따르며 윤화백이 체화 한 예술과 삶을 보여준다.
BHAK 박종혁 대표는 “갤러리를 운영하다 보면 예술의 가치가 상업화, 수단화 되는 측면으로 인해 예술의 본질적 가치가 흐려지는 상황을 보게 되며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며 “아무도 오지 않는 전시장에서 작품만 봐도 만족스러우셨다는 선대의 마음과 같이, 삶의 궤적으로서 존재하는 작품 그 자체가 주는 경험에 집중하면서 변화에 따른 새로운 경험도 함께 제공하는 갤러리를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라며 포부를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시각적 경험을 넘어서 오감을 고루 활용한 예술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BHAK의 청사진도 함께 제시한다.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는 예술 컬렉팅과 감각 확장의 시작점으로, BHAK의 시그니처 향 Sol을 출시한다. 인위적인 향을 배제하고 묵직한 흙과 나무의 향을 특징으로 하는 Sol 은 전시장에서 윤형근의 작품과 함께 체험할 수 있으며, 한정 에디션 버전으로 구입 가능하다.
BHAK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40길 19
02-544-8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