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2 - 2025. 2. 23 | [VISIT] SpaceK Seoul
최민영 개인전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 서울’(강서구 마곡동 소재)은 오는 12월 12일부터 2025년 2월 23일까지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최민영(b.1989, Minyoung Choi)’의 개인전 《꿈을 빌려드립니다(Dreams for Hire)》를 개최한다. 작가는 유년 시절과 이주의 경험에서 비롯된 기억의 편린을 모아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몽환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현실에서는 공존할 수 없는 요소들이 한 화면에 등장하여 관람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번 전시는 신작 회화 16점을 포함해 드로잉, 회화 등 30여 점을 선보인다.
최민영의 작품은 일상의 공간이나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낯선 존재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한국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린 ‘한강 연작’은 한강에서 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 너머로 돌고래가 출몰한다. ‘아마존강돌고래’를 모티브로 그려진 이 돌고래는 <하교>(2024), <도시생활>(2024), <한강 물놀이>(2024)로 이어지는 한강 풍경에서 본래의 서식지인 아마존이 아닌 한강을 자유롭게 유영한다. <밤 수영>(2024)에서 마침내 바다로 나온 강돌고래는 고래처럼 거대한 몸집으로 달빛 아래 떠오른다. 주변의 인물들은 초현실적인 동물의 크기가 익숙하다는 듯 자신의 일상을 즐기며 동물의 모습을 바라보는 관찰자로 등장한다.
밤 수영_Night Swimming_2024_Oil on linen_220 x 680 cm
최민영은 이질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진 화면에 빛과 색으로 깊이를 더한다. 작가는 특정한 시간대와 기후를 작품 속에 녹여내며, 이를 통해 각 작품이 지닌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이를테면 <해 달 차>(2024)에서는 낮과 밤이 동시에 존재하는 장면을 그리면서, 밝은 햇빛과 차분한 밤의 달빛을 대조적으로 사용했다. 차를 마시는 두 인물은 가까이 마주 앉아 있지만 양지와 음지에 위치해 마치 다른 세계에 머무르는 듯한 시각적 착각을 준다. 또 다른 작품인 <침실>(2023)에서는 블라인드가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방 안을 덮은 줄무늬 빛은 화면 속 요소들을 하나의 꿈속 장면처럼 통합하며, 어항의 형광빛 조명과 함께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해 달 차_Sun Moon Tea_2024_Oil on linen_150 x 200 cm
최민영은 내부와 외부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표현한다. <우연한 꿈>(2024)에서는 한밤의 눈길을 거니는 인물과 강아지가 그들 앞에 나타난 집을 주시하는데, 집은 무대처럼 실내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갑자기 등장한 집 단면은 인물의 상상일 수도, 평행우주에 실재하는 풍경일 수도 있다. <미지>(2024)에서는 야생의 공간인 설산(雪山)의 절벽이 책상에 엎드려 자는 인물의 실내 공간과 이어진다. 때문에 창문 밖에 펼쳐진 풍경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인물의 꿈속 풍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안과 밖을 넘나드는 공간과 장소는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인식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우연한 꿈_Accidental Dream_2024_Oil on linen_150 x 200 cm
작품 속 동물은 무의식과 상상이 결합한 상징적 요소로 등장한다. <달무지개>(2024), <방문>(2024) 등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자놀이 탈은 작가의 학창 시절 경험이 무의식에 남아 그림의 모티프로 사용되었다. 실제 사자를 볼 수 없던 조상들이 상상에 기대어 만든 ‘사자’는 작가의 상상을 통해 인형이 아닌 생명체로 거듭난다. 이와 더불어 스라소니, 장어, 문어와 같이 평소에는 인간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동물들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동물들은 작품 속에서 인간이 보지 못한 것을 목격하거나, 인간과 서로 삶의 영역을 침범 혹은 공유하면서 현실과 초현실적인 세계를 넘나드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방문_Visitors_2024_Oil on linen_150 x 200 cm
전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하였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보름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면들이 눈에 띄는데, 이는 신화와 민속, 전설 등 인간의 믿음과 수행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도 연관이 있다. <달 의식>(2024)은 민담 속 달토끼와 유교 제례에서 영감을 얻었다. 작가는 어릴 적, 성묘를 치른 후 조상들을 위해 남겨둔 음식을 작은 동물들이 먹어 치우는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 작품에는 이처럼 마냥 엄숙하게만 흘러가지 않는 의례의 순간이 담겼다. 어린아이의 놀이 같은 눈덩이 굴리기가 진지한 의식으로 변모한 가운데, 다른 차원에서 나타난 듯한 디지털 캐릭터들이 분위기를 환기하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달 의식_Moon Ritual_2024_Oil on linen_162 x 227 cm
최민영의 풍경은 도회적이고 개인적인 공간부터 강과 바다, 산을 비롯한 자연의 공간을 아우른다. 인공과 자연의 요소를 함께 그려 다양한 현실의 상황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 무의식 속 이미지들은 상상과 결합하여 현실의 경계를 허문다. 기억과 상상은 불안과 혼돈의 감각으로 정리되어 아득한 내면의 풍경으로 향하며, 공간과 장소, 인간과 동물, 도시와 자연이 새로운 세계로 조합되고 완성된다. 전시 《꿈을 빌려드립니다(Dreams for Hire)》는 다층적인 구조의 현실을 또 다른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스페이스K서울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32
02 3665 8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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