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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공존할 미래의 몸을 찾습니다

ARTIST INSIDE 2022 | 베네딕트힙

세상과 공존할 미래의 몸을 찾습니다

몸은 베네딕트 힙의 작품세계에서 반복되는 모티프다.
작가는 독일이라는 무대를 사유 공간으로 삼아 몸을 통한 존재 증명에 천착한다.
독일에는 신체 각 부분을 밀랍으로 만들어 봉헌하는 문화가 있었고, 작가의 집안은 대대로 이 엑스-보토(ex-voto, 봉헌물)를 만드는 가업을 이어왔다.
부위별 신체 모형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며 성장한 작가는 자연스럽게 ‘무엇이 몸을 몸으로 만들며, 몸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고 한다.
작가는 몸, 구체적으로 눈, 손, 귀 등 각 부분을 통해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자 한다.

몸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궁금합니다.

한때 몸은 숨겨야 할 대상이었고, 때론 지나치게 강조됐고, 기계 부품처럼 간주되기도 했죠. 시대마다 몸에 대한 인식은 달랐어요. 요즘의 몸은 정치적이라고 봐요. 사회의 단위 또는 표명의 수단이죠. 전(全) 지구적 문제 앞에서 기존 행동 방식을 완전히 재고해야 한다고 할 때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몸에서부터 다시 보려는 거죠.

Benedikt Hipp, 베네딕트 힙, Captain Future, 2021-22

그런데 작품 속 몸은 왜 항상 전체가 아닌 부분이거나 왜곡된 형태인가요?

사회라 불리는 조직의 일부로 개인을 보잖아요. 몸도 마찬가지로 조직이에요. 개개인을 보듯 신체 각 부분을 보는 거죠. 절단되거나 손상된 신체 또는 왜곡된 형태로 보려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 몸은 고정돼 있지 않아요. 유동적인 흐름 속에서 몸을 보면 전체 혹은 부분의 경계는 사실 모호해요. 새로운 존재 방식, 새로운 형태를 추구합니다.

Benedikt Hipp, 베네딕트 힙, ENS, 2020, Oil and varnish on wood, 35.5 × 26 cm

작품에서 특히 눈이 강조되는데, 신체 각 부위의 의미가 따로 있나요?

내 작품에는 상징성이 없어요. 신체 부위가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아요. 각 부분의 행위와 그 영향에 관심이 있는데 눈은 정보기관이니까 특히 주목하죠. 눈앞의 세계가 평생토록 크게 변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귀가 더 중요했겠지만, 지금 시대는 다르죠. 우리가 사물을 어떻게 보는지, 사물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가 저의 관심사항이에요.

Benedikt Hipp, 베네딕트 힙, Neo Plast 2, 2019

새로운 존재 형태로 작품 속 신체를 보아도 분위기가 우울합니다. 인간 존재에 대해 회의적인가요?

나 역시 인간이지만, 그래요. 인간이 이 세상과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것을 대하는 방식이 나를 슬프게 해요. 마주할 미래의 순간을 상정할 때 마냥 밝지만은 않네요. 우리가 공존할 더 나은 방법을 찾기를 바라죠. 예술은 조용한 힘이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예술 안에서 실천을 하려고 하죠.

그 실천과 관련해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가요?

몸에 대한 새로운 관점, 인간에 대한 새로운 해설, 환경과의 공존에 주목해요. 성별, 피부색 등의 구별로부터 자유로운 미래의 몸을 찾고자 해요. 물론 가상의 몸이지만, 작품 속 이미지를 통해서 담론을 제기하고 싶은 거죠.

 

강혜승 인터뷰, Kiaf 2022 카탈로그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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