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TICLES] ARTIST INSIDE 2022 | Benedikt Hipp
ARTIST INSIDE 2022 | 베네딕트힙
세상과 공존할 미래의 몸을 찾습니다
몸은 베네딕트 힙의 작품세계에서 반복되는 모티프다.
작가는 독일이라는 무대를 사유 공간으로 삼아 몸을 통한 존재 증명에 천착한다.
독일에는 신체 각 부분을 밀랍으로 만들어 봉헌하는 문화가 있었고, 작가의 집안은 대대로 이 엑스-보토(ex-voto, 봉헌물)를 만드는 가업을 이어왔다.
부위별 신체 모형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며 성장한 작가는 자연스럽게 ‘무엇이 몸을 몸으로 만들며, 몸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고 한다.
작가는 몸, 구체적으로 눈, 손, 귀 등 각 부분을 통해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자 한다.
몸에 대한 작가의 관점이 궁금합니다.
한때 몸은 숨겨야 할 대상이었고, 때론 지나치게 강조됐고, 기계 부품처럼 간주되기도 했죠. 시대마다 몸에 대한 인식은 달랐어요. 요즘의 몸은 정치적이라고 봐요. 사회의 단위 또는 표명의 수단이죠. 전(全) 지구적 문제 앞에서 기존 행동 방식을 완전히 재고해야 한다고 할 때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몸에서부터 다시 보려는 거죠.
그런데 작품 속 몸은 왜 항상 전체가 아닌 부분이거나 왜곡된 형태인가요?
사회라 불리는 조직의 일부로 개인을 보잖아요. 몸도 마찬가지로 조직이에요. 개개인을 보듯 신체 각 부분을 보는 거죠. 절단되거나 손상된 신체 또는 왜곡된 형태로 보려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 몸은 고정돼 있지 않아요. 유동적인 흐름 속에서 몸을 보면 전체 혹은 부분의 경계는 사실 모호해요. 새로운 존재 방식, 새로운 형태를 추구합니다.
작품에서 특히 눈이 강조되는데, 신체 각 부위의 의미가 따로 있나요?
내 작품에는 상징성이 없어요. 신체 부위가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아요. 각 부분의 행위와 그 영향에 관심이 있는데 눈은 정보기관이니까 특히 주목하죠. 눈앞의 세계가 평생토록 크게 변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귀가 더 중요했겠지만, 지금 시대는 다르죠. 우리가 사물을 어떻게 보는지, 사물이 우리를 어떻게 보는지가 저의 관심사항이에요.
새로운 존재 형태로 작품 속 신체를 보아도 분위기가 우울합니다. 인간 존재에 대해 회의적인가요?
나 역시 인간이지만, 그래요. 인간이 이 세상과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것을 대하는 방식이 나를 슬프게 해요. 마주할 미래의 순간을 상정할 때 마냥 밝지만은 않네요. 우리가 공존할 더 나은 방법을 찾기를 바라죠. 예술은 조용한 힘이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예술 안에서 실천을 하려고 하죠.
그 실천과 관련해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가요?
몸에 대한 새로운 관점, 인간에 대한 새로운 해설, 환경과의 공존에 주목해요. 성별, 피부색 등의 구별로부터 자유로운 미래의 몸을 찾고자 해요. 물론 가상의 몸이지만, 작품 속 이미지를 통해서 담론을 제기하고 싶은 거죠.
강혜승 인터뷰, Kiaf 2022 카탈로그에 게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