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TICLES] ARTIST INSIDE 2022 | Choi Jeong Hwa
ARTIST INSIDE 2022 | 최정화
싸구려 플라스틱으로 쌓는 아름다움, ‘연금술’
한국 현대미술에서 최정화의 이름 석 자는 ‘신세대’의 고유명사처럼 상징적이다.
1990년대 화단에서 신세대로 불렸던 작가는 제도권이 아닌 대안공간을 중심으로 활동했고, 예술과 상업을 넘나들며 파격을 즐겼다.
게다가 고상한 이미지로 콧대 세우던 미술계에서 재래시장의 ‘싸구려’ 물건들로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시장표 그릇, 플라스틱 소쿠리로 하늘을 찌를 듯 높은 탑을 쌓는 최정화의 작품세계는 순수미술의 우월의식을 유쾌하게 뒤집는다.
여전히 재래시장에서 영감을 받나요?
예 맞아요. 대학 다닐 때부터 시장만 가면 그렇게 좋았어요. 학교보다 미술관보다 시장이 저를 가르쳤죠. 많은 ‘사부님’들을 만났어요. 시장 아줌마들은요, 웬만한 미술가를 뛰어넘는 설치의 센스를 보여줘요. 그 좁은 공간에 형형색색 물건 쌓아놓은 걸 보세요. 알록달록, 번쩍번쩍…. 전위적 아름다움이 터질 듯 넘치죠. 그 조형성을 보면서 ‘아, 이런 걸 해봐야겠다’ 마음먹었죠. 제 작업의 공공성도 시장에서 배웠어요. 미술관에 가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작업을 하게 된 배경이죠.
그러고 보니 미술관을 벗어난 작업이 많습니다. 흔히 공공미술(公共美術)이라고 표현하는데, 공공성이란 무엇일까요?
공공미술은 기념비를 세우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무엇을 기념하느냐가 공공성의 관건인데, 예술이 목적이 아니에요. 관객, 바로 당신을 기념할 수 있는 공간에 미술을 들이는 거죠. 보통 공공의 장소에서 예술을 기념한다고 생각하지만, 예술이 우월하다고 믿는 흔한 착각이에요. 당신이 중요합니다. “작가의 의도가 아닌 당신의 느낌을 믿으라”고 강조해요. 함께 공명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 놀이터 같은 공공미술을 작업하고 싶죠.
싸구려 플라스틱을 작품 소재로 사용하는 이유도 그런 우월의식을 비판하는 맥락일까요?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을 플라스틱이 차지해요. 흔하고 흔한 플라스틱은 실용적이죠. 그릇, 소쿠리 같은 것들만 봐도 생활의 아름다움이 있어요. 일상의 깊이와 두께와 진폭이 얼마나 비범한지 우리는 잘 못 느껴요. 그래서 일상의 하찮은 것들로 탑을 쌓아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보여주려 해요. 시장에서 미술관으로 옮겨간 미학이라고 할까요? 저는 ‘눈부신 하찮음’을 사랑해요.
작가 스스로 ‘일상의 연금술’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번 키아프 서울에서도 볼 수 있나요?
18m 높이의 작품이 설치돼요. 색색의 플라스틱을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처럼 신비롭게 거대 규모로 연출합니다. 금속이 아닌 것을 귀금속으로 바꾸는 연금술처럼 보잘 것 없는 플라스틱을 예술로 탈바꿈시키는 거죠. 모든 것이 예술이고, 누구나 예술가라라는 제 믿음을 보여주는 마술과 같은 작업입니다.
강혜승 인터뷰, Kiaf 2022 카탈로그에 게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