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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조각합니다

ARTIST INSIDE 2022 | 감성빈

슬픔을 조각합니다

감성빈 작가는 슬픔을 조각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그는 남은 가족의 슬픔을 나무에, 흙에 새겼다. 작업의 목적은 절망을 대면하는 데 있었다.
그러다 타인의 슬픔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팠던 경험 때문인지 타인의 상처가 눈에 밟혔고 그 상처들까지도 함께 새기게 됐다.
작가는 “누군가에게 불편해 보일지 몰라도 내 작품은 아픔과 슬픔의 표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올 여름 ‘온기’를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작가는 “슬픔의 한가운데 있었지만 이제는 그 슬픔을 애틋하게 여겨주는 사람들의 마음이 보인다”고 말한다.

조각의 특성 때문인지 상처가 더 직접적으로 느껴집니다. 조각이란 장르는 어떤 의미일까요?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는 위로의 말도 참 부담스러웠어요. 조용히 홀로 있고 싶었어요. 그런데 조각 작품은 멀리하지 않아도 괜찮더라고요. 가만히 옆에 있어주니까요.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내 정서를 담아내는 그릇 같은 조각을 만들고 싶다. 넋두리하는 마음으로 조각하다보니 아팠던 상처도 옅어졌어요. 이제는 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한 조각을 만들고 싶네요.

Seongbin Gam, 감성빈, Hug, 2022, Oil on canvas, resin frame, 45 × 44 cm

최근 개인전을 보면 2021년의 주제는 ‘표류’였고 올해는 ‘온기’였습니다. 정서의 변화가 느껴지는데요.

2021년 개인전 당시에는 팬데믹 여파로 온 사회가 예민해져 있었잖아요. 사회는 물론 개인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야말로 표류하던 시기였죠. 큰 곤란을 겪은 가까운 지인도 한 둘이 아니었고, 자연스레 그 정서를 기록하게 된 전시였습니다. 올해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요. 거리를 뒀던 시절을 보내고 이제 그 간극을 서로의 온기로 따뜻하게 보듬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봤습니다. 사실 슬픔이란 게 그저 외롭고 아프기만 한 건 아닌가 봐요. 슬픔을 애틋해 하는 마음도 따라오니까요. 그럼에도 슬픔이라는 정서가 가진 인간다움 때문에 여전히 슬픔의 풍경을 그리고 싶죠.

Seongbin Gam, 감성빈, Father, 2022, Oil on resin, wooden pedestal, 18 × 13 × 50 cm

작업 방식에도 변화가 있는 듯한데, 어떤 변화를 시도하시나요?

한동안 평면 작업에 주력했어요. ‘조각 프레임 회화’라고 저는 불러요. 회화는 입체 조각에 좋은 옷을 입히고 싶어서 시작한 학습 수단이었어요. 회화의 세밀한 질감이 떨어져 나와 조각 표면에 달라붙는 상상을 했어요. 그 재미에 푹 빠져서 캔버스에 유채로 그리고 그 틀을 조각했어요. 그림을 그리며 알게 되는 색감과 표현을 입체에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달라지는 그림만큼 조각 역시 변화되고 있음을 저도 느껴요. 자꾸 마음이 가는 지극히 인간적인 푸근함을 조각에 담고 싶어요.

Seongbin Gam, 감성빈, Hug, 2022, Oil on canvas, resin frame, 40.5 × 40.5 cm

강혜승 인터뷰, Kiaf 2022 카탈로그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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