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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해도 된다(Anything Goes)”는 표현주의 가치가 준 자유로움

ARTIST INSIDE 2022 | 세오

“뭐든 해도 된다(Anything Goes)”는
표현주의
가치가 자유로움

독일에서 활동하는 작가 세오는 이번 키아프 서울에서 ‘세계 안과 사이(In-Between World)’를 주제로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독일에서 표현주의를 배운 작가는 동서양의 이질적인 문화 안에서 융화되기도, 충돌하기도 했다.
그래서 작가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해안 또는 하구에서만 자라는 맹그로브 나무를 떠올렸다.
“맹그로브 숲에서는 강과 바다, 완전히 다른 두 세계가 만나 ‘중간 지대’가 만들어져요.제 삶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갈등하며 적응하는 우리를 닮은 맹그로브 숲을 그렸다.

SEO, 세오, Spiegelberg, 2022, Acrylic on canvas, 200 × 165 cm

학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독일로 떠난 것부터 흥미롭습니다.

신표현주의의 대표 작가 게오르그 바젤리츠에게 배우려고 떠난 유학이었어요. 그의 거침없는 붓질, 감정 표현이 압도적으로 다가왔거든요. 노골적인 표현 때문에 표현주의는 과거 나치 정권에 퇴폐미술로 낙인찍히기도 했는데, 바젤리츠는 아예 위아래 거꾸로 그림을 그릴 정도로 전복적이었어요. 언뜻 동양화와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내면의 표현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SEO, 세오, Traumfeld IV, 2022, Acrylic, paper collage on canvas, 130 × 160 cm

작가의 작품이 바젤리츠를 닮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요?

바젤리츠 반은 학생 개개인의 성향이 남다른 반이라고 베를린에서 소문이 자자했어요. 그 누구도 스승의 작품을 흉내 낼 수 없었죠. 유학 초기 좌절을 거듭할 때 바젤리츠에게 들었던 조언은 지금도 강렬해요. “네가 어디에서 왔는지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이후 제 작품은 달라졌어요.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해 준 스승에게 지금도 감사해요.

SEO, 세오, Wenn Meer und Fluss sich treffen, 2022, Acrylic on canvas, 170 × 270 cm

유화에 한지를 사용하는데, 작업 과정에서도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네요.

작업실에는 습작이 넘쳐나요. 어느 날 그 습작에 한지를 찢어 붙였고, 그 위에 색을 덧칠했어요. 한지는 색을 빠르게 흡수해요. 게다가 결이 살아있어서 찢어 붙이면 따뜻한 재료의 온도가 느껴져요. 그렇게 의도치 않게 한지를 찢어 붙이게 됐고 표현이 풍부해졌어요. 작품은 수십만 장의 한지 조각과 수십 만 번의 붓질을 담고 있어요. 회화에서 입체와 같은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이유이지요.

한지는 한국 정서를 표현하기 위한 선택이었을까요?

동양화를 그릴 때부터 익숙했던 재료로 표현주의의 강렬한 색 표현을 보여준 거죠. 한국 정서를 표현하려고 한지를 전략적으로 사용한 건 아니에요. “뭐든 해도 된다(anything goes)”는 표현주의의 가치를 고려하면 표현주의를 배우러 간 독일에서 한지를 사용한 건 자연스럽고 당연했어요.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것이 아닐까, 그래서 세계무대의 관심을 받게 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강혜승 인터뷰, Kiaf 2022 카탈로그에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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