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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여정 : Journey of Dreams

김덕기

뉴욕-센트럴파크, 2023, Acrylic on canvas, 112.1×162.2cm

올해 소울아트스페이스의 마지막 전시로 김덕기 작가의 회화 신작이 준비되었다. 2024년 11월 28일(목)부터 2025년 2월 8일(토)까지 개최될 김덕기의 <꿈의 여정: Journey of Dreams>展에서는 최초로 공개되는 이베리아 반도의 풍경과 서유럽 도시 및 근교, 뉴욕 센트럴 파크, 다수의 라인 드로잉, 새롭게 시도한 유화, 그리고 실크 위에 그려낸 연구 작품 등 다채로운 구성으로 총 50여점의 신작을 감상할 수 있다.여행이 보편화되고 각종 미디어를 통한 수많은 정보들로 이제 미지의 세계라는 말은 무색할 정도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일상을 벗어난 여행을 갈망한다. 각자에게 환기되는 새로운 풍경이란 아름다움의 가치를 알고 찾는 이들에게만 허락된 비밀 같은 것이 아닐까. 모든 존재에 의미가 부여되는 놀라운 순간은 개인의 삶 곳곳에 선물처럼 숨어있다. 김덕기 작가에게 여행은 전시 타이틀처럼 꿈같은 시간들을 선물해주었고, 그 여정을 담은 캔버스는 다시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대표적인 ‘여행’시리즈는 밝은 색면이 형태를 단단히 잡아주고 그 위로 빛나는 색점들이 화면을 수놓는다. 그의 그림에는 그림자가 없다. 점점 더 환하게 차오르는 긍정의 에너지가 가득할 뿐이다. 전통적인 풍경의 구도로 이루어진 화면에서 발견되는 인물은 작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일반 풍경화와 확연히 구분되는 높은 채도의 컬러에 밀도 있게 쌓아올린 완성도는 감상자의 눈을 사로잡으며 잔잔한 울림을 준다. 동양화나 서양화로 간단히 구분 지을 수 없는 김덕기의 독창적 양식은 오랜 시간 구축된 정교함으로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포르투갈, 카스카이스-산타 마르타 등대 박물관이 보이는 풍경 Cascais, Portugal-Scenery of Santa Marta Light House Museum, 2023, Acrylic on canvas, 41x53cm

이번 여정에는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의 지역이 더해져 이전과는 또 다른 색채와 다양한 층위의 구도가 발견된다. 작품 제목은 직접 방문한 세계 곳곳의 지역과 장소로 명시되었지만 그림 속 요소들은 실제이기보다 김덕기가 그리는 판타지의 정경이라 할 수 있다. 온화한 날씨, 잔잔한 물결 위 요트와 고니들, 색색의 꽃과 풀, 지붕이 아름다운 가옥,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하는 순간이 묘사된 풍경은 행복이란 멀리 있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그동안 전시에서 일부 선보였던 ‘라인 드로잉’시리즈를 대거 만나볼 수 있다. 춤을 추듯 오일스틱으로 그려진 선묘는 여러 라인이 중첩되며 다차원의 공간을 형성한다. 회화에 채색하듯 그려진 선을 통해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어떠한 상상과 창작의 과정을 거치는지 엿볼 수 있다. 올해 초 LA아트쇼에서 오방색을 주제로 펼친 퍼포먼스 회화도 함께 전시된다. 아트 페어 현장에서 이루어진 작업은 빠르게 건조되는 아크릴의 특성을 이용하여 마치 화선지에 먹으로 드로잉을 하듯 색면 위 과감하고 힘찬 붓놀림으로 화폭을 채워나가며 <Eastern Perspective-동양적 관점>시리즈를 완성시켰다.

경험하지 못한 세계로의 여행을 선택하듯 김덕기는 전시를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손에 익은 재료들을 잠시 내려놓고 유화물감과 실크로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기도 했다. 아크릴 물감과는 다른 묵직한 물성의 재료를 조심스럽게 다루며 자유로운 붓터치와 질감 있는 표현, 풍부하고도 미묘한 색채로 조금은 더 추상에 가까운 유화를 완성했다. 두 가지의 재료를 섞어 아크릴화의 근경에 놓인 꽃들을 오일로 묘사하여 생동감을 불어넣는가 하면, 캔버스가 아닌 실크 위에 그려낸 섬세한 라인 드로잉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기존의 거친 느낌을 벗고 한껏 부드러움이 더해졌다. 불완전함을 안고 도전중인 그의 그림 여정은 여전히 부푼 설렘과 기대로 순항중이다.

김덕기, 동양적 관점-아름다운 순간들, 2024, Mineral Pigment, Pastel on Silk, 87x111cm

김덕기는 어느 누구의 화풍이나 어느 시대의 유파를 연상시키지 않으면서
자신 고유의 화면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다.
그것은 쉽고 만만한 그림처럼 보이지만 똑같이 모사하기 쉽지 않은 치밀하고 정밀한 그림이다.
복잡하고 화려한 화성학으로 짜여진 교향곡의 허황된 과장보다는
마치 모차르트의 명징한 한음 한음이 주는 진실성의 통렬한 찌름( punctum) 같은,
거짓을 허용하지 않는 순도 높은 명랑함의 광채가 가득하다.
-이건수 (미술비평)-

카스카이스-등대와 대서양이 보이는 풍경 Scenery of a Lighthouse and the Atlantic Ocean, 2024, Mixed media on canvas, 72.7×90.9cm

저마다 가진 꿈의 내용은 다르지만 이상을 향한 여정은 공통적으로 행복감을 선사한다. 꿈을 꾼다는 것은 그것이 실현되기 전 마음에 소원이 생기고 구체화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포함한다. 과정의 낯섦과 고단함조차 기대로 승화시키는 행복한 꿈은 그런 면에서 여행과 매우 닮아있다. 미지의 세상으로 나서는 두근거림과 강한 에너지, 새로움이 전해주는 흥분과 자극, 마음의 풍요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도록 이끄는 김덕기의 <꿈의 여정>이 많은 이들의 일상 속에서도 펼쳐지기를 소망한다.

소울아트스페이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
051-731-5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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