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5 - 7. 20 | [GALLERIES] PIBI Gallery
차혜림
차혜림, 대화 Conversation, 2024, oil on canvas, 112×145.5cm
피비갤러리는 2024년 6월 5일부터 7월 20일까지 차혜림 개인전 《이터널 리턴_블랙》을 개최한다. 차혜림은 작가 자신이 창작한 소설을 기반으로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매체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동시대 미디어와 연결된 커뮤니티, 사회, 개인 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터널 리턴_블랙》은 피비갤러리에서의 첫 개인전으로, 작가의 글에 등장하는 인물 ‘블랙’이 실종된 이후, 그 주변을 떠도는 각각의 이야기들을 한 공간에 병렬함으로써 외화면(Off-screen) 영역으로 사라진 부분에 대한 이미지를 재구성하고 그 장면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차혜림, 막간 Between the Acts, 2024, oil on linen, 64.9×64.9cm
정면을 보지않고 무언가 열중하고 있는 인물이 담긴 다양한 크기의 페인팅, ‘우리는 승선했다 (Nous sommes embarqués)’라고 써있는 네온사인과 부드러운 인조퍼로 만들어진 다이빙대 형태의 구조물 등. 차혜림의 작업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는 마치 다음 장면에 무언가 등장할 것만 같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영화의 극적 효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관람객은 기대감과 두려움 사이에서 불안정한 감각을 느끼며 본인의 경험에 기반한 그 다음의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작가는 본인이 쓴 창작 소설 속 사건을 직접적인 문자매체가 아닌 회화, 조각, 영상 등 다양한 시각매체로 은유하여 인식의 틈을 만들고 주관적 판단으로 채워질 수 있는 ‘보이지 않는 빈 공간’을 남겨 관람객들에게 작업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제안한다.
차혜림, 반향실 (echo chamber), 2024, oil on linen, 45.3X38cm
세계영화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이론가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의 앙드레 바쟁(André Bazin, 1918~1958)은 스크린을 통해 제시되는 이미지, 내화면(On-screen)보다 스크린 밖 보이지 않는 공간, 외화면(Off-screen)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공간은 관객의 개인적 경험으로 발현되기에 만든이가 의도한 의미를 수동적으로 전달받는 것이 아닌, 스스로 능동적인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혜림, 정오의 분할, 2024, oil on linen, 39.78×40.2cm
이는 ‘영화의 프레임은 스크린 너머 세계로 향한 창(Window)’이라는 그의 이론과 이어지며, 외화면의 개방성으로 인해 영화는 관객을 향한 일방적 소통에서 쌍방적 소통으로 전환되었다. 차혜림은 이러한 영화 이론을 모티프로 ‘작업-관람객’ 사이의 매개자(Vanishing Mediator) 역할을 수행하며 보이지 않는 세계와 현실 사이를 작업을 통해 연결하려는 형식적 측면의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차혜림, 한 각이 마모된 세계, 2024, oil on linen, 96.8×96.8cm
이렇듯 차혜림은 그림 밖의 세계, 프레임에 관한 실험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화면 안에 포섭되지 않은, 세계의 체(Sieve)에서 미처 거르지 못한 잔여물들을 재구성하는 시도이다.”라고 말하며 보는 이의 주관적 경험을 마음껏 펼쳐 화면 바깥에서 각자만의 이야기를 이어갈 것을 제안한다. 《이터널 리턴_블랙》에서 우리는 작가가 조각 내 놓은 이야기의 단서를 발판 삼아 마치 창문을 통해 내다보듯 그가 구축한 세상의 구석구석을 상상해보며 영원한 여운 속 저 너머의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피비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25-6 (03053)
02-6263-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