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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時空 시나리오

구동희, 김도균, 김민애, 김예슬, 서도호, 오디너리피플, 윤현학, 박기원, 배종헌, 이희준, 칸디다 회퍼, 포스트 스탠다즈

서울시립미술관 《시공時空 시나리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은 개관을 앞둔 신관을 포함한 서울 전역에 펼쳐진 분관들이 시대와 미술의 흐름에 맞물리고 조응하며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시공 시나리오》는 이러한 현시점에서 미술관을 둘러싼 내외부적인 변화를 심도 있게 탐색하고 미술관 건축을 ‘시간’을 중심으로 사유하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최근 우리 미술관을 비롯한 1980년 이후 국가적 행사 및 정책과 맞물려 집중적으로 개관한 국공립 미술관에서 건축적 노후화에 따른 다양한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다. 더하여 도시의 지형을 바꾸는 재개발, 재건축 현장을 목격하면서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관이라는 특별하고도 상징적인 공공건축 속에 함의된 ‘건축의 생애주기’에 주목하고자 한다. 건축물을 짓고 사용하고 철거하는 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법, 행정, 경제 분야의 영역에서는 일반적으로 구조물의 안전, 비용, 환경 등을 기준 삼아 생애주기를 구분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건축을 사람의 인생처럼 다양한 관계와 경험 속에서 변화하는 유기체로 가정한다면 그 생명력은 ‘신축’과 같은 물리적 단계로만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건축은 필연적으로 그 공간을 사용하는 주체인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그 관계의 밀도에 따라 건축의 생애는 각기 다른 속도와 차원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시공時空 시나리오》는 건축가가 참여하지 않는 건축 전시인 동시에, 미술관에 내재된 시간과 공간에 대한 다차원적인 접근을 통해 미술관 경험의 가치를 일깨우며 미래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시공時空 시나리오》 전시 전경

건축은 원시적인 주거 형태를 갖추고 삶을 영위해 올 때부터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요소로서 직접적으로 우리의 몸과 접촉하며 경험, 기억, 역사와 같은 서사의 층을 쌓아왔다. 서사는 공간과 시간이 결합된 인간 행위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로 건축은 시공간의 좌표 속에서 삶의 이야기를 관찰하기에 흥미로운 대상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 있는 공공 미술관은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고 그들과 함께 수많은 이야기를 쌓아온 매우 특수한 건축유형이다. ‘공공 미술관’으로서 서울시립미술관은 건축물의 재탄생이라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새롭게 구현되는 공간에서 더욱 다양한 대중을 포용하고 관계 맺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스스로의 생명력을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서게 되었다.

서울시립미술관 《시공時空 시나리오》 전시 전경

우선 선행 과정은 사람, 예술, 제도 및 프로그램 등 미술관을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과 상호작용하여 이루어 낸 서사의 층을 제대로 읽어내는 일이다. 시간의 긴 진폭을 가지는 서사는 과거와 현재를 넘어 앞으로 다가오는 것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쌓아 올린 시간의 지층을 면밀히 뒤돌아보고 공동체를 위한 미래를 상상하면서 우리가 서 있는 현재의 미술관을 새롭게 발견하고 창조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시공 시나리오》는 건축을 시간의 축으로 관찰하며 풍부한 시간의 층을 품고 있는 건축의 생명력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미술관이 건축공간으로 지속하기 위한 관련 주체들과 관계의 밀도 있는 시간을 축적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생산하고자 한다.

섹션 1 <건축과 시간>

‘인간의 망각을 거부하는 강한 정복자는 오로지 둘뿐이다. 시와 건축. 건축은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뿐 아니라 그들의 생애 동안 그들의 손이 다루고 그들의 힘이 만든 것 그들의 눈이 포착한 것을 잘 간직하기 때문이다.’

— 존 러스킨 『건축의 일곱 등불 』 중.

서울시립미술관 《시공時空 시나리오》 전시 전경

<건축의 시간>은 배종헌, 서도호, 이희준, 칸디다 회퍼가 참여한다. 건축과 인간은 일상에서 긴밀하게 접촉하고 정치 경제 등 공동체와 광범위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건설한다. 건축은 인간 삶의 기록물이다. 지속 가능한 건축은 순간이 아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묻는다. <건축과 시간>에서는 건축이 일반적으로 공간의 예술이라 하지만 시간의 구조물임을 드러낸다. ‘현재의 기쁨’이나 ‘현재의 쓸모’를 위해 건축을 소비하고 건축의 시간을 지우는 상황들, 다양한 주체들과 관계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건축물을 풀어낸 작품을 살펴보면서 건축을 시간의 관점으로 관찰하는 과정에 담긴 의미를 생각한다.

섹션 2 <미술관의 시간>

서울시립미술관 《시공時空 시나리오》 전시 전경

<미술관의 시간>은 구동희, 김민애, 김예슬, 박기원, 윤현학이 참여한다. 미술관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 왔다. 16~17세기 유럽 귀족들의 진귀한 수집품을 보관해 온 호기심의 방, 이후 1793년 일반 대중들에게 개방을 시작한 진정한 근대 미술관인 루브르 박물관, 1929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등장한 화이트 큐브, 그리고 20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 예술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고 다종다양한 경험을 접할 수 있는 열린 미술관으로 미술관은 여전히 현재까지도 변화한다. 미술관의 새로운 형태와 역할은 맥락을 상실한 채 일시적으로 등장하기보다는 우리의 역사를 기반으로 한다. <미술관의 시간>에서는 우리 미술관을 포함하여 공공 미술관과 사람, 작품, 제도 등 여러 주체들이 상호작용하며 이루어 온 서사를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이를 통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이뤄온 미술관의 모습을 반추하고 공공 미술관에 대한 고민과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미술관을 위해 현재를 생성하고자 한다.

섹션 3 <상상의 시간>

서울시립미술관 《시공時空 시나리오》 전시 전경

<상상의 시간>은 김도균, 오디너리피플, 포스트 스탠다즈가 참여한다. 미래의 건축은 기술적 발전의 결과물을 담아낸 최첨단 건축일 수도 있으나, 그것은 하나의 수단일 뿐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담아낸 상상의 건축’일 것이다. 미술관이 더 많은 사람들의 삶에서 지속 가능한 생명체가 되기 위해서는 미술과 삶이 만나는 지점을 파악하고 우리의 삶을 지원하는 공공 미술관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상상의 시간>에서는 앞으로의 미술관의 시간을 예측하기보다는 상상하는 시간을 통해 공동체가 바라는 미술관을 그려보고자 한다. 동시에 예술계의 다층적 분야 간 상호 대화를 통해 앞으로의 공공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 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생산하고자 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 61,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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