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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

무나씨

전시 전경 (1)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 ‘스페이스K 서울’(서울 강서구 마곡동)은 오는 12월 12일부터 2026년 2월 13일까지  무나씨(Moonassi, b.1980)의 개인전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The Season We Fade Away)》를 개최한다. 무나씨는 한지 위에 먹과 아크릴 물감으로 인물을 그려 감정의 흐름을 표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물결로 시각화해 내면의 움직임을 화면에 담는다. 그러면서 관계와 감정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때, 회화에서 무엇이 드러나고, 사라지는지를 탐색한다.
 
전시 전경 (2)
 
무나씨는 종이 위에 붓으로 획을 남기는 일은 마음의 표면, 곧 수면(水面)에 파문을 그리는 일이라 말한다. 그의 작품은 전통 필묵을 활용해 현대적 감성을 더하는데, 무표정한 인물들로 작가의 감정을 화면에 채운다. 인물과 함께 등장하는 물, 돌, 나무 같은 자연물 또한 감정을 드러내는 은유적 장치로 쓰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물은 물리적 특성인 수용성과 유동성을 강조하며 나를 마주하는 거울 또는 감정을 흘려보내는 매개체로 역할 한다.
 
전시 전경 (3)
 
이번 전시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The Season We Fade Away)》에서 작가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감정을 살펴보며, 무엇이 생겨나고 사라지는지 탐구한다. 무나씨는 감정은 언제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깨어나고 흔들린다고 말한다. 작가는 타인의 흔적과 마주치는 순간 흔들리는 감정의 원인을 회화로 담아내고자 했다. 관계에서 생겨나는 미묘한 균형의 순간을 화면에 포착하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감정의 근원을 찾기도 한다. 또한 그와 관계가 끊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운 감정에 흔들리기도 한다. 작가는 이 마음을 억누르거나 정의하는 것 대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제안한다. 결국 타인을 통해 나를 비추며, 흔들림 속에서 나의 모습을 관찰하자는 것이다. 
 
나는 저기 그것, 2025, Ink on Korean paper, 193.9 x 130.3 cm 
내부의 안쪽의 이면으로, 2025, Ink on Korean paper, 193.9 x 130.3 cm 
 
무나씨는 감정의 기원을 알아가는 것이, 수면 위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는 일과 같다고 말한다. 〈나는 저기 그것〉(2025)과 〈나는 여기 이것〉(2025) 속 인물은 수면 가까이에서 자기 자신과 마주한다. 인물은 자신이 비친 표면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만 그럴수록 수면은 흔들리며 자신을 흐리게 만든다. 작품 〈찰랑〉(2024)에서는 두 인물이 물속에서 서로를 바라본다. 작가는 인물의 움직임으로 인해 출렁이는 물결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으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개인의 감정을 표현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감정을 이해하려 애쓰는 대신, 부정적이면서 흔들리는 감정조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의 시선’을 강조하는 것이다. 
 
마음을 담아, 2025, Ink on Korean paper, 140 x 700 cm 
 
무나씨의 인물들은 모두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이들은 감정, 성별, 나이조차 가늠할 수 없다. 이는 인물의 표정에 드러난 뚜렷한 감정이나 특징이 감상자에게 선입견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작가의 전략이다. 인물과 자연을 모두 검은색으로 묘사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대신 작가는 인물의 시선, 손짓, 몸의 자세로 감정을 표현한다. 작품 〈고사관수도〉(2025)에는 한 인물이 고요히 아래를 관조한다. 작품 〈마음을 담아〉(2025)에는 빛이 반사되는 잔잔한 수면과 두 사람이 등장한다. 수면에서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인물의 뒷모습과 자세는 치열한 내면 탐구의 시간을 지나 이제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려는 듯하다.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 2025, Ink on Korean paper, 193.9 x 260.6 cm 
 
작가의 화면에는 주로 두 인물이 함께 등장한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태도를 오랫동안 고민해 온 작가는, 스스로 바라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 사이의 경계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두 ‘나’를 한 화면 안에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서로 충돌하던 내면이 화해를 모색하는 과정을 은유한다. 작품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2025)는 한겨울 눈에 뒤덮인 두 인물을 보여준다. 차가운 눈밭에 엎드린 인물과 그를 끌어안고 있는 또 다른 인물의 모습에서 서로를 향한 끈끈한 유대감과 동시에 고립의 정서가 함께 떠오른다. 이전까지 인물의 마음을 비추던 물은 눈으로 변해 차갑게 쌓여 간다. 몸이 맞닿은 두 인물은 소복이 내려앉은 눈에 의해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고사관수도 高士觀水圖, 2025, Digital printed on ramie fabric, 510 x 360 cm
 
이번 전시는 거대한 명상적 공간으로 구성된다. 〈고사관수도〉는 높이 5미터에 이르며 7미터 병풍 형태의 〈마음을 담아〉는 고요하면서도 장엄하게 연출된다. 전체적인 작품들은 잔잔하지만 크고 작은 물결이 끊임없이 일렁인다. 또한 등장인물들은 서로 포개고 맞대고 기대고 느끼며 교류한다. 
이번 무나씨의 전시는 감정의 흔적, 언어를 초월한 교감, 관계 안에서 고요한 긴장을 탐구하며 작가가 경험한 감정을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마치 감정과 관계가 교차하는 수면 위에 우리 각자의 얼굴을 비추어 사유하게 하는 것이다. 관객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계의 떨림을 지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고요한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전시 전경 (4)
 
무나씨는 서울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홍익대학교에서 수학했던 한국화를 기반으로 마음과 관계, 내면의 파동을 탐구해 왔다. 2020년 현대미술회관(부산)을 비롯해 2024년 갤러리 바지우(Galerie Vazieux, 파리), 2022년 갤러리 어센드(Gallery Ascend, 홍콩) 등에서 개인전을 열며 국제적으로 활동해 왔으며, 단체전은 2022년 포스코미술관, 2019년 디뮤지엄, 2017년 경북대학교미술관 등에 참여했다. 2025년 키아프 하이라이트 세미파이널에 선정되었고, 2013년, 2014년에는 YCN 프로페셔널 어워즈(The YCN Professional Awards)의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을 수상했다. 
 
전시 전경 (5)
 
이번 전시는 배우 소유진이 오디오가이드에 재능기부로 참여해 전시 안내를 돕는다. 소유진의 목소리가 담긴 오디오가이드는 작품 옆에 설치된 QR을 통해 작품 이미지, 해설 텍스트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스페이스K 서울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32
02-3665-8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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