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12 - 3. 9 | [GALLERIES] Duarte Sequeira
에드몬드 브룩스-벡만
Installation View of ‘Edmond Brooks-Beckman: Into the clamour of words’ at Duarte Sequeira
두아르트 스퀘이라는 영국 작가 에드몬드 브룩스-벡만의 서울에서의 첫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생성과 소멸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포착하는 작가의 덧칠, 조각, 자르기 기법을 엿볼 수 있는 새로운 팔림프세스트 palimpsests (원본 내용을 지우고 그 위에 덧그린) 회화 시리즈를 소개한다. 브룩스-벡만은 두껍게 쌓인 유화 물감의 층과 그의 진화하는 시각적 언어로 엮어낸 상징을 통해 가족사, 개인적 경험, 그리고 동시대 의식을 탐구한다.
Installation View of ‘Edmond Brooks-Beckman: Into the clamour of words’ at Duarte Sequeira
에드몬드 브룩스-벡만은 1987년 런던에서 태어나 현재까지도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The Royal College of Art (2021-2023) 에서 페인팅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졸업 전시 작품인 ‘Inscriptions beneath the skin, 2023’ 은 저명한 Valerie Beston Prize 를 수상했다. 그는 Brighton University (2006-2009) 의 학사 학위가 있으며 스튜디오와 강연 활동을 겸했다. 2016년 IOE 에서 PGCE 를 마친 후에는 중등 교육 분야에서 Art and Design 교사로 근무했으며, 2023년에는 Hampstead School of Art 의 파운데이션 코스 리더로 승진했다.
Installation View of ‘Edmond Brooks-Beckman: Into the clamour of words’ at Duarte Sequeira
수많은 소음 속에서도 계속되는 한 가지의 질문이 있다 : “페인팅의 끝에 도달하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의 일부가 (나를) 계속하라고 부르지 않는 지점으로, 모든 것이 조용할 때까지.”
이 전시는 한 가지의 주제나 메시지에 얽매이지 않고 내 직감에서 우러나오는 언어를 만들어내기 위한 내 노력의 증거를 모아놓은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예술가들의 흔적을 수집하는 사람으로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지만, 그들의 혀를 통해 직접 말하거나 손길을 통해 표식(mark)을 남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작업은 나만의 언어적 제스처를 형성하려는 시도이다.
이런 작품의 시리즈가 나오려면, 작업 활동을 지속하게 하기 위해 충분한 ‘매력’이 있는 다른 질문들이 있어야 한다. “내가 페인팅과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방법은 무엇일까?”는 그중 하나이다. 이 방법은 작품을 멀리서 지켜보거나 심사숙고를 거쳐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행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림과 신체적 경험의 관계가 서로 뒤섞이며 얽히기 시작하도록 순간적으로 재료에 반응하며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시리즈는 나의 몸이 말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였다.
Installation View of ‘Edmond Brooks-Beckman: Into the clamour of words’ at Duarte Sequeira
이번 전시의 작업은 본능적으로 표식을 만드는 행위에 의존하지만, 눈을 감고 완전히 포기한 채로 작업한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몸이 재료에 직관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적절한 조건에 맞는 일련의 상징을 만들었다. 이러한 조건 중 하나는 바탕에 대한 나의 인식이 크게 변화한 데서 비롯되었으며, 바탕을 오브제, 특히 ‘테필린 Tefillin’이라는 유대인의 두루마리와 기도 상자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 새로운 맥락에서 표식과 나의 관계는 양피지 같은 표면 위에 글을 쓰거나 명판에 조각하는 것과 같은 특성을 띠게 되었으며, 단어와 숫자는 소재와 주제를 결합한다.
표식은 정보의 일부다. 나는 표식을 너무 많이 본 탓에 그것을 사용할 때 안심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전시는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다루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작품 시리즈에서 표식은 붓이 의도한 제스처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수정하고, 잘라내고, 다듬어져야 했다. 이제는 더 이상 원초적인 제스처에 만족하지 않고 표식의 시작과 끝을 어떻게 바꿀지를 고려하는 지점에 도달했으며, 히브리어 알파벳의 모양을 지침으로 삼아 이러한 점을 조각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Installation View of ‘Edmond Brooks-Beckman: Into the clamour of words’ at Duarte Sequeira
내가 나의 표식에 부여한 독창성은 회피이자 타인의 표식에 대한 부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나에게 표식을 남긴 유대인 작가들, Lee Krasner, Frank Auerbauch, Soutine, Golub, R.B Kitaj 을 생각하면, 그들은 모두 저마다의 독특한 목소리를 찾기 위한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에는 문화를 대하는 태도와 개인의 정체성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담겨있을 것이다. 나는 또한, 내가 다른 장르나 예술의 규범에 완전히 속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그들과 직접적으로 어울릴 수 없다고 느끼는 것도 기존 권력 구조와의 협상으로서의 주관성 사이의 관계에 관한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이번 전시가 내 머릿속과 작품 속에서 들리지 않는 다른 목소리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계기가 되길 원하며, 내가 나의 작품과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의 작품이 당신에게도 말을 건네기를 바란다.
Written by Edmond Brooks Beckman
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54길 27 2층
02 6953 0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