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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arden Dies with the Gardener

안톤 무나르

Anton Munar, A un cantante muerto – to a dead singer, 2022, Oil on linen, 35 x 24 cm

 

페레스프로젝트는 안톤 무나르(b. 1997, 덴마크 코펜하겐)가 갤러리와 함께하는 첫 개인전 ≪The Garden Dies with the Gardener≫를 갤러리의 베를린 공간에서 6월 23일부터 9월 2일까지 개최한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사랑은 재창조가 필요하다.”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 「지옥에서 보낸 한철(A Season in Hell)」, 착란 I(Delirium I)

봄이 오면 난 우리가 사는 코펜하겐의 거리에 가득한 나무들에서 연한 분홍색과 흰색의 목련 잎이 빨리 피어나기를 기다린다. 목련 꽃의 수명은 3주 정도여서, 나는 의도적으로 꽃이 피는 시기에 특정한 목련 나무를 지나 아시스텐스 묘지(Assistens Cemetery)를 통과한다. 어느 날 닫혀 있던 꽃봉오리가 마침내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꽃들은 무대에 올라갈 준비를 마친 화려한 차림의 발레 무용수들처럼 태양을 향해 뻗어 나간다. 나는 이 아름다운 광경 앞에서 꽃잎들의 경이로운 움직임에 박수를 보내며, 이와 동시에 곧 이 꽃들이 시들 것임을 생각한다. 꽃이 탄생하고, 또 다시 시드는 주기적 순환으로부터 우리는 꽃의 삶이 갖는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다.

Anton Munar, Con Amor, 2022-2023, Oil on wooden drawer, 29 x 20 x 6 cm

≪The Garden Dies with the Gardener≫에서 전시된 안톤 무나르의 작품을 살펴볼 때도 나는 종종 이러한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친애하는 안톤의 작업에 대해 무언가를 조리 있게 쓰려고 할 때, 나는 반복적으로 나와 가까운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더라도 한번 시작해보자. 

안톤의 작업실에는 물감, 붓, 팔레트, 종이, 캔버스와 친구, 가족, 성당, 풍경이 인쇄된 사진들이 쌓여 있으며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공간이 없다. 이는 아무도 밟지 않은 땅, 누구도 가꿔주지 않은 정원이 제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곳에서 안톤은 극도의 호기심으로 캔버스를 헤쳐 나가며 그림 고유의 시간 속에서 그림을 알아가는 과정에 전념한다. 그는 세심한 정원사처럼 관심을 기울이고, 물을 주고, 기르며 끝내 마주하게 되는 결과에 놀라워한다. 

Anton Munar, Cerca de los olivos / Near the olive trees, 2023, Oil on linen, 51 x 76 cm

안톤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고 진화하고 확장되는 우정처럼 풍경에 접근한다. 풍경들은 그가 어린 시절 뛰놀았던 마요르카(Mallorca)의 정원,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소나무들로 가득한 섬에 대한 상상적인 해석에 이끌려 만들어진다. 늘 푸르른 소나무는 자연과의 대화의 장을 여는 핵심적 역할로서 종종 작품에 등장한다. 안톤과 마요르카 소나무 간의 관계는 레바논계 미국인 화가이자 작가인 에텔 아드난(Etel Adnan)의 한 마디를 떠오르게 한다. 그녀는 자신이 만난 사람 중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묻는 인터뷰에서 “산”이라고 대답하며, 타말파이어스 산(Mount Tamalpai)이 항상 그녀 작업의 핵심에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아마 안톤에게는 그것이 마요르카의 소나무일 것이다. 

Anton Munar, Al sentir la pereza de la muerte, 2021-2022, Oil on linen, 187 x 60 cm

안톤은 마요르카의 정원에서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캔버스가 자연의 일시성을 따르게 만들었다. 그림자의 윤곽선이 소나무의 형태와 닮아 있거나 소나무가 사람의 실루엣으로 보이는 것처럼, 각 작품 속 다양한 형상들은 새로운 형태로 변하는 듯하다. 빈 캔버스 위로 비치는 그림자의 윤곽을 잡기 위해 노력하며, 그는 자신의 뒤로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이는 동안 그가 표현하려고 하는 자연과 마주하고 그 일부가 된다. 이와 같은 자연의 일시성은 안톤의 그림에서 강렬하게 포착되는 부분으로, 나무의 신비로움은 하나의 인생에 수많은 순간들이 담겨있는 만큼 다양한 차원을 만들어내고 있다. 

Anton Munar, Con manos timidas, 2021-2022, Oil on linen, 35 x 27 cm

거의 실제 사람의 키만큼 크고 길게 늘어진 안톤의 캔버스는 관객들에게 커다란 존재감을 드러낸다. 작품의 표면 아래로는 여러 겹의 물감층이 진동하고, 그 위로 색상들이 자유롭게 서로 얽히고, 긁고, 가끔은 공격적으로 나아간다. 안톤의 작품 앞에서, 나는 좋든 싫든 세상의 리듬 속에서 삶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그의 작업은 인간 존재가 담기고 기념되며, 죽음은 언제고 다가올 수 있는 잠재적인 것임을 안다. 생명의 신비로움이 작품 안에서 살아 숨쉬고 있음을 알고, 죽음이 인생의 동반자임을 이해한 후 나는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수년에 걸쳐 나는 떠났다가 돌아오고, 산 주위를 돌아보고, 밤중에 일어나 산이 아직 그곳에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고, 바라보고, 사방을 걸어 다니며 계속 꿈을 꾸고 있다… ”

에텔 아드난(Etel Adnan), 타말파이어스 산으로의 여행(Journey to Mount Tamalpais)

마야 조 사당(Maya Zoe Saadon) 작성

Anton Munar, Con tu luz decimos adiós al día / With your light we say goodbye to the day, 2022-2023, =Oil, distemper and collage on wood drawer, 44 x 85 x 11 cm

이번 전시는 안톤 무나르가 페레스프로젝트와 함께하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작품 자체의 물성에 관심을 두고 있는 무나르는 유화, 디스템퍼, 과슈, 잉크, 목탄, 분필, 파스텔, 안료를 포함해 폭넓은 범주의 재료를 사용하고, 캔버스, 천, 혹은 나무와 서랍 같은 가구의 부분에서 빌려온 것들에 다양한 혼합물을 부착해 결합한다. 그는 사랑이라는 동기로부터 끌어낸 조각난 이야기들이 만나는 지점에서 물감의 풍부한 층을 통해 호소력 있는 구성을 만드는데, 그곳에서 내부와 외부 공간이 뒤얽히고 환영 같은 시각들이 물리적인 세계로 침투한다. 

Anton Munar, Jóvenes y cansados, 2022-2023, Oil on wood, nailed to wood frame, 22 x 15 x 4 cm

2023년에 코펜하겐의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Royal Danish Academy of Fine Arts)에서 순수미술 석사학위를 취득한 무나르는 2023년 영국 세인트 알반스의 페인터 페인팅 페인팅스(Painters Painting Paintings), 202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디에즈(diez), 2020년에 덴마크 코펜하겐의 갤러리 큐(Gallri Q)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그의 작업은 2023년 코펜하겐의 코펜하겐 현대미술관(Kunsthal Charlottenborg), 미국 LA의 캐슬(CASTLE), 페레스프로젝트 서울, 2022년 코펜하겐의 마리 키르케카드 갤러리(Marie Kirkegaard Gallery), 런던의 클라스 레이스(Claas Reiss), 코펜하겐의 앨리스 포커 갤러리(Alice Folker), 암스테르담의 인뎁 스튜디오(Indebt Studios), 2019년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The Danish Royal Academy of Fine Arts) 등 다양한 곳의 그룹전을 통해 소개되었다.

페레스프로젝트 베를린

Karl-Marx-Allee 82, Berlin, Germany
+49 30 275 950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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