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LTURAL ISSUE] 예올 북촌가
2020.12.1 – 2021.1.15
정춘모, 김덕호
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 정춘모
예올이 뽑은 올해의 젊은 공예인, 김덕호
결, 짜임과 흐름의 미학
예로부터 갓은 선비의 예와 품격을 상징하는 의관이었고 차양을 위한 쓰개였다. 주재료는 말총과 대나무로, 재료와 색, 용도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갓은 먹과 옻칠로 마감된 검은색의 흑립이다. 전통 갓의 단정한 형태는 아름다운 비례감을 드러내고, 곧게 뻗은 대우의 직선과 부드러운 양태의 곡선에선 바르고 우아한 기품이 느껴진다. 옥로와 풍잠, 갓끈 등의 장신구들은 시각적 흥미를 돋우며 갓의 멋을 한껏 살린다.
2020 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인 정춘모 장인은 반 백 년의 시간 동안 우리 전통의 맥을 이어온 국가무형문화재 제4호 갓일장이다. 극한의 정교함과 섬세함이 필요한 갓일 전 과정을 다루며, 긴 시간 동안 고도의 집중력과 뛰어난 손기술로 예술적인 공예품 ‘갓’을 제작한다. 일생을 갓일에 바쳐온 정춘모 장인 곁에는 아내인 도국희 이수자가 늘 함께하며, 양태 분야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 장인 모두 전통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갓의 멋과 정교함을 오롯이 몸에 새기며 인고의 시간을 이어나간다.
이번 전시에서는 스튜디오 워드의 조규형, 최정유 디자이너가 참여하여, 장인과 함께 전통 갓에 현대의 쓰임과 미감을 접목한 일상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조명을 제안한다. 장인의 예리한 손끝 감각으로 수없이 엮어낸 섬세한 죽사들은 치밀하고 아름다운 구조의 결을 드러내고, 조명의 빛과 만나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으로 공간을 채운다. 두 장인의 세월이 묻어나는 찬찬하고 세밀한 기량의 결을 통해 우리 공예품이 지닌 가치와 세월을 느끼며 전통의 새로운 쓰임을 기대해 본다.
겹, 물질과 시간의 누적
2020 예올이 뽑은 올해의 젊은 공예인 도자공예가 김덕호 작가는 조선 시대 백자의 미감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도자 작품을 만들고 있다. 조선백자의 시원지인 양구에 위치한 양구백자연구소에서 백토의 물성을 연구하며 옛 시대의 수많은 유물을 통해 조선백자가 지닌 미감을 체득하였다. 이러한 경험들은 작가만의 조형 언어가 되어 군더더기 없는 정제된 형태 속에서 아름다운 선을 품은 현대 백자로 구현된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드러내는 주요 기법인 물레 성형 기법과 연리 기법은 도자기를 만드는 아주 오래된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기법이다. 두 가지 기법이 만나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밖으로 드러내고, 손과 흙이 지나간 길을 그대로 보여준다. 차곡차곡 쌓인 흙을 한 꺼풀씩 벗겨내면 중첩된 시간의 흔적인 추상적인 겹, 연리문이 나타난다. 끊임없는 반복의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무늬들은 백자의 간결한 형태와 조화를 이루며 작가만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백자는 선조들의 일상에서 사용되는 귀하고 아름다운 사물이었고 조선의 백자는 그 안에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작가는 조선백자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양구에 터를 잡고, 백자의 미감과 기능성의 조화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오늘도 물레 앞에서 수많은 시간을 보낸다. 우리 고유의 정신과 아름다움을 마음으로 되새기며 조용한 반복의 시간을 켜켜이 쌓아가고 있다.
주최/주관 재단법인 예올 YÉOL
후원사 반클리프 아펠 Van Cleef & Arpels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장 (일, 월, 공휴일 휴관)
*전시 관람은 코로나19로 인해 사전예약으로 운영됩니다.
예올 북촌가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50-1
02 735 5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