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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에서 아침을

2022. 9. 16 – 10. 2
이승현

이승현은 그림을 참 잘 그린다. 어렵지 않고 분명하게 드러나는 형상은 회화의 성격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화면 안 장면들, 자연 혹은 인물이 들어간 공간이 보일 때 시선은 자연스럽게 머문다. 우연히 포착한 장소와 자연은 빛이 드러날 때 아름답다. 사물은 빛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으며 외형적인 완벽함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빛이 사물을 분위기 있게 연출하지만 작가가 추구하는 것은 빛을 통해 생성되는 묘한 분위기일 것이다. 내면에 한 순간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 또는 사물이 있는 장소와 자연을 담은 작가의 그림은 모든 것들이 어울릴 때 마침내 매력적인 그림이 된다. 작가는 오랫동안 인물화도 그려왔지만 다양한 것들이 들어갈 때 재밌어지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화려한 색채가 처음으로 나타나고 짙은 색이 보이다가 어느새 밝아지는 색이 보일 때 그림은 익숙한 이야기를 선사해 주듯 강인한 인상을 남긴다. 빛의 회화적 표현을 기준으로 절정의 순간을 빛으로 표현하는 역사속 대가들의 그림처럼 극적인 것은 아니지만 온화하고 느리게 전해지는 그림들이다. 살아있는듯 보이지만 외형 속에 담긴 순간들, 바람이 살랑거리며 오후에 볕을 받아 평화로움을 즐기듯이 그 시간을 추억처럼 표현하고 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 130×95 Oil on canvas 2022

작가는 생생함을 드러내는 그림들로 낭만을 꿈꾸듯 세상과 소통한다. 언젠가 만났을 경험의 과정에서 작게라도 영향을 주었을 사람 사이의 행동이 그림이 되고 이는 일상을 전제로 한다. 그림의 대상으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의 모습, 외형도 중요하지만 내면을 그려내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다. 살아온 방식, 흐르는 시간, 세월을 기준 한다면 사람만큼 추상적이고 무한한 존재로서의 소재도 없을 것이다. 실존이라는 말로 쏟아져 나온 철학적 주제들, 과학의 발전, 사회 문화, 세상의 빠른 변화는 인간을 기준으로 한다.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마음으로 행복을 희망하는 인간의 정서로 삶에 수반된 모든 것들은 앞으로도 변화될 것이다. 개별적이지만 공통된 성격으로 인간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듯 작가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본 후 캔버스에 형상을 풀어놓는다. 영화의 서사보다 인물과 사물이 어울릴 때 드러나는 아름다운 장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유화물감으로 사실적 형태를 묘사하며 영화의 구도와 다른 구성을 가진다. 수평적 구도로 움직이던 것이 세로 방향으로 공간에 머물며 인물은 초상처럼 존재하지만 그만의 시각에서 비롯된 확대와 재구성으로 새로운 것을 그려 넣는다. 회화를 그리는 행위, 물감층과 형태가 빛이 주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성격이 흥미롭다. 실존 인물이 영화 속 인물이 되고 이를 통해 전달되는 감정을 포함한 움직임, 공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사물들에 대한 작가의 해석은 객관과 주관을 포용하는 현대회화의 자유로움을 드러낸다. 오래된 영화에서 소환된 인물은 작가의 그림속에서 영화의 흐르는 시간 속에서 놓친 시간의 장면을 보여 주려 한다. 영화가 유의미하다 믿는 것들을 전달하고 작가의 그림은 화면 밖에서 잠자고 있던 것들을 소개한다. 결국 작가의 관점에서 일상에서 쌓았지만 잊었던 기억들을 이어 붙인다.

– 갤러리도올 신희원 큐레이터

햇살 가득한날에 On a Sunny Day 193.9×120 Oil on canvas 2022

갤러리도올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87
02-739-140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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