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PIBI Gallery
2022. 3. 17 – 5. 7
Kyo Jun Lee
피비갤러리는 2022년 첫 전시로 3월 17일부터 5월 7일까지 기하추상회화(Geometrical Abstract painting)작가 이교준의 개인전 “Works on Paper”를 개최하였다.
피비갤러리는 지난 2019년과 2020년 전시에서 1970~80년대 개념적 설치와 사진작업 그리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공간 분할을 바탕으로 제작한 기하학적 평면 회화와 납, 알루미늄 작업 등 ‘평면’과 ‘분할’ 이라는 화두에 집중해 제작한 작품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한 바 있다.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 설치∙사진작업과 회화를 잇는 중간과정으로서 1991년에서 2004년 사이 제작한 종이 작업(Works on Paper)을 소개한다. 특히 1970~80년대에 작가가 집중했던 개념적 설치와 사진작업이 공간 분할을 바탕으로 한 기하평면 회화로 전환되는 시기의 작가의 실험과 과정을 소개하고 기하추상회화(Geometrical Abstract painting)로 알려진 이교준 회화의 본질을 살펴보고자 한다.
1960년대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형태로 진행되었던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은 대지미술(Land Art), 환경미술(Environment Art), 오브제(Object), 설치미술(Installation Art) 등의 개념성을 강조한 작품들을 발표하였고 서구와 일본으로부터 유입된 미술이론과 흐름을 받아들이면서 한국 현대미술에 맞는 담론을 펼쳐나갔다. 이 시기의 많은 작가들이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신체, 텍스트, 장소, 공간, 중력, 프레임 등을 미술의 구성 요소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들의 근본적인 작동원리를 사유하고 실험하는 시도들이 일어났다. 이교준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1979년 대구현대미술제를 기점으로 작가로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여, 한국 화단의 주요 전시: 국립현대미술관의 “Independants”(1981)를 비롯하여 “Ecole de Seoul”(1981) 및 “TA.RA”(1983-1987)그룹 활동 등 80년대 실험적 설치와 2000년대 초반 알루미늄과 납 등 금속판을 비롯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평면작업을 전개하였다. 초기 사진 매체의 ‘평면성’과 ‘프레임’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해석은 이후 캔버스를 분할하며 만들어지는 ‘분할’이라는 요소의 발견으로 이어져 회화의 기본 요소인 점, 선, 면이 만들어내는 기하학적인 구조, 평면을 분할하며 만들어지는 선과 캔버스의 선이 만들어내는 면 그리고 그들이 서로와 관계 맺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조합하며 평면에서 화면분할을 지속해 왔다.
이교준 작가의 종이작업은 80년대 실험적 설치 및 사진작업과 2000년대 초반 시작되는 그리드(Grid)회화를 이어주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초기에는 두꺼운 판화지 또는 한지위로 목탄과 연필을 사용하여 회화적 제스처가 남아있는 화면을 보여주었고 이후 연필과 아크릴 채색으로 좀 더 견고하게 평면을 구획하는 시도를 전개하였다. 얇고 딱딱한 종이위로 제도 잉크를 넣은 펜을 사용하여 정연한 면 분할의 다층적인 레이어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특히 1998년에는 종이를 접어 분할한 면을 평면위에서 입체로 들어 올리는 실험을 병행하기도 하였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종이작업은 이후 알루미늄, 납판, 플랙시글래스 등 다양한 재료들을 수용하며 새로운 방식의 분할에 대한 작업으로 확대되었고, 최소한의 형태와 색채만으로 화면을 분할하는 본격적인 캔버스 회화로 옮겨가는 작가의 실험과 시도를 보여주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F더욱이 2차원의 평면 안에서 기본적인 면의 구획과 이를 통한 선의 구축을 통하여 그 표면이 함의할 수 있는 (3차원적) 공간을 실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회화의 입체적인 효율성을 가시화했던 일부 종이 작업(도판1)은 면과 선으로 쌓아 올린 층위를 평면 회화로 옮긴 윈도우시리즈 (Window series 2007~2014)와 2009~2012년에 집중된 Void 연작으로 이어진다. 플라이 합판을 여러겹으로 쌓으며 면으로 구성된 층과 선으로 구성된 층이 내포하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보여준 박스 연작(Void Series)은 면과 선으로 쌓아 올린 층위를 평면 회화로 옮긴 Window 시리즈(2007~2014)와 함께 오랜 시간 작가의 화두인 평면과 분할의 실험을 보여준다.
이교준의 작업은 면과 선 그 자체를 독립된 요소로 인식하고 화면 안에서 균일하게 공간성과 평면을 새롭게 인식시키고자 한다. 또한 캔버스라는 틀과 프레임에 대한 사유를 시작으로 회화의 평면성에 대해 질문하고 그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실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의 작품은 기존의 틀을 넘어서고자 하는 새로운 모색과 실험, 행위와 개념의 미술로 전개되었으며 앞으로 펼쳐질 작업에 대한 근간을 만들었다. 본 전시는 이교준의 기하추상회화가 본격화되기 이전 종이를 이용한 다양한 실험의 과정을 들여다봄으로써 이교준의 회화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나아가 한국 현대미술의 차원에서 재조명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자 한다.
이교준은 1955년 대구 태생으로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였다. 1979년 대구현대미술제를 기점으로 작가로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였고, 70-80년대 한국화단의 주요 현대미술전시에 참여해왔다. 1970년대와 80년대 실험적 설치를 시작으로 90년대에는 알루미늄 금속판을 비롯한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평면작업을 전개하였다. 90년대 후반부터 기하학을 바탕으로 한 평면 작업에 몰두하였으며 2000년대 이후 본격적인 캔버스 작업으로 최소한의 형태와 구성, 색채만으로 본질을 표현하는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교준은 1982년 대구의 수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이후 인공갤러리, 박여숙 화랑, 갤러리신라, 갤러리데이트, 더페이지갤러리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의 “Independants” 전시(1981)를 비롯하여 관훈갤러리의 “Ecole de Seoul”(1981) 및 인공갤러리와 관훈갤러리에서 진행된 “TA.RA 그룹전”(1983)을 포함 5회의 <TA.RA>소그룹 전시에 참여한 바 있다. 이후 토탈미술관의 “한국현대미술의 오늘” (1989), 국립현대미술관 “청년작가전”(1989),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현대미술가협회전”(1999), 나가사키 현대미술제(2004, 일본), 대구미술관의 “메이드 인 대구”(2011), 갤러리 스케이프의 “Captive Space”(2011), 한국현대미술초대전(2015), 성곡미술관의 “코리아 투모로우”(2016), 탈영역우정국의 “오더-디스오더”(2017)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이교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천), 서울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일신방직(서울), 한국가스공사(대구), 전북은행 등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피비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25-6 1층
02-6263-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