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6 - 10. 22 | [GALLERIES] Gallery Doll
배미정
배미정의 그림 속 인물, 꽃과 하늘은 편안함을 주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회화의 매력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선과 색의 어울림이 인물을 드러내며 동식물이 관찰되는 공간은 초현실을 포함한다. 평범하여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인물, 길가에 있는 풀, 선선히 부는 바람도 작가에게는 특별히 다가온다. 형상 하나도 그냥 나오는 법이 없으며 응축된 표현으로 이야기가 떠오르는 문학적 서사를 담아낸다.
서사가 담긴 풍경의 특성을 살려 화면은 그동안 작가가 살아온 경험과 기억이 한 곳에 머물고 있다. 감성과 만나 장면은 세상 속 다양한 것을 연결한다. 인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안 있었던 일, 앞으로도 있을 어느 순간의 경계를 확인하는 것이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과 현실이 가져다주는 기억을 그림에 풀어놓는다. 장소를 연상하게 하는 곡선 형상은 자연으로 이어져 순환의 범주 안에 대상들을 끌어모은다.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에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작가의 노력이 드러난다. 비록 현실이 고달프더라도 그림에서만큼은 안녕을 기원하며 행복을 바라는 바람이 ‘아는 여자’ 연작을 낳게 했고 그 자신의 일상도 작품의 일부로서 자연스레 드러난다. <모자를 뜨는 여자 (2023)>에서 인생에 고난이 와도 막아줄 것 같은 모자를 통해 표현된 은유는 나 아닌 다른 여인들이 있었음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내면에 새기고 지혜가 되어주는 기억들을 모아 모자에 담아 쌓아 올린다. <살아내는 순간 (2023)>은 담담하게 아이를 육아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젖을 먹이는 엄마의 모습 주변으로 황금색이 뿜어져 나오며 짙은 청색이 주변의 덩굴이 되어 하늘까지 차오른다. 빛을 받으며 유유히 드러나는 오묘한 색채는 작업의 특징이다. 우울함도 감추고 완연히 기쁘지도 않으며 노출되지 않는 묵묵함이 풍경의 색에 묻어난다. 아름답지만 차갑게 이성적이며 당당하게 드러나는 감정은 시적이다. 그린다는 것은 겉모습 너머로 발견하지 못한 진실을 발견하는 일이다. 초상이라 볼 수도 있는 작가의 ‘아는 여자’들은 세상이라는 범주 안의 흐름 속에서 살고 있는 존재들이다. 서로 알지 못하지만 관계라는 설정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기억하며 화면에 풀어놓는다.
갤러리도올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87
02 739 140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