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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사이: 머무는 시선

김 웅, 남대웅, 정흥섭, 찰리한, 김도현
고요한 사이: 머무는 시선 (Still, Between: A Gaze That Lingers)
2GIL29 GALLERY 이길이구 갤러리
2026. 10. 14. – 11. 6.

Exhibition view of Still, Between: A Gaze That Lingers

이길이구 갤러리는 2026 년 10 월 14 일부터 11 월 6 일까지 김 웅, 남대웅, 정흥섭, 찰리한, 김도현 5 인의 작가가 참여하는 그룹전 《 고요한 사이: 머무는 시선 》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잠시 시선을 전환하고, 예술을 통해 개인의 내면과 주변 세계를 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가을은 계절의 변화와 함께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익숙한 풍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시기이다. 이러한 계절적 특성에 주목한 《 고요한 사이: 머무는 시선 》은 현대사회의 빠른 흐름 속에서 점차 희미해지는 관조와 성찰의 가치를 조명한다. 수많은 이미지와 정보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도시에서 우리는 주변을 충분히 바라보거나 자신의 감각에 집중할 기회를 쉽게 놓치곤 한다. 전시는 일상에서 간과하기 쉬운 감정과 내면의 움직임에 주목하며, 예술적 경험을 통해 익숙한 현실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고요한 사이’는 단순히 소음이 사라진 정적인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일상과 일상, 개인과 타인, 눈에 보이는 현실과 내면의 의식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간격을 뜻한다. 그 틈은 익숙한 시선에서 벗어나 사물과 현상을 새롭게 이해하고,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감정과 기억을 마주하는 사유의 공간이 된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조형 언어와 매체를 활용하는 다섯 작가의 작업을 통해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Exhibition view of Still, Between: A Gaze That Lingers

김 웅 (B.1944)은 주변 환경과 사물에 내재한 조형적 가능성을 발견하고, 색채와 형태의 관계를 통해 한국적 미의식을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사물은 그의 작업에서 단순한 재현의 대상을 넘어 고유한 색채와 형태의 질서를 지닌 조형적 존재로 거듭난다. 이를 통해 대상에 내재한 미적 가치와 감각의 층위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남대웅 (B.1974)은 이미지와 기억, 역사적 인식이 맺는 복합적인 관계를 회화적으로 탐구한다. 과거의 사건과 이미지가 기억 속에서 변형되고 때로는 신화적이거나 허구적인 서사로 재구성되는 과정에 주목하며, 우리가 진실이라 믿는 것의 형성 방식에 질문을 던진다. 그의 작업은 기억이 과거를 보존하는 수동적인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관점과 해석에 따라 끊임없이 재편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정흥섭 (B.1975)은 소비재와 대중문화의 시각적 요소를 예술적 오브제로 전환하며, 소비사회 속에서 사물에 부여되는 상징과 가치에 주목한다. 기능과 용도를 중심으로 인식되던 대상은 예술적 맥락 안에서 새로운 의미와 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전환은 사물을 바라보는 관습과 소비를 통해 형성되는 욕망, 나아가 대상의 가치가 결정되는 사회적 구조를 되돌아보게 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찰리한 (B.1973)은 사진과 시간 기반 매체를 활용해 이미지의 재현 방식과 현실 인식의 관계를 탐색한다. 미디어의 선택과 편집, 재구성은 현실을 전달하는 동시에 특정한 관점과 해석을 형성한다. 그의 작업은 이미지가 지닌 기록의 가능성과 한계를 드러내며, 우리가 접하는 정보와 시각적 경험이 어떻게 진실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지는지를 질문한다.

김도현(B.1995)은 반복적인 조형 행위와 선과 면의 중첩, 입체적인 질감의 축적을 통해 내면의 감정과 심리적 상태를 추상적으로 시각화한다. 반복과 축적을 통해 형성되는 화면의 리듬과 층위는 긴장과 이완, 균형과 변화가 공존하는 조형적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의 작업은 감각을 정돈하고 내면의 안정과 회복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보이지 않는 심리적 경험을 시각적 언어로 확장한다.

다섯 작가는 사물과 이미지, 기억과 역사, 소비문화와 내면의 감정 등 서로 다른 영역을 탐구한다. 그러나 이들의 작업은 눈앞에 드러난 대상 너머의 의미를 질문하고,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만난다. 각기 다른 매체와 조형 언어는 하나의 해석으로 수렴되지 않으며, 관람자의 경험과 감각에 따라 다층적인 의미를 형성한다.

Dewoong Nam (남대웅), 걸이범(杰利範)의 미끌림(시천동#1), 2026.
Charcoal on hanji, 210 × 210 cm.

《 고요한 사이: 머무는 시선 》은 이러한 예술적 관점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머무는 시선’이라는 부제는 예술을 통한 성찰이 즉각적인 이해나 명확한 결론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경험의 축적 속에서 깊어지는 과정임을 시사한다. 계절의 변화가 같은 풍경에 서로 다른 정취를 부여하듯, 작품 역시 관람자의 기억과 감정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드러낸다. 도심의 역동적인 흐름과 갤러리의 고요한 분위기가 만나는 이곳에서 감상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되짚는 시간으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는 특정한 의미나 감상 방식을 규정하기보다, 다섯 작가의 서로 다른 예술적 언어를 통해 관람객이 각자의 질문을 발견하고 사유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이길이구 갤러리는 작품과 관람자 사이에 형성되는 조용한 교감 속에서 예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사유의 가능성이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Images: © 2GIL29 GALLERY. Courtesy of  2GIL29 GALLERY.
Text: Courtesy of 2GIL29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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