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LLERIES] SUN GALLERY
2021.8.25 – 9.18
정우범
선화랑(원혜경 대표) 에서는 2021년 8월 25일(수)부터 9월 18일(토)까지 수채화 대가 정우범 개인전이 열린다.
정우범 작가는 한국의 독보적인 수채화 화가이다. 그는 30년 이상 수채 화가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유화나 아크릴화에 비견되는 색상의 제한, 무게감, 스케일 등의 수채화의 편견에 맞서 100호 이상의 대작까지 대담하게 그려내며 그만의 독특하고 다양한 수채화의 표현 방법을 연구하고 발전시켜왔다. 수채화 작가로는 매우 드물게 높은 밀도와 중량감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품의 주된 주제는 자연이다. 특히 대표작 판타지아(Fantasia)는 자연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을 극대화하여 표현한 반추상적 작품이다. 이름 모를 소소한 들꽃과 풀들은 그의 화폭을 메우는 주요 소재이다. 작가는 오히려 주변의 소소하고 상투적일 수 있는 소재에 매력을 느낀다. 야생의 꽃과 풀들에서 더욱 강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찾고 그의 화폭 속으로 끌어들여 자유분방하게 담아내었다. 거기에 수채화 고유의 투명성과 우연적 효과, 작가만의 방식을 반복적으로 행하며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는 색과 공간을 구축해 나간다.
작가 정우범만의 독특한 화풍은 그만의 기법과 도구의 사용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Stroke(빠른 붓놀림으로 문지르기)”라고 불리는 기법은 수채화용 고급 수제종이(Arches)를 물에 적시고, 예리하고 탄력 있는 갈필붓 (*작가가 거칠거칠한 유화 붓을 짧게 잘라 만든 것) 끝에 수채화 안료를 묻혀 툭툭 치면서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때 색은 벌어진 종이의 틈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종이가 마를 때 틈새가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면서 마치 안료가 종이에 염색이 되듯 착색된다. 작가는 이것을 “색을 종이의 모세혈관까지 침투시키는 방법”이라고도 설명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작품들은 종이가 가진 취약점인 변색, 탈색이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번 작품들은 특히 공간 속에서 흑과 백의 대비를 보여주는 변화를 꾀한다. 흑(黑)은 먹색으로 먹을 이용하여 번짐의 효과를 노렸다. 흑색은 어둠, 심오함이 함축된 공간이면서도 주변 들꽃의 다채로운 색감을 받쳐주며 전체 화면의 무게감을 유지하는 장치가 된다. 그와 대비되는 백(白)색의 밝음 속에는 각자의 색을 뽐내며 피어오른 꽃들의 모습이 더욱 생명성 가득히 빛을 발하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흑(黑)과 백(白)은 오래된 시간과 현재의 시간의 공존을 말하기도 한다. 흑백의 공간은 상반되는 대치상태가 아닌 조화로운 삶과 환경의 모습을 자연에 대비하여 그것을 다시 한번 판타지아로 명명하였다. 수채화 물감을 주재료로 하면서 아크릴, 먹 등 수성안료를 혼용하여 기존의 수채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하면서도 환상적인 풍경으로 탄생된다.
손끝에서 펼쳐지는 감각적인 터치와 다채로운 색의 향연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이미 국내외 미술 애호가는 물론 평론가, 미술 관계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오래전 미국 올랜도를 필두로 최근에는 대만 손문 미술관, 중국 상해 인근 우시 피닉스 예술궁전 미술관 등의 초대로 대대적인 전시를 성황리에 마쳤으며, 그의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자연의 색과 풍경이 담긴 정우범 작가의 수채화를 통해 어려운 시국으로 지친 우리 마음속에 다시 한번 환희와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선화랑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5길 8
02-734-0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