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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

변웅필

변웅필, SOMEONE, 54cmx42cm, varnished oil on canvas, 2026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 속에서도, 이상하게 또렷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굳이 이름을 붙이기엔 사소하고, 설명하려 들면 이미 충분히 지나가버린 것들. 변웅필의 회화는 늘 그 언저리를 맴도는 듯하다.

변웅필, SOMEONE, 74cmx54cm, varnished oil on canvas, 2026

그의 화면에는 ‘누군가’가 있다. 그러나 그 누군가는 끝내 특정되지 않는다. 얼굴은 분명하지만 정체는 흐릿하고, 표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감정이 또렷하게 읽히는 것도 아니다. 오래도록 자화상을 그려왔던 작가는, 결국 자신을 지운 자리에서 더 많은 불특정한 얼굴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낯선데 이상하게 익숙하고, 누구도 아닌데 어딘가 우리를 닮아 있는 얼굴들. 작가는 어쩌면 자신을 지워가면서 이런 얼굴들에 가까워졌는지도 모른다.

변웅필, SOMEONE, 74cmx54cm, varnished oil on canvas, 2026

이 얼굴들은 굳이 무엇을 말하지 않는다. 화면 속 미소도 마찬가지다. 분명 웃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게 어떤 감정인지는 쉽게 단정되지 않는다. 진심인지, 습관인지, 혹은 그저 그려진 표정일 뿐인지, 보고 있으면 알 것도 같다가 금세 멀어진다. 어쩌면 그 알 수 없음이 오히려 우리를 오래 바라보게 만드는 걸 것이다.

변웅필, SOMEONE, 118cmx92cm, varnished oil on canvas, 2026

이번 전시에서 그 ‘머묾’은 인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사물과 풍경,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놓인 것들이 한 화면 안에 함께 존재한다. 서로를 구분하기보다 그냥 같이 있는 상태. 작가는 그것을 ‘어떤(SOME)’이라고 부른다. 분명 보이지만 쉽게 규정하기 어려운 것들, 스쳐 지나가는 것 같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 감각들, 생각으로 정리되기 전에 먼저 다가오는 순간들이다.

변웅필, SOMETHING, 54cmx42cm, varnished oil on canvas, 2026

그리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반복되는 붓질 속에서 조금씩 어긋나는 순간들을 그냥 받아들이고, 단정한 선과 익숙한 색 사이에 생기는 미묘한 차이들, 그 틈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어떤 것들을 기다린다. 미리 정해두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또렷하고, 설명되지 않기에 더 오래 남는다.

변웅필, SOMETHING, 90cmx147cm, varnished oil on canvas, 2026

변웅필의 회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이해하고 규정짓기를 바라지 않는다. 대신 잠시 머물러서 바라보기를 권한다. 의미를 찾기보다, 이미 지나가고 있는 감각을 알아차리는 시간,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고, 기억으로 남지 않아도 충분한 순간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변웅필, SOMETHING, 90cmx147cm, varnished oil on canvas, 2026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 날들이 결국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변웅필, SOMETHING, 147cmx113cm, varnished oil on canvas, 2026

그렇게 지금 우리는, 그 ‘어떤(SOME)’ 장면 앞에 서 있다.

-갤러리나우 송지원 큐레이터

갤러리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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