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린, 이건용, 최영욱, 구애경

갤러리일호는 10월 16일부터 11월 11일까지 김기린, 이건용, 최영욱, 구애경 4인전을 개최한다. 시간은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흔적을 남긴다. 이번 전시 은 네 명의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담아낸 시간의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서 서로 다른 작품들을 한 공간에서 만나며, 관객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의 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기린, 안과 밖,81x61cm, 종이에 유채
김기린은 회화 평면의 깊이를 되살리기 위해 색채와 빛, 그리고 점과 격자의 구조를 탐구해왔다. 그의 화면은 마치 숨쉬는 피부처럼, 작가의 신체적 행위와 느리게 축적된 시간의 흐름을 기록한다. 투명성과 불투명성, 반사와 흡수의 긴장 속에서 그의 회화는 전통적 프레임의 한계를 넘어 무한한 공간감을 열어 보인다.
이건용, Bodyscape 76-1-2022 19×27.5cm Acrylic on paper 2022
이건용은 1960년대부터 예술의 본질을 신체, 장소, 그리고 관람객과의 관계를 통해 실험해왔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시각적 결과물이 아니라, ‘행위’ 그 자체를 예술의 중심에 놓는다. 신체와 공간이 서로를 규정하는 과정 속에서, 그는 시간의 흐름을 몸으로 새기며 예술의 존재론적 의미를 묻는다.
최영욱, karma, 100x92cm, mixed media on canvas, 2025
최영욱은 한국 전통 도자기 달항아리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며, 그 안에 축적된 역사와 인간적 서정을 되살린다. 그의 달항아리 연작은 단순한 형상 너머로 삶의 굴곡과 시간을 품은 넉넉한 그릇이자, 존재를 위로하는 상징으로 다가온다. 관람자는 작품 속에서 개인의 기억과 감정을 투영하며, 시간의 순환과 삶의 연속성에 대한 사유를 경험한다.
구애경, 본질에 대한 것 24-15, 188×124.5cm, Korean paper on canvas, 2024
구애경은 수행적 반복의 몸짓을 통해 본질에 다가가려 한다. 한지라는 전통적 매체의 물성과 그리드의 구조적 질서를 바탕으로, 그녀의 작업은 수평과 수직의 교차, 겹침과 떼어냄을 통해 시간의 층위를 새긴다. 반복과 변주의 과정 속에서 화면은 물질이자 오브제로 변모하며, 그 자체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다.
이렇듯 네 명의 작가가 각기 다른 매체와 태도로 기록한 시간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들의 작업은 소멸과 생성, 행위와 기록, 전통과 현대라는 상이한 층위에서 만나며, 시간의 본질을 다면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관객은 이 흔적들 속에서 자신만의 시간의 감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