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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토크 리뷰

예술을 통한 사회의 해석

도심 속 평균 주행속도보다 빠른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다 국도를 다시 지나갈 때면 평소의 주행속도가 느리게 느껴지곤 한다. 그렇다고 고속도로에서 도심 속 주행속도를 유지하다간 사고가 나거나 고속도로의 정체 원인이 될 것이다. 이미 가속화된 현시대에서 우리의 평균속도는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삶의 속도와 시선을 살펴봤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작년부터 아시아 시각예술 전문매체인 아트 아시아 퍼시픽(Art Asia Pacific)과 함께 공동으로 한국 현대미술 작가를 소개하는 출판물을 기획 발간하였다. 올해도 역시 가속화된 현실을 담은 『Accelerating Realities』를 제목으로 동시대를 작업으로 끌어들이는 13명의 한국작가를 소개하는 영문 비평집을 발간했다. 이미 잘 알려진 작가에서부터 새롭게 작업을 시작하는 작가까지 미디엄과 작가별 개성을 통해 작가를 선정했다. 이번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이 열리는 코엑스에서는 책의 에디터이자 홍콩 아트아시아퍼시픽 부편집장인 에이치지 마스터즈(H.G Masters)를 모더레이터로 비평집에 선정된 김지영, 김인배, 김희천이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에 관해 이야기했다.

[2023 Kiaf Seoul x KAMS x Frieze Seoul Talks] 현장 이미지, 2023. ⓒ 예술경영지원센터

가장 먼저 소개한 김지영은 사회적 사건이나 비극을 가감없이 포착한다.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난 비슷한 구조적인 문제의 사건을 직접적으로 구현한 <블루 시리즈> 와 촛불이라는 대상을 통해 발화할 수 있는 애도와 같은 감정적 상태나, 지옥불과 같은 상징성을 담아낸 <글로잉 아워> 시리즈는 단일 대상의 다양한 이면을 통한 사회의 모순과 다양성을 설명한다. 회화가 가장 작가의 정념을 잘 담아낼 수 있어 회화 매체를 사용한다는 작가는 완성된 평면 형태의 회화가 아닌 전시될 공간안에서의 회화의 감상방식과 구조를 계산한다. 회화의 설치적 형태를 고려하는 그의 작업은 때문에 회화적인 동시에 설치적이다. 초를 바라보는 시간의 경험을 최대한 압축해 그 시간마저 레이어로 축적된 형태로 표현하기 위해 단일 미디엄을 사용한다는 작가의 작품에는 유화이지만 따뜻함의 촉각마저 느껴진다.

미술을 하는 가족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작가로 성장하게 됐다는 김인배는 하나의 미디엄이 아닌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철학적 개념이나 비물질적 매체를 조각적 요소로 표현한다. 조각의 한계라고 할 수 있는 덩어리 감을 공간의 3차원으로 확장해 점과 선의 최소한의 단위로 표현한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통념이나 방식에 대한 변화를 시도한 대표적인 시리즈인 는 초상화나 인물 흉상에 등장하는 앞모습과 옆 모습의 인위적인 방법과 정형화를 사람의 뒷모습으로 전환해 공간 안에서 추상성과 비가시성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최소한의 정보로 주어지지 않는 정보를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인간의 사고까지를 작품의 행위로 불러일으킨다.

기술을 이용한 영상작업을 하는 김희천은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장르의 작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목에 따른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작가는 기술 자체에 대한 집중보다는 현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기술을 사용한다. 그의 첫 작품이자 대표 작품인 <바벨>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추모이자 그리움이다. 아버지의 손목시계 GPS의 좌표를 따라 전개되는 영상은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이자 관객에게는 경험적 서사로 또 다른 팩션을 만들어 낸다. 화면마저 흐릿하고 흔들리는 상황에서의 혼란스러움을 그대로 표현한 작품은 혼돈의 형태로서의 현실을 작품에서 더욱 극대화한다. 결국 창작자의 유희가 작품으로 표현된다고 믿는 그는 작품 제작에서의 새로움이나 창작 과정에서의 흥미를 영화나 게임같은 몰입을 통해 보는 이에게도 전달한다. 그의 작품은 제작 방식에서 부터 미술과 그 밖의 경계를 허물고 영화나 게임의 전통적 방식이나 발전 기술을 혼합해 표현을 확장한다. 또한 전통적인 예술에서의 이해나 작품의 단일 메시지로부터 해방돼 작품을 감상하는 개인의 해석과 감정에 대한 주관성을 특징으로 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특별하게 인식되는 것은 결국 작가와 더불어 인간 개인의 인지적 한계와 비완성적 현실에 대한 자각을 작품으로 일깨우기 때문이다.

예술은 곧 사회를 보여준다. 구조주의에서 후기 구조주의에 이르는 포스트모더니즘 탄생이래 지속해서 논의된 것이 예술에서의 사회에 대한 해석이다. 사진 발명 이전과 같은 기록으로서의 예술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생각과 환경, 감정을 포함해 이념에 담긴 정서까지 작품에 포함된다. 동시대가 격변에 의한 가속화의 시대라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번 작가들의 작품에서 시대의 격변하는 숨 가쁨이 아닌 가속화 시대에서도 잊지 말아야 한 인간 본연에 대한 존엄과 비가시성으로 드러나는 이념의 진실에 대한 탐구가 엿 보였다.

철학자 존 듀이의 대표적인 저서 『경험으로서의 예술』(1934)에서는 예술의 핵심을 ‘체험’이라 이야기한다.1 그리고 이런 예술의 미적 체험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을 통한 스스로에 대한 인식과 세계에 대한 이해2이다. 결국 시대를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예술에서 찾는 것이다. 작품은 작가가 만들어 낸 작품으로 끝나지 않는다. 작품을 통한 메시지 자체를 의도하지 않았어도 무형의 생각과 감정이 작품으로 기록될 때 그 자체로 메시지가 된다. 작가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발전하는 기술에 의한 완벽과 편의를 추구하는 세상에서 여전히 불완전한 인간의 오류와 비정형적 개념의 불확실성에 대한 표현이 아닐까. 그것이 미술 안에서의 원초적 형태로 등장하든, 동시대 기술을 이용한 작품의 표현으로 실현되든 결국 지금의 작가들이 인식하는 현실에 대한 인지와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재인식의 표현으로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감상자인 우리는 작품의 체험 과정을 통해 현 시대의 해석과 이해로 가속화된 현실에서 저마다의 올바름의 속도를 찾아갈 수 있게 된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의 작품이 시대를 보여주는 기록이자 인식의 단초라면, 변할 시대를 담아낼 작가들의 다음 작품은 또 어떨지. 변해가는 시대만큼이나 그들의 작품이 궁금해진다.

1 정미숙, 「21세기 예술사회학: 창작과 수용의 경계에서」, 연기예술연구제19권, 2020, p.204.
2 우도 쿨터만, 『예술이론의 역사』, 김문환 옮김, 문예출판사, 1997.

 

정소영 / 월간미술 기자

동시대 한국 현대미술의 동향과 전시 큐레토리얼을 중심으로 전시담론과 작가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비영리전시공간 캔 파운데이션 전시팀장을 역임하면서 국내외 작가 레지던시 운영을 통한 작가 연구와 기획 전시를 진행해 왔다. 대표 전시로는 격변하는 사회와 기술, 고정관념에 의한 편견에 대한 실험적 태도를 담은 <얇은 창과 두꺼운 집>(2022), (2021), <마침표와 붙임표 사이>(2020) 등이 있다. 현재까지 예술 장르로서의 전시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한 독립기획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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