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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 캐피탈 블랙

2022. 11. 30 – 12. 31
최원준

최원준, 나이지리아에서 온 넬슨과 엠마 그리고 한국에서 태어난 자녀들, 동두천, 2021, 피그먼트 프린트, 138x168cm

학고재는 11월 30일(수)부터 12월 31일(토)까지 최원준( b. 1979, 서울 ) 개인전 《캐피탈 블랙》을 연다. 학고재에서의 첫 개인전으로, 사진 24점과 뮤직비디오 영상 2개를 만나볼 수 있다. 최원준은 현대의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사진,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한다. 의무경찰로 복무할 당시, 그는 시위 현장을 촬영하며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에는 동두천과 파주에 주로 거주하는 아프리카 출신 흑인들의 모습을 개인, 가족, 노동, 그리고 문화라는 4가지 주제로 선보인다. 적응보다는 ‘고립’을 택하며, 한국에서 자신들만의 삶을 찾아가는 이들을 포착했다. 최원준의 사진은 단순히 기록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사진 속 인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나누며 그들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제2의 고향인 한국에 정착하길 바라는 희망을 사진에 담는다. 또한, 본국에서 가수로 활동한 노동자들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하여 그들의 예술적 메시지를 한국 관객에게 소개한다. 전시의 서문을 쓴 스페이스 아프로아시아 디렉터 문선아는 최원준의 이번 전시는 “블랙이라는 미명 하에 숨겨진 다양함을 들춰내려는 시도이자 그들과 우리의 관계성을 살펴보는 시도”라고 했다.

최원준, 가나에서 온 레건과 선미 그리고 한국에서 태어난 아들, 서울, 2021, 피그먼트 프린트, 91x71cm

한국에 거주하는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소개하는 최원준의 작품 세계

1990년대 초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미군부대가 위치했던 서울시 용산구, 동두천, 그리고 제조업 공장지대가 모여있는 파주와 평택에 정착하며 자신들만의 타운(Town)을 형성했다. 이번 전시에서 최원준은 2가지 모습의 아프리카인들을 선보인다. 낯선 타지를 알아가기보다 조국의 문화를 지키며 서로 간의 결속을 다지는 방향을 택한 이들, 그리고 새로운 곳에 정착하고 인연을 만나 다문화 가정을 이룬 이들이다. 모델이 되는 사람들의 집, 직장 등을 배경으로 다양한 주제를 기록했다.

최원준은 사진 작업을 위해 서울에서 동두천으로 거처와 작업실까지 옮겼다. 한국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모습을 더 사실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작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이 주제를 처음 구상했을 때,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을 촬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프리카인과 한국인으로 구성된 다문화 가정 수가 많지 않고, 그들 역시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한 다문화 가족, 레건과 선미를 시작으로 한국에 정착한 아프리카인들의 일상을 사진이라는 사실적인 매체로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최원준, 은희, 나이지리아에서 온 윌프레드 그리고 한국에서 태어난 자녀들, 서울, 2021, 피그먼트 프린트, 138x178cm

‘고립’을 택한 이들에게 예술과 음악이라는 문화적 교류를 통해 진실한 정착을 바라는 최원준

한국에 거주하는 아프리카인들의 삶을 지속적으로 포착해 온 최원준은 대부분의 아프리카 노동자들이 주말에 자신과 같은 나라에서 온 이들과 교민회를 가지며 여가를 보내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낯선 타지에서 주간과 야간 근무를 번갈아 하는 불규칙적이고 불안정한 생활은 그들을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보다 소외적인 삶을 선택하게 했다. 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아닐까. 그렇기에 최원준은 ”낯선 아프리카인들의 사진을 외국인 노동자가 아닌 민중의 초상”으로 담는다.

한국 문화에 전혀 관심이 없는 아프리카 노동자들은 마치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에만 거주하고 생을 마감하는 한국 교민들을 연상시킨다. 한국 내 아프리카 타운 문화는 한국인이 모르는 새 이미 만들어졌고, 한국의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그들만의 사회를 형성했다. 최원준은 이 문화를 이해하고 현재 한국 사회에서 아프리카인 타운과 문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들을 기록하는 동시에 고립된 그들과 함께 창작 활동을 하는 것이다. 최원준은 단순히 사회적으로 자극이 될만한 것을 포착하는 이슈메이커가 아니다. 고립된 아프리카인들의 삶을 보고, 기록하며 “이들이 현재 처해있는 문화적 고립을 타파”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작가이다.

학고재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0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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