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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 CYCLICALITY

2022. 6. 16 – 7. 12
Estelle Tcha

바라보는 인연 CONNECTED, 95 x 58 cm, Oil paint, oil stick, and charcoal on linen, 2022

소울아트스페이스는 2022년 6월 16일(목)부터 7월 12일(화)까지 Estelle Tcha(이하 에스텔 차)의 <윤회: CYCLICALITY>展을 개최한다. 에스텔 차는 빈티지 디올 재킷에 자신의 별자리 회화를 결합, 웨어러블 아트(‘eee’ project)를 전개하며 미국에서 주목받은 신예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eee’ 신작을 포함, 그 간 주요 소재로 다뤘던 별자리에서 더 확장된 의미의 회화 연작들을 새롭게 선보이며 전 시리즈를 관 통하는 주제인 ‘삶과 죽음’에 대해 보다 심도 있고 철학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 되는 에스텔 차의 개인전에는 평면 회화를 비롯한 웨어러블 아트, 설치,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 의 작품 60여점 이상이 공개될 예정이다.

(좌) smoking leo III , Acrylic on canvas, 25×40cm, framed in Vintage Christian Dior The Suit Size 12, 2022 (우) smoking libra III, Acrylic on canvas, 25×40cm, framed in Vintage Christian Dior Monsieur Size 42, 2022

블랙, 그레이, 레드 색상의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재킷 뒷면에 초현실주의 회화가 ‘걸렸다.’ 노 마딕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이 과감한 프로젝트는 에스텔 차가 한 공간에 멈춰있는 회화에 지속가능성 과 이동성을 부여한 실험의 결과물이다. 고대 사람들은 인간의 삶과 죽음에 별자리의 움직임이 연관되 어 있을 거라 믿었고, 사후세계의 일면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작가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12개 별자리 의 상징물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영원을 갈망하면서도 순간적 쾌락에 사로잡히는 인간의 모순을 나타낸다. 패션계에서 매년 버려지는 재고품 및 빈티지 재킷의 뒷면을 사각 형태로 커팅한 뒤 자신의 회화를 벨크로로 부착한 웨어러블 아트(Wearable Art)를 전개하는 행보 또한 그만의 위트와 아이러니 가 담겨있다.

작품이 부착될 의상을 굳이 하나의 브랜드로 선택한 것은 디올이 1950년대 뉴룩(NEW LOOK)으로 불 린 혁신적 실루엣의 여성 패션을 선보였고, 남성과 동등한 커리어를 가진 힘있는 여성 슈트 라인을 최 초로 적용시켰기에 강렬하면서도 당당하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함께 부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디올은 코르셋과 롱드레스에서 여성의 몸을 자유롭게 해방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에스텔 차는 한 때 패션업 계에 몸담으며 아주 미세한 하자로 폐기처분되는 수많은 의류를 보고 환경에 대한 중요성도 환기시키 고 싶었다. 패션과 순수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가치의 재창조를 구현하고 있는 작가는 회화의 탈부착 이 가능하도록 벨크로를 사용하고 있어 세탁은 물론, 작품 교체도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별자리와 점성술에 담긴 인간의 염원과 욕구, 두려움의 감정과 모순적 행위를 담은 제 1전시실의 작품 이 인간의 상상력이 동원된 신화이자 사상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것이라면, 제 2전시실에서는 삶과 죽 음을 넘어 육체적인 것들을 떠났을 때의 본질, 동양 철학, 종교적 윤회, 순환 등을 다룬 작품들을 보여 준다. 전시실을 들어서면 전면에 120호 캔버스 4점을 이어놓은 ‘기(氣)’ 연작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 양한 색채의 1관 작품들과 대조되는 모노톤 컬러의 대작은 보이지 않는 힘을 표현한 것으로 가령 바 람처럼 볼 수 없지만 느낄 수 있고 존재하는 기류, 즉 에너지를 시각화한 것이다. 작품의 소재로 말을 택한 것은 힘과 역동성을 겸비한 동물중 인간과 가장 오랜 시간 함께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움직임 하 나하나에 이름과 의미가 붙여진 유일한 동물이기도 하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유난히 말을 좋아해 이제 는 보지 않고도 그릴 수 있는 소재가 되었다.

윤회(육마도) CYCLICALITY OF LIFE 3, 145.5×112cm, Charcoal and gesso on canvas, 2022

말은 역동적인 동물이지만 무리지어 다니는 야생마일 때를 제외하면 주로 혼자 지내는 동물이라고 한 다. 말을 연구하면서 사회에 모여 함께 섞이고 움직이지만 각자 흩어져 개인적 삶을 영위하는 인간의 활동도 말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느꼈다. 작품은 넝쿨 속에 앉아서 몰래 말의 에너지를 지켜보는 시선 으로 그려졌기에 전시홀 바닥에 방석을 비치해 작가가 의도한 비율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젯소로 거대한 말무리를 형상화 하고, 물감을 뿌려 땀방울을 표현하며, 목탄과 오일스틱으로 명암과 라인을 잡고, 손끝에 재료를 묻혀 거칠고 강렬한 텍스처를 남기는 과정 자체가 작가에게는 에너지 발 산의 일환이기도 하다. 각 캔버스 센터에 배치된 원의 형태는 비슷한 기류들끼리 응집된 것을 표현하 며 에너지의 순환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전시 전경

‘기(氣)’ 연작과 함께 디스플레이 된 ‘육마도’와 ‘인연’시리즈에도 말이 등장한다. 육마도는 말이 여섯 번 생을 반복하는 것으로, 육도윤회(선악에 의해 윤회하는 여섯 가지의 세계)를 의미한다. 자아, 육체, 영 혼이 합한 모습을 그려내며 인류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칠하지 않고 비워둔 캔버스의 부분, 회화의 밑작업에 주로 쓰이는 젯소를 적극 사용하여 여러겹 덧칠하는 행 위, 작품의 처음과 마지막을 알 수 없게 환원되고 순환하는 화면에는 생에 대한 작가의 고찰이 느껴진 다. ‘인연’ 연작에서는 두 마리의 말이 서로 마주하거나 얽히고설킨 모습을 통해 다양한 인간관계를 그 려내고 있다. 다색, 다면, 다차원적 자아를 말로 형상화한 ‘자화상’ 드로잉도 심플하지만 진지하다. 물 질과 존재, 육체와 정신, 삶과 죽음, 소통과 의미, 시작과 끝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설득력 있게 전하 는 에스텔 차의 행보가 자못 기대된다.

에스텔 차(1993~ )는 현재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디지털게임디자인 과정을 밟고 있다. 미국 보스턴의 예술대학 SMFA와 터프츠대학교에서 각각 순수미술과 철학을 전공하고, 커뮤니케이션 미디 어와 미술사를 부전공했다. 패션스쿨 파슨스 파리 분교와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단기과정으로 패션디자인도 공부한 바 있다. 미국, 스위스, 영국에서 7회의 단체전에 참여했고, ‘eee’라는 개인 브랜 드를 통해 웨어러블 아트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계속해서 파인아트에 대한 쉬운 접근성, 효율적 구소 속 예술에 대한 고민과 함께 최근에는 순수회화 작업에도 몰두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소울메이트 인연 SOULMATES, 95×58cm, Oil paint and charcoal on linen, 2022

소울아트스페이스
051 731 5878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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