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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2022. 3. 10 – 4. 24
김종학

조현화랑(해운대)는 2022년 첫 전시로 김종학 작가의 개인전 《SPRING》을 개최한다. 김종학은 1980년대부터 설악산의 자연을 그리기 시작했다. 설악산은 계절마다 다른 4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계절별 특성이 뚜렷하다. 산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온 작가에게 계절의 색채를 연구하고 작품화 한 시도는 어쩌면 당연하다. 이에 조현화랑은 김종학 화백의 작품을 사계절로 구분한 4개의 전시를 기획하였다. 2022년 3월 조현화랑 해운대에서 ‘봄’을 시작으로 7월 조현화랑 달맞이에서 ‘여름’을, 9월 갤러리2 제주에서 ‘가을’을, 12월 갤러리2 서울에서 ‘겨울’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그 시작으로 핑크색으로 물든 봄을 그린 작품 대작과 소품이 전시된다.

김종학, Untitled, 2022, Acrylic on canvas, 24.2 x 33.4cm

자연을 그리는 화가
“1979년에 처음 설악산에 가서 산책을 하다가 어느 자그마한 꽃을 보게 되었다. 달맞이꽃이었는데 마치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아 이거다 싶었고, 그때부터 나는 자연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작가노트 中

1970년대 한국 화단은 단색화를 비롯한 민족성의 재조명과 새로운 모더니즘을 위한 시도들이 팽배했다. 그 속에서 김종학은 자신만의 주제를 찾기 위해 부단히도 고민했다. 그러던 중 뉴욕에 가게 되었고, 추상미술이 지배적인 와중에도 구상을 소재로 하는 작가들을 만나게 된다. 화단의 유행과 시류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주제의식을 밀고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자연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작품의 주제로 삼는다. 이름 모를 곤충들과 새, 야생화들이 자신을 기쁘게 해준다고 말하는 작가는 시간이 날 때면 그것들과 조우하고 이미지를 머릿속에 넣은 후 작업실로 돌아와 캔버스에 옮긴다.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기 보다는 작가만의 애정을 바탕으로 한 재해석의 과정을 통해 추상이 뒷받침된 구상의 방식으로 재탄생 시킨다.

김종학, Untitled, 2022, Acrylic on canvas, 200x780cm

봄을 그리다
이번 전시에서는 봄의 색채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7.8m의 대형 작품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벚꽃축제에 온 듯한 압도감을 선사한다. 작품 안에서는 다채로운 모양의 꽃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간 작가가 보고 연구해온 다양한 종류의 꽃들이 이합집산 되었다. 꽃잎뿐만 아니라 기호적이거나 도형적인 형태들이 캔버스를 가득 채운다. 모든 형태가 봄을 이루는 요소로 수렴된다. 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벚꽃 잎이 하늘을 가득 채우거나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역동적인 장면을 상상하게 한다. 짧은 시간 피고 지는 벚꽃은 시간의 희소성 때문에 더욱 귀하다. 작가는 봄이라는 계절이 지닌 환희의 순간을 분홍빛 색채와 마티에르로 표현하였다. 이는 봄의 장면을 형상화 한 것을 넘어 봄의 분위기 자체를 연출한 것이다. 그리고 소형 작품들에는 봄을 만끽하는 새와 곤충들을 등장시켰고, 벚꽃뿐만 아니라 하얀 목련과 개나리를 통해 싱그러운 봄날을 표현하였다.

김종학, Untitled, 2022, Acrylic on canvas, 40.9 x 31.8cm

색채를 바르고 문지르다
작가는 색채의 중요성이 그림의 반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김종학의 색은 캔버스 위에서 서로 충돌하기도, 조화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리듬을 만들기도, 힘을 뿜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단지 색의 조합이 만들어낸 힘은 아니다. 힘의 원천은 질감 속에 있다. 작가는 화면의 대부분을 붓이 아닌 손으로 직접 그린다. 물감 마티에르는 손의 흔적을 박제한다. 손가락으로 그리는 이유에 대해 작가는 “더욱 자연스럽고, 뜨겁게, 빨리, 열정적으로 그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질감 속에 표현된 작가의 감각과 힘이 관람자에게까지 전달되었던 것이다. 80세가 넘은 노령 화가라고 믿을 수 없는 에너지다. 작가는 지금도 많게는 하루 10시간씩 그림을 그린다. 대형 작품에는 상당한 체력이 필요한데, 그림을 그릴 때 만큼은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에너지가 생긴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작품의 완성이란 ‘기운생동’이다. 그림에서 천지 만물이 생생히 살아있는 느낌을 주지 못하면 만족하지 않는다. 굵은 붓을 활용한 과감한 터치, 신체를 직접 활용한 작업방식과 추상적 화면구성 속에 기운생동의 맛이 온전히 전달된다.

우리는 흔히 인생을 등산에 비유한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여정 때문이겠지만, 김종학 작가에게는 의미가 다르다. 작가는 산을 산책할 때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 찾기를 즐긴다. 새로운 길은 방향을 가늠할 수 없고 도착지를 예상할 수도 없는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그 길에서 마주하는 생소한 꽃과 풀 그리고 풍경은 선구자에게만 허락된 특권이다. 예술가도 그렇다. 정해진 삶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란 어렵지만 그 여정에서 만나는 아름다움은 온전히 작가의 몫이다. 그리고 김종학 작가는 그곳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을 꽃과 자연의 모습으로 투영하여 우리에게 전달한다. 2022년, 조현화랑에서 기획한 4회의 전시를 통해 김종학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새로운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기대해도 좋다.

조현화랑 해운대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298번길 5, 1층
051-746-8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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