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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현 展

2022. 1. 1 – 2022. 2. 5.
구자현

작가 구자현은 석판화(Lithography), 스크린 판화(Screen), 목판화(Woodcut)과 같은 기법을 활용한 판화 작업과 판화 기법과 한지의 물성을 이용한 실험적인 작품들, 테라코타 작업, 그리고 황금배경탬퍼라(Gold Ground Tempera)를 이용한 회화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법과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이와 같은 넓은 스펙트럼의 역량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동시대 미술의 쟁점들과 질문들에 열려진 태도를 가지고 매체의 독창성과 한계들을 실험하며 종국에는 매체를 넘어 새로운 예술적 지평을 열어가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 때문일 것이다.

구자현은 미술대학 재학 중 도서관에서 우연히 현대미술과 일본 판화를 소개한 도서를 접한 후 판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겠다는 결심으로 일본 유학을 떠나 판화 전문가 과정을 밟았다. 그 후 한국 미술계에 판화라는 매체를 가장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소개한 대표적인 작가로, 몇 안 되는 판화 ‘장인’ 중 한 명이다.

현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할 때를 고민할 시점이다. 앞으로 여러 방면에서 변혁이 일어날 것이고, 현대 문명에는 근본적 재구성(Re-Configuration)이 요구될 것이다. 19세기 말 산업화가 한창이던 영국에서는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 1834~1896)를 중심으로 미술공예운동이 일어났다. 모리스는 당시 산업 사회의 현대인이 비인간화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기계적 대량 생산이 보편화되면서 수공예의 장인정신과 노동의 신성함에 대한 존중이 없어진 것을 꼽았다. 그는 현대 문명인들이 인간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장인정신이 근거가 되었던 예술 양식이 부활해야 한다고 보았다.

현대 한국에서는 공예와 장인에 평가가 미미한 수준에 그쳐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공예는 새로운 주목을 받을 것이다. 장자(莊子)는 장인은 자신만의 손의 감각으로 익힌 기술이므로 그것을 아들에게도 전수할 수 없다 하였고, 미켈란 젤로는 특정 대리석이 내재적으로 안고 있는 가능성을 감각하여 ‘다비드’를 조각해냈다. 대상과 합일되고 집중하며 한 가지 기술에 매달려 연마하는 것이 장인이다. 구자현의 작품은 노동의 신성함이 집약된 진정한 수행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전술한 윌리엄 모리스가 추구한 예술을 구자현이 현대에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황금배경탬페라 작품은 두께가 0.001 mm 안팍인 금박을 이용하기에 작업할 때 고도의 몰입과 섬세함을 요한다. 작은 바람에도 이 금박은 미세하게 떨리기에 연약해 보이나 무심히 평면 위에 안착해 있어 물리적 무게와 밀도를 초월한 듯 보인다. 구자현 회화의 방향성은 서구 추상 회화의 순수한 관념과 절대적 물질이라는 대립된 상황이 아니다. 대신 매체의 순수성과 탈매체적 특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마치 세속적인 듯 탈속적인 색채이자 빛인 금(金)이 지닌 물성과 같이 양가적이고 다의적이라 할 수 있다.

구자현은 “점은 하나 찍더라도 오랜 세월 진득하게 쌓은 노동이 답보되지 않고는 아우라와 에너지를 얻을 수 없다. 바탕 마련부터 시작되는 지난한 노동은 인간 자체의 바탕을 다듬는 수행이자 내 예술적 철학”이라 말한다. 그의 작품에 내재된 가치는 우리가 오랜 시간 추구해온 예술 정신일 것이다.

갤러리신라 서울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08
053 42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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