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그림손
이재삼은 나무를 태운 숯, 목탄으로 밤의 풍경을 그린다. 목탄은 보통 밑그림을 그릴 때 쓰는 재료지만, 그에게는 그림을 완성하는 주재료다. 그가 담아내려는 것은 눈에 또렷이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어둠 속에 스민 달빛의 기운이다. 작가는 달빛을 “눈으로 보는 것만 아닌 육감을 품고 느껴야만 보이는 감성의 빛”이라고 말한다.
이재삼은 강릉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구 현대미술의 틀에서 벗어나 한반도의 기운과 정체성을 담아내는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다져왔다. 사비나미술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박수근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18년 박수근미술상을 받았고, 2025년에는 전혁림미술상에 선정됐다.
그의 작업은 자연을 직접 찾아다니는 데서 출발한다. 이재삼은 전국을 돌며 수백 년 된 고목과 숲을 찾아 스케치한다. 여기에 자신의 생각과 구상을 더해,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새로운 풍경으로 되살린다. 화면을 채우는 방식은 단순하다. 목탄을 캔버스에 문지르고 또 문질러 화면 깊숙이 검은 공간을 쌓는다. 그에게 목탄의 검은빛은 검은 색이 아니라 ‘검은 공간’으로 존재한다. 자연의 기운을 펼치기 위해 그는 작은 캔버스보다 거대한 캔버스를 택한다.
목탄은 원래 밑그림이나 데생에 쓰는 재료다. 잘 번지고 쉽게 지워져 완성작에는 좀처럼 쓰지 않는다. 이재삼은 이 통념을 깨는 데 몇 년을 쏟았다. 재료를 연구하고 실험해 목탄을 오래 보존되는 회화 재료로 바꿔냈다. 그에게 목탄은 나무가 숯가마에서 온종일 타고 남은 검은 덩어리, 곧 나무의 죽음이자 또 다른 탄생이다. 그는 목탄을 “나무를 태워서 숲의 영혼을 표현한 사리”이자 “우연이 필연으로 다가온 운명적인 재료”라고 말한다.
이번 Kiaf에서 이재삼은 ‘달빛 MOONSCAPE’ 연작과 ‘PINKMOON’ 등 목탄화를 선보인다. 달빛이 스민 밤의 정경과 매화나무 숲으로 부스 전체를 몽환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작가는 관객이 “달빛을 품은 매화나무”를 거닐며 ‘문텐로드’, 곧 달빛을 쬐며 걷는 길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거대한 검은 화면 앞에서 관객은 눈이 아닌 온몸의 감각으로 달빛을 더듬는 낯선 경험을 하게 된다.
MOONSCAPE, Charcoal and Acrylic on Canvas, 160×720cm, 2017
MOONSCAPE, Charcoal on canvas, 194×51 cm, 2019
MOONSCAPE, Charcoal on Canvas, 227×910 cm, 2016